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최저임금위 공정성·객관성 강화 등 제도개선 필요...일자리·물가 악영향 끼친다"
중기중앙회 "이의제기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근로자 4분의 1이 영향을 받는 최저임금 문제있어"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나서겠다"...전면 투쟁 재확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을과 을의 분열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기·울산·대구 등 각 지방 상공인들도 "정부의 폭정에 항거하고자 한다"
김영주 장관 "독립성·중립성 아래 이뤄진 결정...최저임금 인상 꼭 필요하다" 주장

최저임금위원회가 시간당 8350원으로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이 3일 고시(告示)돼 공식 확정됐다. 이에 각 경제단체들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대대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전국의 소상공인 단체들은 전면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월 환산액 174만5150원)으로, 사업 종류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노동부는 최저임금위 의결 이후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심의하지 않기로 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달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같은 달 23일, 중소기업중앙회는 26일 이의 제기서를 제출했다. 경총과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위가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지급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규상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노·사 단체는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가 '이유 있다'고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에 대한 현 정부의 기조가 뚜렷한 데다 국내 최저임금 제도 30년 역사상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최저임금을 재심의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내년도 최저임금이 재심의에 부쳐지지 않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혀 내년도 최저임금이 재심의로 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올해만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없었다는 점이 소상공인을 비롯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계층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켜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이의 제기서를 제출한 지 나흘 만에 보충 의견서를 내는 등 재심의 요구에 공을 들였다. 정치권에서도 재심의 요구가 제기됐다.

경총은 3일 노동부에서 최저임금을 고시하자 입장문을 내고 "올해 16.4%, 내년 10.9%로 2년간 고수준·고강도의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실질적 지불능력을 넘어선다"며 "특히 생산성, 경제성장률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중소기업까지 경영 압박감이 가중되고, 경제 심리가 전반적으로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뿐 아니라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최저임금 수혜 근로자 계층의 일자리부터 위협하고, 물가 상승으로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이어 "내년부터는 최근 2년간의 급격한 인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하며,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최저임금위원회 결정구조의 공정성·객관성 강화 등의 제도개선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 또한 내년도 최저임금이 재심의 없이 8350원으로 결정된 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중기중앙회 등이 제출한 '2019년 적용 최저임금안 고시에 대한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이번 결정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계속 짊어지게 됐다"며 "한 국가의 근로자 4분의 1이 영향을 받는 정도로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이 기업의 혁신·투자심리 위축과 고용악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와 경기·울산·대구 등 각 지방 상공인 단체들은 '최저임금 불복종'에 나서면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 예정대로 거리로 나와 투쟁에 나설 것을 재확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예정대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우선 다음 주 중 서울 광화문에 ‘소상공인 119 민원센터’ 천막을 설치하고, 오는 29일 광화문에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총궐기대회를 연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을과 을의 분열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의 폭정에 항거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오는 6일 지하철 1호선 수원역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가질 계획이다.

울산 남구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은 "지금도 힘들게 버텨나가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또 큰 폭으로 인상돼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협의회 차원에서 최저임금 불복종 궐기대회 개최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중소상공인협회 또한 다른 중소상공인 및 단체와 연대해 최저 임금 인상 반대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불복종운동 안건을 상정, 의결하고 연대 궐기대회 참여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 시간당 8350원을 고시로 확정한 것은 최저임금위 의결의 절차적 정당성 등이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기관장회의 모두발언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에 관해 "심의·의결 과정상 절차상 하자가 없고 최저임금위에 부여된 적법한 권한 내에서 독립성·중립성을 견지하면서 이뤄진 결정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적으로 최저임금위 회의록 한 줄 한 줄을 꼼꼼히 검토했고 경제·경영·법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자문도 받았다"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최저임금안이 절차적·실질적 정당성을 갖췄다는 의견을 주셨고 다만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최저임금위의 결정은 경제 및 고용상황을 감안하고 노·사 양측의 필요와 어려움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판단돼 재심의 요청은 하지 않고 최저임금위에서 의결된 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전체 노동자의 23.5%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의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꼭 필요하다"며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이 현장에 연착륙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 대해서는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방안을 거론하면서 "최저임금 미만율, 영업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이 큰 업종에 대한 차등 지급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아직 기업 현장에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사업주에게 계도 기간 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 채용, 설비 투자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당부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