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기무사령관 경질하고 남영신 새 사령관 임명…宋국방장관 대면보고 없이 결정
오늘도 "살인마" "즉시해체" 기무사 공격 열올리던 北, '숙원' 달성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무사 개혁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무사 개혁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과 함께 대공(對共)·방첩 핵심 기능을 맡아 온 국군기무사령부가 3일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북한 정권이 원하던 대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당초 정권발(發) '기무사 개혁' 주장의 명분으로 삼았던 지난해 초 탄핵 정국 당시 위수령·계엄령 절차 검토 문건에 관한 진상규명은 끝나지도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기무사가 유사한 대비계획을 마련한 문건 관련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는데, 기무사를 "해편(解編·해체하고 재편)"한다는 군(軍)통수권자 지시가 나온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옛 홍보수석)은 3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기무사 개혁위원회(위원장 장영달 우석대 총장)와 국방부 장관의 기무사 개혁안을 건의받았다"며 "대통령은 두 개혁안을 모두 검토하고, 기무사의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위해 현재의 기무사를 해편해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새로운 사령부 창설준비단 구성'과 '사령부 설치의 근거 규정인 대통령령 제정'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해편'이라는 용어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재편한다는 것으로, 이전의 기무사령부하고는 다른 새로운 기무사령부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사령부 형태이겠지만 이름 등 여러 내용은 많이 바뀔 것이고 그건 기무사령의 개정을 통해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무사 개혁 건의안을 보고 받은 경로에 대해 "국방부를 통해서 안보실로 보고됐고, 안보실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국방장관의 대통령 대면보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영찬 수석은 또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제청을 받아 기무사령관에 남영신(중장) 육군특전사령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직을 수행하던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경질된 것이다.

새로 임명된 경남 출신의 남영신 기무사령관은 울산학성고를 졸업하고 학군 23기로 임관해 7공수여단장, 2작사 동원전력처장, 학군교 교수부장, 3사단장 등을 지냈고, 이날까지 특수전사령관으로 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령관 교체는 군 최고통수권자의 인사권 행사"라며 "새롭게 기무사가 개혁돼야 하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새 인물을 임명했다"고 자평했다.

윤 수석은 또 "대통령은 국방부장관과 새로운 기무사령관에게 기무사 댓글공작 사건, 세월호 민간인사찰, 그리고 계엄령 문건 작성 등 불법행위 관련자를 원대복귀시키도록 지시했다"면서, 비(非)군인 감찰실장을 임명한다는 조치도 소개했다.

이어 "대통령은 짧은 일정 속에서도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개혁안을 도출한 장영달 위원장을 비롯한 기무사 개혁위원회 위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문 대통령은 기무개혁위가 지난 2일 건의한 개혁안 중 '사령부 체제를 유지하되 근본적 혁신을 한다'는 안을 채택한 것이다. 

다만 '과거와 역사적 단절'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같은 조건은 이른바 기무사 댓글공작 사건, 세월호 민간인사찰, 계엄 검토 문건(원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작성 등 의혹을 불법행위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새 기무사령관에게 관련자 원대복귀 등을 지시한 데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 대북동향 사이트에 게재된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의 8월3일자 '기무사 해체 선동' 논평들.
한 대북동향 사이트에 게재된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의 8월3일자 '기무사 해체 선동' 논평들.

한편 이날도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은 기무사를 겨냥한 과장된 "박근혜패당의 군사쿠데타계획음모"(조선의오늘)를 운운하는가 하면, 병역거부자 출신 인사가 장(長)을 맡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주장을 인용해 "남조선인권단체가 기무사의 민간인 불법 사찰행위를 폭로했다"(메아리)고 주장했다.

같은날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도 "적폐의 근원을 말끔히 들어내야 한다"고 기무사를 공격했고, 정권 산하 '우리민족끼리'는 이 논평을 동시에 게재했다. 하루 전(2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낸 "낱낱이 드러난 살인마들의 흉계"라는 제목의 논평도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그대로 올려 선동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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