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좌파 탈출기' PenN 연재를 마무리하며…[윤희성]
'나의 좌파 탈출기' PenN 연재를 마무리하며…[윤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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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수상자 배재희 씨 탈출기 읽으며 오만했던 자신 발견
'태생 우파'라고 자부했던 나를 과감히 버리고 거듭나려 노력
화제 속에 홈페이지 연재 마무리 … 영상 제작 후 유튜브에 업로드 예정
윤희성 기자.

5월 어느날, 제1회 청춘콘서트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종로3가 한 식당에서 정규재 대표 겸 주필, 조준경 기자와 함께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허름하지만 오래된 한 국밥집에서 정 대표는 '나의 좌파탈출기' 공모전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시작한 좌파탈출기는 57명이 참가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제2회 청춘콘서트의 메인 행사가 됐던 좌파탈출기 발표회 및 시상식이 끝나고 기자는 펜앤드마이크(PenN) 홈페이지 게재에 동의한 응모자 18명의 수기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남정욱, 홍지수 작가가 심사를 봤기에 좌파탈출기를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홈페이지에 연재하기 위해 글들을 꼼꼼히 읽으면서 기자도 느낀 바가 있어 일종의 고백인 이 글을 쓴다.

기자는 좌파탈출기에 응모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면서 좌파 세계관에 물들어 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태생 우파'라고 자부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세상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25살, 당시 2008년은 광우병 선동에 세상이 혼란스러웠다. 광화문으로 시위하러 가자는 학생들에게 광우병이 진실인지 의심된다는 말을 했다가 인터넷 공간에서 아주 고초를 겪은 일이 있었다. 우파적 세계관을 이해하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기보다는 단지 뭔가에 휩쓸려 가는 기분이 들어 선동 세력에게 반감을 가졌던 시기였다. 그때부터 캠퍼스 내에서 우파로 불리기 시작했고 우파인줄 알고 살았다. 

어린 시절에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4년간 1년에 360일 이상을 야구장에서 보내던 야구선수가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은 왼손으로 농구를 하는 것이었다. 발을 사용하는 운동에는 큰 소질을 보이지 않았기에 태생적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까지 되면서 운동을 했던 이유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운동장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가 아닌 '좌'를 행한 일은 왼손으로 농구를 한 것이 유일하다고 농담처럼 말하며 살았던 기자다.

좌파탈출기를 보내줬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배재희 씨의 글을 읽다가 기자가 태생 우파가 아닌 좌파에서 탈출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배 씨는 자신의 좌파탈출기 일부에서 환경론적 선입견이 자신의 청춘을 유독 교조화시켰다고 썼다. 그는 그린피스 같은 환경론자들 저널을 편집증적으로 읽으면서 '문명이란 지구라는 가여운 여성을 유린하고 오염시키는 성적 착취행위와 같다'고 글을 쓰면서 자연 정령론자 비슷한 이야기를 떠들었다고 고백했다. 제2회 청춘콘서트에서 발표까지 했던 배 씨는 글에는 없던 자신의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기자는 여기서 태생 우파라고 자부했던 스스로의 오만을 무너뜨렸다. 

배 씨는 수기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몇년간 샴푸를 사용하지 않은 적 있다'고 말했었다. 기자는 대학에서 샴푸는 물론 각종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살았었다. 고교시절 기자가 어설프게 지었던 영어 이름도 'John Green'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스스로 얼마나 자연주의적인지를 친구들에게 뽐내던 과거도 갑자기 머리에 스쳤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유물론적 세계관인 현세·인본주의자였던 기자에게는 자연·환경이라는 것이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존재였다. 세상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는 생각은 자연을 이용하는 인간에게 죄의식을 주고 인간은 친환경이라면 비판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이는 종교의 믿음과 일치하는 측면이 많다. 

스스로 태생 우파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것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던 스스로의 오만의 결과물이었다. 운동하느라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기자는 일을 시작하면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은 했었지만 먹고살기 위해 읽는 기자의 책읽기와는 달랐다. 모르면 굶는다는 절실함이 기자에게 아주 조금씩 무언가를 알게 했다. 이제야 걸음마를 시작한 지식의 세계에서 또 오만을 떨지 않을까 늘 두렵다. 

PenN 홈페이지에 연재되던 제1회 나의 좌파탈출기에 많은 독자가 관심과 격려를 보냈다. 펜앤드마이크는 이번 공모전에 참여한 분들을 스튜디오에 모셔 '나의 좌파탈출기'를 영상으로도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내보낼 예정이다. 글과는 또다른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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