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노조 “이념적인 프로그램 틀어대는 MBC에 더 이상 관심없다는 것"
지난 파업 당시 시청률 하락 근거로 사측 비난하던 친(親)노조측 반응에도 관심
MBC안팎 "과거 시청률 2.8%에 분노했던 기자들, 이번에 어떻게 분노할지 궁금”

MBC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좀처럼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승호 MBC사장 취임 8개월 차인 이달 5일 ‘MBC뉴스데스크’ 시청률은 1%대까지 떨어졌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 MBC뉴스데스크 시청률은 1.97%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과거에 비해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모습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주일 간의 평균 시청률은 3.06%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일한 기간(5.08%)과 비교해봐도 평균시청률이 2%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6년 동일한 기간(6.17%)과 비교해도 평균시청률이 3% 넘게 추락했다.
 

이같은 시청자의 무관심이 방송의 공정성 상실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MBC는 과거 언론노조 파업참여 인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언론노조측은 파업 당시 ‘공정방송 정상화’를 기치로 했지만 실상 결과물은 친(親)노조 성향에 치우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방송 기저에 특정진영에 대한 반감이나 이념 색채가 강하게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방송에 거부감을 느낀 많은 시청자들이 떠나간 뒤 회복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MBC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과거 파업을 주도했던 언론노조가 주축이 돼 친(親)노조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요직에도 언론노조 소속 인원들이 다수 포진했으며 지난 6월에는 박성제 신임 보도국장이 임명됐다. 박성제 보도국장은 2007년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MBC본부의 7대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언론노조 활동에 적극 참여했으며 최승호 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달에는 앵커를 교체하고 뉴스데스크 내에 새로운 코너를 마련하는 등 개편을 통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뉴스데스크는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에 참여했다가 현업에서 배제됐던 왕종명 기자와 이재은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다.
 

MBC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왕종명 기자와 이재은 아나운서 (MBC 방송화면 갈무리)

MBC뉴스데스크는 지난 11일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변화를 통해 시청자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시청자들의 큰 환영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MBC 내부에서는 “정상화하겠다고 하더니 충격적인 결과”라며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이순임 MBC공정노조위원장은 8일 논평을 통해 “MBC는 최악의 사태를 맞으면서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해 들어가고 있다”며 “이념적인 프로그램을 틀어대는 MBC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동일한 축구 선수를 두고도 감독에 따라서 1등 축구팀이 될 수도 있고, 형편없는 축구팀이 될 수도 있다”며 “한국 축구가 명장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에 의해 세계 4위를 기록한 것처럼 MBC도 능력있는 경영진으로 바뀐다면 반드시 되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량 기업 MBC를 이렇게 망치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최승호 사장과 박영춘 감사는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출근을 계속 하고 있는가?”고 반문하며 “사랑하는 우리의 직장 MBC를 무능한 이들 경영진에게 더 이상 맡길 수 없다. 최승호 사장과 박영춘 감사는 이쯤에서 자진 사퇴를 하든지 아니면 방문진에서 경질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 파업 당시 시청률 하락을 근거로 사측을 비난하던 친(親)노조 성향의 사람들과 언론매체의 반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BC 안팎에서는 “과거 안광한 사장 때 시청률 2.8% 나왔다고 분노했었던 기자들은 이번 시청률에 대해 어떻게 분노할지 궁금하다”는 냉소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6년 12월 8일 MBC뉴스데스크 시청률은 2.8%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당시 김희웅 MBC기자협회장은 “2%대로 추락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 정도면 뉴스데스크를 폐지해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란 생각까지 들었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이 외면했다는 것이다. 보도책임자는 국민께 사죄하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기자협회보는 이같은 시청률 추락을 촛불집회의 당위성과도 연관지었다. MBC기자협회는 시청률 2.8%를 기록하기 전날, 성명을 통해 “시민들이 촛불을 드는 광장 이곳저곳에서 MBC 기자들도 촛불을 들었다. 익명으로 촛불을 들면서 실명으로 피켓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좀 더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촛불은 상암동으로 향할지도 모른다. 매일 점심에 MBC 기자들이 피켓을 들겠다”고 전했다.

친(親)노조 인물들이 역대 회장을 맡아온 한국PD협회가 발간하는 미디어전문지 PD저널 또한 지난해 4월 4일 <MBC ‘뉴스데스크’, 브레이크 고장난 폭주 기관차>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노조측 입장에서 사측을 맹비난했다. 당시 PD저널은 “처참하게 떨어진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종합편성채널보다 순위가 낮은 영향력과 신뢰도 조사가 MBC를 외면하는 민심을 정확하게 대변한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이후에도 여전히 극우 성향의 편파 보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민심을 왜곡하고 사실을 오도하는 보도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은 이 방송사는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4~5%대까지 추락했지만 여전히 공정성, 객관성, 형평성이라는 언론 보도의 기본을 무시하는 중”이라고 비난했다.

한국PD협회의 회장을 살펴보면, 안주식 회장(29대회장‧2015.09~2016.09)은 2007년 KBS PD협회 편집주간, 2008년 사원행동(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전신)의 편집주간을 맡았으며, 오기현 회장(30대회장‧2016.09~2017.09)은 1991년 SBS에 입사해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초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올해 초에 취임한 32대 류지열 회장 또한 취임사에서 “오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님을 이 자리에 어렵게 모신 이유는 PD들이 노동현장을 좀 더 이해하여 정확히 방송에 반영할 수 있는 연대를 다지기 위해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전임 정권 당시 파업을 주도한 친(親)언론노조측은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곤두박질쳤던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책임회피성 발언이 무안할 지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권이 바뀌고 최승호 사장이 새로 취임한 뒤 ‘뉴스데스크’의 행보는 뚜렷하기에 전 정권의 방송에 책임을 돌리기는 민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승호 체제의 새로운 ‘뉴스데스크’는 이전 뉴스보도방식에 대해서 사과 입장을 표하는 한편 정상화라는 명목아래 비(反)언론노조 인원들을 겨냥한 날카로운 칼날을 휘두르는 등 전임 사장 체제와는 명확한 선을 그어왔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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