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군기밀 연이어 폭로하고 대통령 장단맞추듯 지시사항 발표" 유착의혹 제기
센터 소장 임태훈씨, 항문성교 '추행' 규정한 군형법 92조6 이유로 병역거부 복역
원내대표·대변인단 "性적취향 따른 군 기피자가 군 개혁? 우려 당연"
임씨, 군인권센터 명의로 퀴어축제 참여도…민주당·정의당과 사실상 연대
군인권센터, 정권교체 전후로 朴정부 고위직·軍수뇌부 공격 현안마다 등장

(왼쪽부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소장을 맡은 임태훈씨.(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소장을 맡은 임태훈씨.(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최근 김성태 원내대표 지시 하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친여(親與)좌파성향 민간단체 군(軍)인권센터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위수령·계엄 절차를 검토한 문건이 군사기밀임에도 이들에게 무단 유출돼 여론전에 남용된 데 따른 것이다. 현 여권과 군인권센터가 이념·정치적으로 유착됐다고 볼 법한 행적도 한국당의 '강공 모드'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군인권센터 집중포화…군기문란 진상규명TF 구성
 
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김의겸 대변인은 2급 군사기밀로 지정된 계엄령 문건을 국방부 보안심의위원회가 기밀 해제 조치를 하기 전 공개했고, 군인권센터는 연일 군 내부 기밀을 폭로하고 있다"며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는 만큼 당 내부에 법적 절차를 검토해 검찰에 고발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참에 군인권센터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군인권센터 소장' 직함을 가진 임태훈씨가 성(性)정체성에 의한 병역거부로 구속된 전력 등에 따라 "군(軍)개혁에 대표성이 없다"고 직격했다.
 
특히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가 연이어 군 내부 기밀을 폭로하고 대통령은 장단 맞추듯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며 여권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우리 당은 안보에 가장 중요한 군사기밀 문서들이 어떻게 시민단체에 손쉽게 넘어가는지 파악해 보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김 대변인에 대해서도 "국방부 보안심의위가 지난 23일 계엄령 문건에 대해 비밀해제를 했는데 김 대변인은 사흘 전인 20일 해당 문건을 청와대 브리핑에서 들고 나와 흔들었다"며 "'작성권자가 2급 비밀로 했지만 지정권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뒤늦은 해명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방부를 어릿광대로 만들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에 따라 같은날 김 원내대표 측은 국방부 차관 출신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군기문란 진상규명TF'를 구성한다고 알리는 등 강공 태세를 견지했다.
 
TF 출범 배경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군인권센터란 시민단체가 이름 그대로 군 인권 관련 문제를 제기한다면 모르겠지만 최근 (기무사 문건 등) 일련의 군 내부기밀 유출사례는 인권과 관계없는 군 구조개혁과 관련된 이슈들"이라며 "다분히 의도된 정치적 기획과 정치적 유착의 의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차원의 TF활동을 통해 군 기강 해이와 하극상 논란은 물론 군 내부자와 시민단체의 유착 의혹과 기밀유출 의혹까지 반드시 그 진상을 밝혀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性的취향 따른 병역거부자 시각으로 軍문제 재단 안돼" 강공
 
이런 가운데 김 원내대표는 군인권센터 소장 임씨에 대해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분이 군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발언해, 일각에서 '소수자 혐오'라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고 임씨 본인도 명예훼손 혐의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원내대표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구속된 전력이 있는데 문재인 정권과 임씨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고, 성정체성을 거론한 데 따른 논란에도 "사과할 뜻이 없다"고 벽을 쳤다.
 
임씨는 과거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했고 2002년 병역을 거부해 2004년 구속, 1년4개월여간 복역했다. 한국당은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성정체성 혼란 논란이 있고 군입대를 거부해 군형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사가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의 소장이라는 직함으로 군 개혁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재차 못박았다.
 
