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너무 빨리 하면 협상 실패시 김정은이 혜택"
"종전선언은 일방적 선언 아닌 '한미동맹'의 결정 돼야" 못박아
中 포함 4자 종전선언 주장에도 "언급 않겠다" 선긋기
北에 '핵시설 명단 제출' 촉구…'실험장 폐기=비핵화 조치' 주장엔 "현장 가봤나" 일축
"北 ICBM 시설 파괴? 하더라도 한국 등 동맹국에 좋은일인가" 지적
南北대화엔 "개성공단·금강산 개별언급 않을 것이나, 韓美 입장 모두 일치해야"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출신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는 2일 6.25 전쟁 종전(終戰)선언이 이행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그에 상응하는 북한 비핵화의 '상당한' 진전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전선언을 한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시점에,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종전선언은 너무 빨리 하면 나중에 협상이 실패했을 때 김정은이 혜택을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선언에 대해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면서도 종전선언에 필요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한미가 함께 가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결정이 돼야 하며 일방적인 선언이 돼선 안 되고 빨리 가서는 안 된다. 미국과 한국이 나란히 함께 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정권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비핵화 논의는 미뤄둔 채 종전선언부터 미국에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따른 언급으로 보인다. 현재 한·중·북 측에서 무게를 싣는 '종전선언 주체에 중국까지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견해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을 위해 필요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 질문받자 "핵시설 명단을 제출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가는 출발점은 핵시설 명단의 제공"이라고 강조를 거듭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후 처음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후 처음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 움직임 등 지금까지 보인 조치에 대해서는 "기자나 전문가가 현장에 가 보았나"라고 반문한 뒤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중단을 확증하고자 미사일엔진 실험장을 폐기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ICBM 시설 파괴는 미국에는 좋은 일이나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에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자제했다.

해리스 대사는 "우리의 목표는 김정은이 동의한대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핵폐기)"라며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할 때까지 미국의 독자 제재와 유엔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대외 위협이 핵·탄도미사일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는 남북대화에 관해서는 "현재 한미간에 틈이 없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시설 개선, 군 핫라인(남북 군 통신선 연결) 사안은 긴장을 줄일 수 있는 조치라 생각해서 우리가 지지한다"면서도, "남북대화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뿐 아니라 여러 분야가 있는데, 개별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과 모든 부분에서 일치된 입장이면 좋겠다"고 밝혀뒀다.

한미 정부가 연합군사훈련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당분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고 전제한 뒤 "어느 시점에 한미는 훈련을 재개할지를 결정해야할 것이며, 김정은은 구체적으로 검증가능한 방식의 비핵화를 결정해야할 시점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에 뚜렷한 진전이 없을 경우 연합훈련 재개 등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리스 대사는 "비핵화와 관련 '교착 상태'라는 말에 공감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6·12 미북정상회담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비핵화가 진행이 안 됐고, 전쟁 가능성이 있던 시기였다"며 "지금 평화를 생각할 수 있는 자리에 왔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는 '희망이 행동지침이 되어선 안 된다'고 하지만 (미국의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희망이 외교에서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평화와 희망에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실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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