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官주도 '서울 페이' 도입, 민간기업들이 수수료 떠안아
소상공인 판매수수료 부담 줄여주는 '착한 페이'가 취지라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중소벤처기업부가 수수료 0%대인 '소상공인페이' 도입을 선언한 데 이어 최근 서울시 또한 '수수료 제로(0)'를 내건 '서울페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페이’란 수수료를 내야하는 신용카드 결제망을 이용하지 않고, 스마트폰 등 앱을 이용해 구매자의 계좌 돈을 판매자 계좌로 곧장 이체하는 방식이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왼쪽부터 박남춘 인천시장, 홍종학 장관, 박원순 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박남춘 인천시장, 홍종학 장관, 박원순 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그러나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페이’ 직거래 결제서비스의 수수료가 ‘제로(0)’가 되는 것은 실상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는 민간 은행, IT 기업 등 민간 업체들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관(官) 주도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 아래 서비스 비용을 민간 회사에 부담시키고, 관이 생색을 내는 셈’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앞서 서울시는 25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페이' 구상을 밝히고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5개 지방자치단체, 국내 11개 은행, 5개 민간 결제플랫폼 사업자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시는 이날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를 도입해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페이, 경남페이 등 각 지자체가 별도로 추진해 온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자영업의 위기는 사회적 양극화의 최전선에 있는 문제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면서 “협력과 연대의 힘이 이 자리에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도생의 시대에서 사회적 우정의 시대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관(官) 주도의 서비스 비용을 민간 회사에 부담시키는 꼴"이란 비판이 나온다. 얼마 전엔 은행권이 알리페이 같은 결제 서비스를 내년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시스템 구축에 돈이 들어 상인들에게 1% 미만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만약 정부와 서울시가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수수료를 받지 말라고 하면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는 또 소비자의 서울페이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소득공제율 40% 적용(현금영수증은 30%), 교통 카드 기능 탑재 등을 추진한다. 이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에 서울시가 '소득공제율 40%'를 무기로 내세운 것은 '공공 대(對) 민간' 경쟁 구도를 끌어왔다는 점에서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일반 카드결제 수수료마저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통제를 받는 중국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억명의 중국인이 사용하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도 모두 민간 기업이 개발한 페이다. 반면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한국에서는 거꾸로 소상공인페이, 서울페이 등 '관제(官製) 페이' 시스템이 '착한 페이'라며 시장문제 해결 방안으로 내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존-신규 비즈니스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신용카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관제 페이에 얼마나 호응할 것인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카드 업계에서는 “정치적 구호를 앞세우고 있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민간 현실과 시장 영역의 질서를 도외시한 채 정부 만능주의로 갈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소상공인들은 불복종 운동까지 벌이고, 아르바이트생 등 사회적 약자들의 설 자리가 더 줄어든 부작용도 지적된다. 정부측이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해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먹방(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가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만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히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들의 생산공장 해외 이전을 막고 일자리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공영홈쇼핑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의류·가전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 누굴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말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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