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관세청 "총 9건 北석탄 부정수입사례 조사중"…VOA 지목한 2척 포함시 11척
조선일보, 수입기록 인용해 "6척이 작년 5월~11월 7만5790.65t 北석탄 반입"
6척 중 '진룽'號, 또 러시아서 北석탄 추정화물 5100t 싣고와 4일부터 포항항 정박중
"남동발전, 진룽號 들여온 北석탄 세관조사중 발전소로 옮겨 사용" 윤한홍 의원 지적

'유엔 대북제재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원산지를 속여 한국으로 반입하고, 한국 항구를 자유로이 드나든 것으로 파악된 선박 숫자가 두자릿수에 달하고 있다. 북한산 의심 석탄 반입량 추정치도 8만톤(t)을 넘어서 '점입가경'이다. 북·중·러 공조와 문재인 정부의 묵인 하에 지난 약 1년간 북한 석탄이 대규모로 밀반입됐다는 의혹이 한층 확산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선일보는 7일 자체 입수한 '수입기록'을 인용해 관세청 조사 대상인 '스카이엔젤'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룽' '안취안저우66' 등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감시 대상인 '스카이레이디' 등 6척이 지난해 5월~11월 사이 총 16차례 인천·포항·동해항 등에 입항해 총 7만5790.65t의 북한산 석탄을 하역했다고 보도했다.

입항 사례 중 14차례는 러시아 나홋카와 홀름스크 등 북한석탄의 환적 본거지로 의심받는 항구들을 거쳐 온 것이었다.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룽, 안취안저우66 등 4척의 선박은 복수(複數)의 러시아 항구에서 석탄을 싣고 온 기록이 있었다.

반입된 석탄의 88.9%인 6만7357.65t은 러시아산으로 신고된 채였다. 기존에는 해당 선박 중 5척이 지난해 8월~10월 인천·포항 등에 와서 2만3949t의 북한산 의심 러시아산 석탄을 반입한 사실까지 알려졌었다.

선박 위치와 항로.국적 등을 알 수 있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의혹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지난 8월4일 포항 신항 제7부두에 입항, 7일 현재까지 정박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위치와 항로.국적 등을 알 수 있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의혹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지난 8월4일 포항 신항 제7부두에 입항, 7일 현재까지 정박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외교부는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 관련 "9건의 반입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고 당국자가 언론에 밝혔다. "미 정부가 우리 정부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다"는 해명을 되풀이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관세청 당국자도 같은날 "현재 관심 있게 보는 석탄 반입사례는 9건"이라며 "관계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건도 있고 직접 인지해 수사하는 건도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2017년 관계기관으로부터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조사 정보를 통보받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수입업체 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관세청이 외압 등으로 조사결과 발표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뚜렷한 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관세청은 또 "지난해 10월 발생한 석탄 부정수입 건을 조사하던 중 관련 업체들이 그 전에 북한산 석탄을 도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들도 인지해서 수사하고 있다"며 "조사 중인 총 9건의 석탄 부정수입 사례 중에는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8월5일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산 석탄 거래를 전면 금지하기 이전의 사례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북한 석탄 대책TF 위원장인 유기준 의원은 지난 5일 해양수산부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북한 석탄 반입 의혹에 연루된 선박이 지금까지 조사된 것만 8척"이라고 밝혔으나, 외교부·관세청 입장대로면 이보다 조사 대상 선박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유기준 의원은 연루된 외국선적 선박으로 정부가 당시 조사 대상으로 공식 확인한 ▲리치글로리(시에라리온) ▲스카이엔젤(파나마) ▲샤이닝리치(벨리즈) ▲진룽(벨리즈) ▲안취안저우66(파나마) 5척 외에도 ▲카이샹(파나마) ▲스카이레이디(미확인) ▲탤런트에이스(미확인·억류 중) 3척이 더 있다고 짚었다.

이에 더해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26일(미 현지시간) 북한석탄을 한국으로 밀반입하는 데 이용된 선박으로 ▲그레이트스프링(파나마) ▲신성하이(벨리즈) 호(號) 2척이 더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운항기록 추적사이트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두 선박은 북한산 석탄을 중국이나 러시아로 운송한 것은 물론 한국 항구를 수십차례 드나든 기록을 갖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VOA는 "일 년 이내 북한이 기항한 제3국 선박의 한국 입항을 전면 불허한 한국정부의 독자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자, 자유한국당 북한 석탄 대책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기준 4선(부산 서구동구) 의원

이런 가운데 7일 진룽호가 러시아 나홋카항에서 석탄 추정 화물 5100t을 싣고 지난 4일부터 포항신항에 정박 중이라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북한산 석탄 반입 추가 의심선박으로 보도된 진룽호가 나홋카항에서 석탄으로 추정되는 화물 5100톤을 싣고 지난 4일 포항신항에 입항해 오는 8일 출항할 예정"이라며 "벨리즈 국적의 진룽호는 지난 4일 오전 7시30분 포항신항에 입항했으며 오는 8일 23시 출항할 예정으로 전출항지와 차항지가 모두 나홋카항으로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선박 6척이 북한산 의심 석탄 총 7만5000여t을 반입했다고 이미 밝힌 것에 이번 5100t을 더하면 8만t을 넘어선다.

유 의원은 "정부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말고 작년 10월27일의 석탄반입 건뿐 아니라 이번의 석탄반입까지 합쳐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진룽호를 포함한 석탄 운반선 등 관계 선박들에 대한 압류·검색·나포 등 조치를 지체없이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진룽호가 지난해 10월27일 반입한 석탄을, 공기업인 한국전력 자회사 한국남동발전이 '북한산 혐의' 세관 조사 중인데도 그대로 발전소로 옮겨 사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윤한홍 의원이 6일 "남동발전이 H사를 통해 러시아에서 반입한 석탄에 대한 서울세관의 조사가 작년 11월8일 시작됐는데도, 남동발전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난 3월 5일 4584t의 석탄이 영동발전소로 반입됐다"고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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