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숨겨진 딸' 의혹에 휩싸이며 퇴진 압박을 받아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오는 16일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거듭 부인하면서 지난달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결국 조기 퇴진하게 됐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성우 스님은 1일 오후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설정 스님을 예방한 뒤 "총무원장 스님이 16일 개최하는 임시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지난 27일 기자회견 당시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조속히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이후 닷새 만에 용퇴 의사를 밝힌 셈이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임기 4년의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당선돼 11월 취임했다. 이후 올해 4월27일 문재인 정부 첫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판문점 선언 채택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국론의 통일'을 야권에 요구하는 등 정부의 대북유화기조에 적극 호응해왔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설정 스님에 대해 선거 당시 학력 위조 의혹, 수덕사 한국고건축박물관 등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은처자 의혹 등이 제기됐다. 설정 스님은 서울대 학력 위조 의혹을 인정했으나 은처자 의혹은 부인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1일 MBC 'PD수첩'이 설정 스님 관련 의혹을 다루고 설조 스님이 40일 이상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설정 스님은 거센 퇴진 압력을 받아왔다. 종교·사회계의 좌파 성향 인사들도 이에 호응하며 조계종 집행부를 겨냥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은 앞서 지난달 17일 불교계 시민단체 외에 진보연대, 전교조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노동단체 등과 함께 '설조스님 살리기 국민행동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한편 이날 용퇴 소식을 전한 성우 스님은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8월 23일 일부 세력들이 개최하려는 승려대회를 인정할 수 없으며 적극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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