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학 태영호 체포 대학생 결사대" 자처하는 '감옥행'…단원들 신분은 불명
4일 신촌거리서 "反통일공작 특급범죄자 공개수배" 전단 돌려 시민 경악
反美親北 대학생진보단체와 연대, 舊통진당 김재연·'북송 요구' 김련희도 접촉
시민들 "北과 논조 똑같다" "삐라 수준 유인물 나눠주다니" "역시 운동권"

일부 친북(親北) 청년단체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등 탈북민 출신 주요 북한 자유화 운동가들을 지목해 "체포" "감옥행"을 공공연히 들먹이면서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런 소식을 접한 상식적인 시민들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페이스북에는 <박상학, 태영호 체포 대학생 결사대 "감옥행"(약칭 감옥행)>을 자임하는 정체불명의 청년 단체 페이지가 개설됐다. 페이지 개설 첫날부터 '단원'을 자임하는 학생들의 사전모임 모습을 공개해 단체에서 지향하는 바를 알렸다. 

이들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목해 "잡았다 요놈" "겁에 질리게 만들겠다", "박·태를 잡겠다는 의지로 실천하겠다"고 내놓고 위협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감옥행' SNS를 확인하고 반북(反北)단체 지원 끊게 만들겠다"고 밝혀 반북(反北)단체 제거가 그 목적임을 드러냈다. "배후세력 쫄게 만들기", "문 프레지던트(문재인 대통령) 행동하게 하기"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겁주고 문 대통령에게 친북정책을 더욱 종용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우고 있다. 심지어 "나는 박상학·태영호가 '북송'되는 모습이 생중계되도록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는 '단원'도 있었다.

박상학 대표와 태영호 전 공사를 무턱대고 잡아들이겠다는 협박 외에 특별한 지향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데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인위적으로 '발랄함'을 연출하는 데 주력해 위화감을 자아낸다. "편견없는 열린 마음으로, 최대한 많은 걸 배우기"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열정과 낭만 동지애로 넘쳐나게 하기"라는 '셀프 지침'은 단체의 극단적인 주장과 맞물려 한층 모순적이다.

'감옥행' 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3일부터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첫 활동으로는 3일 반미·친북(反美·親北)성향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국군기무사령부 해체'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사퇴'를 주장하는 행진을 벌이는 데 가세했다.

행진과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행진 주최측과 함께 "통일 강연과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고 '감옥행'은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번 투쟁을 더욱 더 열심히 해 판문점선언 이행을 방해하는 박상학, 태영호의 만행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들을 체포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감옥행'이 지난 8월4일 서울 신촌 거리에서 배포한 전단지 페이스북 제보
'감옥행'이 지난 8월4일 서울 신촌 거리에서 배포한 전단지 페이스북 제보

4일에는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등 이유로 헌법재판소 위헌정당심판을 받고 해산된 구(舊) 통합진보당 출신 김재연 전 의원, 자신이 한국에 억류된 거라며 '북송 요구'로만 언론의 관심을 끌어온 김련희씨 등을 접촉했다. 그 후기를 남기면서는 "양승태의 사법농단으로 인해서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게 너무 안타까웠고 분노하기도 했다"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라는 등 통진당 측의 주장을 여과없이 선전했다.

이들은 또 서울 신촌 거리로 나가 박 대표에 대해서는 "공금횡령"을 했다거나 "일베 수준의 음란물 살포"를 했다는 미확인 주장, 태 전 공사에 대해서는 "미성년자 강간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탈북 사후'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담은 전단지를 '웃으면서' 배포하고 다녔다. 민중가요를 틀어놓고 발랄한 표정을 지으며 율동을 선보이는 등 활동도 병행했다.

전단지 제목은 "반(反)통일공작 특급범죄자 공개수배"였다. 한 20대 시민은 4일 이들이 비밀리에 살포한 것도 아닌, 시민들에게 '나눠준' 전단지를 직접 촬영해 "어떤 청년들이 막 한반도가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으면서 나눠줬다"며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를 접한 시민들은 "(박 대표와 태 전 공사가)'지상낙원'을 탈출한 게 죄인거냐" "북괴 애들과 논조가 똑같다" "이상한 아이들이다. 북한으로 보내주라" "어이가 없다" "미치겠다" "나라가 갈 데까지 갔다. 간첩들이 대놓고 영업한다" 등 크게 놀란 반응을 보였다.

또한 "주운 것도 아니고 나눠준다구요?" "(대남)삐라 수준의 유인물을 길에서 나눠준 것이냐"고 살포가 아닌 직접 배포 방식에 놀라는 시민도 있었다.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아니냐" "의견이 어찌됐든 저건 불법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 30대 김모씨는 '감옥행'의 전단지와 페이스북 활동 내역 등을 추적한 뒤, 이 단체 소속원들이 <가자! 감옥행!>이라고 개사해서 부른 노래패 '우리나라'의 원곡 <가자! 통일로!>의 출처를 짚기도 했다.

김씨는 "삐라를 살포도 아니고 번화가에서 사람이 배포하고 있는 수준까지 왔구나"라고 탄식한 뒤 "실제 많은 수의, 대학생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진도 찍고 서로 댓글도 주고받는다"고 '감옥행'의 활동을 주시했다.

이어 "그러다 낯이 익은 단어가 보였다"며 "'우리나라' 노래패는 '한결같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른 패거리다. (한결같이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때 총학생회 사람들이 무대로 나와 율동을 하면서 불렀던 노래"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때 우리 쪽 총학에서 퍼포먼스를 제지하며 '애들한테 왜 이상한 것을 주입하느냐'고 말렸다"고 회상하며 "귀에 팍팍 꽂히는 멜로디를 갖고 있었고 가사도 생각보다 잘 써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민중가요라는 것을 알았고 '이건 운동권 노래구나'라고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사를 보면 운동권 동지들끼리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는 내용이고, '태양'은 김일성을 의미하며 '그날'은 적화통일이 되는 날이라고 나는 해석하고 있었다"며 "내가 유일하게 제목과 가사를 대충 알고 있는 민중가요이고 부른 자들도 기억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삐라를 뿌린 X들이 언급을 한다. 역시 운동권 노래가 맞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XXX들이 얼굴을 내놓고 거리를 활보하고 삐라를 뿌리고 다니고 있는 것이 '2018년도'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개탄하며 "노래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서 유튜브(Youtube)에다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홍준표 경남도지사 시절 민노총과 분규가 있었던) 진주의료원에서 '한결같이'를 연습한 동영상이 있었다. 진짜로 '풀뿌리'처럼 다 연결이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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