정부당국자 "외교부 연락책, 관세청·통일부·해수부에 알리고 靑안보실에 내용보고"
해수부 "작년 10월 유엔 지정선박 입항금지 관련 회의 열었다"더니 문제 선박엔 손놔

지난해 10월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유엔 대북제재 품목' 북한산 석탄이 국내 밀반입된 시점부터 10개월이 지나는 동안, 문재인 정부 내부에서만 정보를 공유했다는 정황이 8일 제기됐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정부로부터 보고를 받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범(汎)정부 대응체계조차 갖추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날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그간 외교부가 연락책이 돼 관세청·통일부·해양수산부 등에 필요한 부분을 알리고 국가안보실에 내용을 보고해 왔다"며 "범정부 대책회의는 한 적 없지만 앞으로 개최할지 여부는 검토해 보겠다"는 전언을 보도했다.

원산지를 속여 반입된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유통되는 것을 막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미국 독자제재 위반 혐의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범정부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지난 8월7일 경북 포항신항 7부두에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석탄을 반복해서 운반해왔다는 의심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정박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7일 경북 포항신항 7부두에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석탄을 반복해서 운반해왔다는 의심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정박해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10개월 동안 이런 대응 체제를 갖추지 않은 채 정권 핵심부 내 정보 공유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정작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 선박에 대한 억류 조치 등 실무를 맡는 해양경찰청이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 관련 정보를 최근에야 접한 것으로 알려지기까지 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해수부 지난해 10월 중 ▲12일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지정선박 입항 요청 관련 관계기관 의견 조회'라는 문건을 작성했고 ▲15일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위 선박 입항 허가 문제'를 추가로 논의했으며 ▲31일에는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지정선박 입항 요청 관계기관 회의 참석 요청'을 각 관계기관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가 이런 동향을 보인 것은 스카이앤젤호와 리치글로리호가 지난해 10월2일과 11일에 북한산 석탄을 싣고 각각 인천과 포항으로 입항한 직후였다. 한국경제신문은 "해수부는 이 회의와 북한산 석탄을 싣고 온 선박이 관련 있는지 및 당시 회의 참석 기관 등의 공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다음날인 6일 해수부는 입장자료를 내 "지난해 10월 개최된 관계기관 회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대북제재위) 지정 선박의 입항 금지를 위한 회의"라며 "회의에서 논의된 선박은 국내항에 입항한 북한석탄 운송 의심 선박(스카이앤젤·리치글로리)과는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북한석탄 운송 의심 선박과 관련된 범정부 회의를 구성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는데, 이날 조선일보 보도대로면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추가로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선박 단속에 '손 놓고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를 비롯해 모든 관계부처가 "관세청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북한석탄 반입 의혹 관련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거부하고, 관세청은 그 어떤 반입사례에 관해서도 완료된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며 제재위반 혐의를 받는 선박들을 수수방관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10월 러시아를 경유해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진룽'호는 지난 4일 우리 항구에 다시 입항했고, 러시아 나홋카항에서 싣고 온 석탄 5100t을 7일 오후까지 포항신항 제7부두에서 하역했다. 사건 이후 진룽호는 이번을 포함해 20번이나 우리 항구에 입항했지만 억류된 적은 없다.

진룽호 입항에 관해 외교부는 7일 노규덕 대변인을 통해, 해당 선박 검색 과정에서 '서류'로 1차 확인한 결과라며 '유엔 제재 위반과 관련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석탄 성분 등 분석을 토대로 한 정부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진룽호는 7일 오후 언론 취재가 집중되자 예정(8일 오후)보다 하루 앞당겨 서둘러 출항했다.

한기호 기자 rl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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