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PenN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 인하 검토를 지시했다.

한국전력이 돈만 잘 벌면 전기요금을 낮춰도 누가 뭐라 안한다. 그런데 10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찍었던 한전이 정부가 바뀌고 나니 작년 4분기부터 갑자기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하는 마법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갑자기 우리가 몇천억배로 전기를 써서 적자로 전환했나? 무언가 한전에 대단한 일이 생겨서 적자로 전환했나? 아니면 이번에도 이 모든 것이 날씨 때문인가?

이 모든 것이 결코 탈원전 때문은 아닐테다. 원전의 발전단가가 신재생에너지 보다 약 3배나 저렴하는 사실 때문은 아닐테다. 멀쩡하게 80~90%의 가동률을 보였던 원전이 갑자기 50%대로 떨어졌기 때문인 것도 절대 아닐테다. 탈원전 정책 추진 당시, 발전비용이 약 11조6000억원 증가한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경고 때문은 더더욱 아닐테다.

결국 한전의 적자를 메우려면 결국 많이 벌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비용은 탈원전을 주장하는 이상 줄일 수 없다. 그렇다고 시장형 공기업으로 불리는 한전에서 쉽게 사람을 짜를 수는 없지 않은가?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일본처럼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10배 이상으로 늘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일본은 이번달 부터 원전 재가동에 따른 발전원가 하락 요인을 반영해 가정용 전기요금은 4.03%, 산업용 전기요금은 5.94% 인하하기로 했다.

탈원전으로 인해 비용을 낮추는 길은 없다. 결국 이 거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많이 벌 수 밖에 없다. 수출을 통해 극복하거나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수출 대상국들은 '탈원전을 하는 나라'에 어떻게 원전사업을 맡기겠냐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최근 21조원 짜리 영국의 원전사업에서 한전은 우선협상자 자격이 박탈됐다. 수출 장려한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탈원전 외치는 순간부터 수출에 대한 가능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전기료 인상이라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얘기가 언제 나오나 했더니 역시나다. 그 이유는 절대 탈원전 때문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고, 특히나 대기업들이 값싼 전기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전형적인 일련의 주장들이 이어진다. 이 모든 수순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현 정부만 몰랐을 수도 있다.

이처럼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긴 적자를 세금으로 메꾸겠다는 전형적이고도 지긋지긋한 시나리오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총리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요금을 인하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40도가 넘어가는 이 폭염 속에서 '전기요금 인하'라는 말은 너무나도 멋지지 않은가.

탈원전으로 적자 찍기 시작했으면 원전이나 좀 돌리고 그런 멋진 말들을 하시기 바란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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