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 김경수 지사 압수수색 영장에 '드루킹 공범' 적시
특검, 김경수 집무실·관사·국회사무처·의원회관 압수수색
특검,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 金지사 소환할 듯
"드루킹, 안희정 통해 재벌개혁 추진 구상했다"

 

민주당원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일 오전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집무실과 관사, 그리고 국회사무처와 의원회관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 소속 17명의 검사와 수사관은 이날 김 지사의 경남도청 집무실 등에서 댓글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김 지사의 차량 역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특검은 압수수색 영장에 김 지사를 ‘드루킹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경수 지사가 국회의원때 쓰던 업무용PC가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포맷돼 드루킹 김동원씨와 김 지사의 공모 관계를 증명해낼 수 있는 핵심 단서가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전 의원과 보좌진이 사용했던 컴퓨터는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로우 포맷을 적용한다"며 "김 지사가 사용했던 컴퓨터도 같은 규정으로 처리됐다"고 말했다. 

로우 포맷은 일반 포맷과 달리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영구 포맷 방식이다. 

한편 김 지사가 의원 시절 사용했던 PC저장 자료가 삭제된 것이 전해지자 야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특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김 지사의 전 컴퓨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경찰도 가능했던 것”이라며 “경찰이 정권 눈치를 보며 미적대던 사이 김 지사에게 불리한 수많은 증거들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에 대한 증거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 지사를 소환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번주 주말이나 내주 초 김 지사를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앞서 김 지사가 드루킹과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을 통해 김 지사가 드루킹으로부터 개성공단 2,000만평 개발 계획을 포함한 ‘재벌개혁 공약’을 자문 받은 사실을 찾아냈다. 이후 지난 1일 김 지사를 드루킹의 댓글조작 혐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특검은 지난달 31일 첫 압수수색 영장이 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강 수사에 착수해 지난 1일 법원에 영장을 재청구했다. 특검팀은 “처음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을 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내부적으로도 큰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김 지사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보강수사에 나섰고 곧장 영장을 재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지사에 대한 의혹은 특검의 출범 이유이자 특검 수사의 마지막 관문”이라며 “그간 경공모 회원들의 휴대전화 100여대를 분석했고 진술과 정황증거도 충분히 확보한 만큼 당사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 댓글 조작 시스템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한 뒤 이들의 행동을 승인한 뒤 이후 댓글조작 결과물을 주기적으로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드루킹으로부터 ‘오사카 총영사’, ‘청와대 행정관’ 등 인사 청탁을 받은 의혹도 있다. 이날 압수수색으로 김 지사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지사는 이날 하루 연가를 내 출근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은 강금원 회장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6년째 되는 날이다"며 "오전에 충주에서 추도식이 있었고, 매년 참석했던 행사라 하루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고 전했다. 고 강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 의사를 밝히며 인연을 맺은 뒤 평생 후원자이자 동반자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일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이제 갓 1개월 남짓 된 도청 사무실과 비서실까지 왜 뒤져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필요하다니 당연히 협조할 것이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협조할 것"이라며 "(특검이) 조사 결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일방적 흠집 내기로 다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다"며 특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변호인으로 동명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58·사법연수원 17기)을 선임한 김 지사의 변호인단은 이날 "김 지사는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추도식에 참석한 뒤 변호인의 연락을 받고 서울로 상경해 휴대전화 2대를 특검에 임의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과 협의된 장소에 직접 가서 특검 측을 만나 임의제출 요구에 응했다"면서 "김 지사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내일은 도청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드루킹 김동원 씨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통해 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구상을 했던 것이 확인됐다고 동아일보가 2일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 씨는 김 지사에게 안 전 지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자고 제안했고 실제 올 1월 안 전 지사 강연회가 성사됐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 씨의 휴대전화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에 김 씨는 측근들에게 2017년 11월 15일 국회를 방문해 김 지사를 만나 나눈 얘기를 전했다. 김 씨는 그 내용을 ‘20171115미팅주제정리.docx’파일에 저장해 보관했다.

이 파일에는 김 씨가 당시 측근들에게 “최근 청와대 초청과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충남 방문에도 안 전 지사는 당 대표 출마를 확답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바둑이(김경수 지사를 의미)는 몹시 초조한 상태”라며 “안 전 지사를 설득하는 역할이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강연 초청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바둑이도 강연 초청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며 “만약 내가 내려갈 필요가 있다면 부르면 내려가겠다고 했다”고 파일에 기록했다. 김 씨 자신이 만든 모임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가 안 전 지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안 전 지사에게 당 대표 출마를 권유하겠다는 의도였다.

안 전 지사는 올 1월 1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경인선’ 주최 모임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 김 지사는 올 4월 기자회견에서 “드루킹이 안 전 지사를 강연에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안 전 지사 측을 연결해 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이에 앞서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자신이 구상한 재벌개혁 정책을 완성할 적임자로 지목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경 작성한 ‘소액주주 조직을 이용한 재벌개혁계획 보고’ 문건에서 4대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정치적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 적임자를 안 전 지사로 명시했다.

김 씨는 이 문건에서 “안 전 지사가 재벌개혁안의 정치적 보증인이 되어 준다면 문재인 정권은 정치적 개입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안 전 지사는 재벌개혁의 성과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취할 수 있으므로 차기에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