임씨 병역거부 사연에 대해서는 성소수자 권리 강화에 가장 우호적인 정의당 소속 김종대 의원이 "군형법에서 동성애 차별이 없다면 (본인이) 군대를 보내달라고 했다. 차별에 반대한다고 저항해서 감옥에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19일 국방위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백승주 의원이 "성적 취향으로 군에 안 간 사람이 해병대에서 (인권위원으로 위촉돼 장병들을) 교육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진 데 따른 변호였다. 당시 김종대 의원은 "(임씨는) 군인권 분야의 외로운 등불같은 존재"라며 "이데올로기(이념)적으로 재단되면 안 된다"고 변호했다.
 
반면 한국당은 1일 '성정체성이 군 개혁에 문제가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홍지만 대변인 논평으로 이념편향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홍지만 대변인은 "우리는 개인의 성적 취향을 왈가왈부한 게 아니고 그가 개인 영역에서 뭘 한건 상관 안한다"며, 그러나 "군대를 성정체성과 관련된 시각으로 재단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는 그가 제한적, 편파적 지식만으로 군을 때리고 인기몰이를 하며, 성정체성에 대한 일각의 동정과 결합해 군 변화의 동력으로 잘못 동원될 위험성"을 거론한 뒤 "거창한 양심도 아니고 성적 취향을 이유로 한 병역기피자가 군 개혁을 운운하는데 대해 늘 안보를 걱정하는 우리 당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임씨가 2009년 설립한 군인권센터는 군 사고·의문사 등 보편적인 군 인권문제를 제기, 관련자 처벌 주장에 앞장서 왔다. 그 외에도 군 내 동성애자 색출과 처벌 반대, 항문성교를 '추행'으로 규정한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 등 주장을 펼쳐온 바 있다.
 
임씨 개인은 물론 군인권센터라는 단체 이름을 걸고 동성애자 권리 강화운동단체들과 서울광장 퀴어 퍼레이드에 동참한 사례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지 오래다. '소수자 혐오 반대'를 넘어 권리 보장·강화를 외치는 해당 단체들은 좌파정당인 더불어민주당·정의당과 사실상 연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군인권센터는 정권교체 전후를 막론하고 ▲2016년 7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아들 운전병 보직 특혜 의혹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요구(미해결) ▲지난해 5월말 한민구 국방장관을 겨냥한 사드 보고누락 의혹(사실 아님) ▲지난해 7월말 일각에서 '김관진 라인'으로 부르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 공관병 갑질 의혹(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올해 3월 위수령 검토 논란 계기 '촛불집회 무력 진압 모의설'(사실 아님) 등을 제기, 전임 박근혜 정부의 군 수뇌부 인사들을 겨냥한 폭로전에 앞장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임씨는 단체 설립 전인 2008년에는 '광우병 괴담 촛불집회'의 진원지인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 인권법률팀장으로 활동한 바 있고, 2016년 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벌어진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는 군인권센터 이름으로 참여했다. 이 단체는 당시 시위대의 반(反)경찰 여론이 팽배하던 중 "의경은 박근혜의 방패가 아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가세했다.
 
군인권센터는 탄핵 이후 1년여 지난 올해 3월에는 국방위 소속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촉발한 군의 탄핵 정국 위수령 원론적 검토 사실을 계기로 '수도방위사령관 주재 촛불집회 무력진압 모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허위라고 육군은 확인했다.
 
올해 7월초에는 이철희 의원과 하루 차이로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단계별 조치 검토 관련 문건을 공개하고 '탱크와 장갑차 수백대 동원 촛불 무력진압설'을 확산시켰다. 이후에도 '전현직 기무요원' 등 출처가 불분명한 제보를 토대로 "기무사 해체" 주장까지 폈다.
 
군인권센터가 '기무사 공격'에 나설 동안,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은 일제히 군인권센터의 미확인 주장을 인용해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친위쿠데타를 기도했다며 기무사를 해체하라는 선동 논평을 '부지기수'로 쏟아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