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특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묻자 "너무 앞서가지 말라"
수사기간 18일 남아...靑인사 겨냥 가능성도
김경수 "충분히·소상히 해명…수사에 당당히 임했다"
동아일보 "드루킹 측근 3명, '킹크랩 시연회' 당시 金지사 모습 묘사 비슷"

'드루킹' 김동원 씨의 포털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경남도지사가 18시간여에 걸친 밤샘 조사를 마치고 7일 새벽 귀가했다. 김 지사는 특검이 혐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유력한 증거나 그런 게 확인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7일 새벽 서울 강남구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지사는 이날 조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혐의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진술을 내놓으며 특검과 평행선을 달렸다.

그는 특검에서 "산채를 세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본 기억이 없으며, 드루킹이 불법 댓글조작을 하는 줄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드루킹과 인사 추천 문제로 시비한 적은 있지만 그 대가로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는 등의 '거래'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며 인사청탁 의혹 또한 부인했다. 또 ‘김 지사가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고 했다’는 드루킹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김 씨가)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시점이 지난해 3월이다. 지방선거까지 1년 3개월이나 남아 있던 시점인데 그런 요청을 했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지난 40여 일간의 특검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만간 김 지사의 신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과의 메신저 대화 등 각종 물증 앞에서도 혐의점을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적지 않다고 판단하여, 김 지사의 진술 내용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허 특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지사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너무 앞서가지 말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또 '경남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 지사를 한 번 더 부르는 건 힘들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수사팀이 필요하면 뭐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3시 50분께 조사를 모두 마치고 특검 건물에서 나왔다. 취재진과 만난 김 지사는 "충분히 소명했고, 소상히 해명했다"며 "수사에 당당히 임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에 대한 신문은 전날 오전 9시 30분부터 자정께까지 14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후 그는 변호인과 함께 조서 열람에 3시간 50분가량을 할애했다.

김 지사는 특검이 드루킹 일당의 진술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무리한 논리로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특검이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며 특검의 '의도'를 의심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한편, 민주당 또한 이같은 ‘정치특검’이라는 구호에 힘을 실으며 김 지사를 비호하고 나섰다.

현재 수사 기간 18일을 남긴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주중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신병 방향이 정해진 이후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전개할지 여부도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대상으로는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해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드루킹의 인사청탁 의혹에 관여된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드루킹 측근 3명은 특검팀에서 ‘킹크랩 시연회’ 당시 김 지사가 앉아있던 위치와 몸짓을 묘사했는데 그 내용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날 경공모 회원이자 드루킹의 측근인 ‘서유기’ 박모씨(30‧수감중), ‘둘리’ 우모 씨(32‧수감중), ‘솔본아르타’ 양모씨(34‧수감중)가 ‘킹크랩 시연회’ 당시 진술이 비슷했다고 보도했다. 드루킹 김 씨는 그날 자신이 만든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 2층 강연장에서 김 지사가 보는 가운데 ‘킹크랩’ 내용을 포함한 문서 파일을 대형 화면에 띄워 놓고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고 특검팀에서 진술했다. 또 경공모 회원인 ‘서유기’ 박모 씨는 김 씨의 설명 속도에 맞춰 마우스를 작동시켜 문서 파일 내용을 순서대로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이후 ‘둘리’ 우모 씨는 휴대전화를 전달해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게 우 씨의 진술이다. 당시 ‘솔본아르타’ 양모 씨는 2층 강연장 유리문 밖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고 진술했다.

드루킹 김 씨를 비롯해 시연회가 있던 날 산채에 있었다고 진술한 경공모 회원들은 김 지사가 이날 오후 8시경 산채에 도착했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카니발을 타고 산채에 왔다가 오후 9시 20분경 떠났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카니발 운전사가 산채 인근 식당에서 김 지사의 신용카드로 저녁식사를 결제한 명세를 확보한 바 있다. 또 이날 오후 10시경 김 지사의 카니발 차량이 판교 톨게이트를 지난 기록도 입수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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