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후 '민감한 내용' 바로 공개...한국에 대한 우회적 압박과 경고 메시지?
"기소 포함해 한국법에 따라 적절히 처리될 것 알려왔다"
"北, 싱가포르 약속 지키지 않아...제재완화 고려 안해"
"美, 기존의 대북제재 이행 강화방안 검토”
"유해송환 그렇게 오래 걸릴 이유 없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몇 시간만에 미국 방송을 통해 이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백악관과 청와대의 국가안보보좌관이 통화한 지 얼마 안 돼 대화 내용을 통화의 당사자가 방송에서 공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볼튼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몇 시간 전인 오늘 아침,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다"며 "석탄 밀반입에 대한 한국의 수사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고 기소를 포함해 한국법에 따라 적절히 처리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볼튼의 발언은 정 실장이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 밀반입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한국의 수사진행 상황을 알려줬고 '기소를 포함하는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알려줬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볼튼 보좌관은 "미국 역시 기존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확실히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건 제재와 추후에 있을 군사적 위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싱가포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계속 북한에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때문에 볼튼 보좌관이 정의용 실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석탄 밀반입 의혹에 대해 한국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는 식의 의사 표현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우회적인 메시지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볼튼 보좌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또 “필요한 것은 북한의 행동”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싱가포르 선언을 이행하고 있다”며 “비핵화에 필요하다고 미국이 느끼는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제재 완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에게 한 것처럼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최대 압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에 대해 매우 확고하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의 협의를 통해 우리가 결정한 제재들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가한 대북 최대 압박 캠페인이 김정은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었던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비핵화의 진전을 보기 전까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튼 보좌관은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역사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약속을 한 나라라면 한국군, 호주군, 미군 등 1950년대 초 유엔군으로 참전한 모든 외국 군인들의 유해를 돌려줘야 한다”며 “그렇게 오래 전에 발발한 전쟁의 유해를 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한반도의 한반도의 평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유해 송환을 놓고) 우리와 어떤 협상도 할 필요가 없다”며 “(유해송환은)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으로 돌아가 김정은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최근 김정은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이런 만남을 제안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을)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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