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기존 10%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무역전쟁의 승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해외 주요 외신들 사이에선 전문가 기고를 통해 중국의 경제 문제를 지적하면서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의 피해는 미미할 것이란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WSJ은 지난달 31일 도널드 러스킨의 '중국이 무역전쟁서 지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어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이유에 대해  중국이 직면한 경제적 위기 상황을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에 4.1%의 성장률로 근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현재 중국은 디폴트 규모가 확대되면서 저성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성장률은 2010년 12%에서 하향 추세를 보이며 6%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마저도 붕괴되어 5%로 주저 앉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뉴뷰(New View)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를 통해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무역전쟁의 결과로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연간 국내총생산(GDP) 6~8%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며 중국 정부가 위험을 완화하는 강력한 조처에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수년 내에 성장률이 5% 수준으로 급격히 둔화하거나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실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 대한 중국 수출 의존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 대비 5배 가량 높다"며 "관세 부과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지는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패배를 인정할 가능성은 그러나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전면적인 무역전쟁 때 중국의 성장률은 최대 1.5% 떨어지고 미국은 0.1~0.3%가량 하락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와 소매판매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정자산투자는 올해 상반기 29조7316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6% 증가율에 그쳤다. 2013년 19.6%의 증가율을 보였던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014년 15.7%, 2015년 10%, 2016년 8.1%, 2017년 7.2%으로 급격히 둔화됐다.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 또한 2013년 13.1%에서 2014년 12%, 2015년 10.7%, 2016년 10.4%, 2017년 10.2%로 줄어드는 추세이며, 올해 상반기엔 9.4%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이같은 투자와 소비의 둔화 문제 뿐만이 아니라, 늘어난 통화량으로 인해 중국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투자와 소비가 부진하다면 이는 기업의 디폴트로 연결될 수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40% 수준에서 지난해 GDP의 257%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신규 부채의 40%는 중국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국영은행에 의존했던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라고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기업들의 채권은 팔리지 않아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점차 사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최근 중국의 최대 석탄·화학업체인 윈타임에너지(Wintime Energy Co)는 최근 5년간 빚이 네 배로 늘어났으며, 지난 달 체납규모는 한화로 약 2조원에 달했다. 이에 윈타임에너지는 지난해 100억 위안 이상의 채권을 발행했지만 약 3분의 1수준인 36억 위안 어치의 채권만이 팔린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을 분석하며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최근 중국기업들의 최대 문제는 무역전쟁이 아닌 자금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또한 자금난을 겪는 중국 기업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채무불이행 규모는 지난달까지 벌써 한화로 약 3조원, 작년 전체의 80%에 육박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들의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사상 최대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중국의 공장 가동률이 50~60%까지 떨어지고 투자는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경제성장률 6%도 사실 낮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채 문제는 물론이고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경우엔 금융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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