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오타인 줄 알있더니 판사 비하하는 비속어인 판새"
"판사도 사람인 줄 아는데 한두번 실수나 잘못으로 비속어까지 만들었겠나"
"기자가 소문에 터잡아 선동 일삼으며 '기레기' 오명 얻었듯 판사의 과책도 그 이상"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 [페이스북 캡처]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 [페이스북 캡처]

한국 사법부의 좌경화 움직임에 종종 쓴소리를 했던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개인 페이스북에 “판새(판사새X의 줄임말)”라는 제목의 글을 7일 게재했다.

김 부장판사는 “며칠 전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올린 글에서 '판새'라는 단어를 봤다. 처음에는 판사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찬찬히 보니 판사를 비하하는 네 음절의 단어를 두 음절로 줄인 비속어”라며 “기자를 비하해 ‘기레기’라고 부르는 것은 알지만, 정작 판사가 어떻게 조롱당하는지는 이제야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사도 사람인 줄 아는데 한두번의 실수나 잘못으로 비속어까지 만들었겠나”라며 “기자가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진실의 파수꾼 역할을 포기한 채 소문에 터잡아 선동을 일삼으면서 오명을 얻었듯이, 판사의 과책도 그 이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법의 본지를 추구하지 않고 목적에 맞추어서 법의 의미를 축소 과장하고, 궤변으로 법을 왜곡하며, 동일한 사안에 들이대는 잣대의 길이를 늘렸다 줄이는 등으로 직업이 가지는 본질을 훼손할 만한 행위들을 한 것이 판사들이 조롱을 당하게 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나로서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법의 운용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도하는 경우가 있는지라, 이런 용어가 회자되는 것이 못마땅하며 민망하다. 왜려 드는 생각은 내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혹독하게 나와 법원을 책망하지 못하는 부분을 나의 페친께서 더 많이 질책하시는게 맞겠다는 생각"이라며 "봉건시대 양반붙이 마냥 행세나 하려들고 자신의 오류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대하려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라고 자책했다.

김 부장판사의 지적은 최근 법원에서 정확한 법리나 보편적 상식, 대한민국의 헌법적 질서와 괴리된 판결이 적지않게 나오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글 말미에 추신으로 “판새라는 표현을 쓰신 페친께 누가 되는 글이 아니었기를 바라고 여전히 그분의 글을 좋아하며 정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본분에 충실한 많은 판사들과 영문도 모르게 비교되신 바른 많은 기자들에게도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다음은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 페이스북 게재문 전문(全文)


"판새"

며칠 전에 페친께서 올린 글에서 본 단어이다. 처음에는 판사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찬찬히 보니 판사를 비하하는 비속어라... 네음절이 두음절로 줄어 든 것이다. 기자를 비하해서 '기레기'라고 부른다는 것은 알면서도, 정작 판사가 어떻게 조롱당하는지는 이제야 안 것이다.

이처럼 비속어를 만들 정도에 이르렀다면 단지 '판사놈' 정도로는 가슴에 엉어리가 풀리지 않을 만큼 깊다는 것을 나타낸다. 판사도 사람인 줄 아는데 한두번의 실수나 잘못으로 비속어까지 만들었겠나. 기자가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진실의 파수꾼 역할을 포기한 채 소문에 터잡아 선동을 일삼으면서 오명을 얻었듯이, 판사의 과책도 그 이상인 것이다. 법의 본지를 추구하지 않고 목적에 맞추어서 법의 의미를 축소 과장하고, 궤변으로 법을 왜곡하며, 동일한 사안에 들이대는 잣대의 길이를 늘렸다 줄이는 등으로 직업이 가지는 본질을 훼손할 만한 행위들을 한 것이다. 그런 수준에 근본적인 회의가 있지 않고는 판새와 같은 조어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로서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법의 운용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도하는 경우가 있는지라, 이런 용어가 회자되는 것이 못 마땅하며 민망하다. 왜려 드는 생각은 내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혹독하게 나와 법원을 책망하지 못하는 부분을 나의 페친께서 더 많이 질책하시는게 맞겠다는 생각이다.

봉건시대 양반붙이 마냥 행세나 하려들고 자신의 오류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대하려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 판새라는 표현을 쓰신 페친께 누가 되는 글이 아니었기를 바라고 여전히 그분의 글을 좋아하며 정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본분에 충실한 많은 판사들과 영문도 모르게 비교되신 바른 많은 기자들에게도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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