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적 핵·미사일실험에 적대세력 제재 부당…제재준수는 무모한 행동"
"분위기조성만 말라"며 5.24조치 해제·개성공단 재가동·금강산관광 재개 요구
"민족 위에 외세 올려놔, '동맹' 우선에 쉬운길만 골라 치적 광고만" 비난
"29일 만에 2차례나 이룬 南北정상회담 과연 누가 승인했나" 고압적 태도도

북한 김정은 정권이 31일 관영·선전매체를 대거 동원해 "관계개선의 거세찬 실천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조성으로 그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한미동맹·대북제재 '이탈'을 노골적으로 종용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이날 '무엇이 북남관계의 새로운 려정을 가로막고있는가'라는 제목의 6면 논설에서 남북 통일 농구경기대회 등 일련의 대화·협력 추진 상황을 거론한 뒤 "일촉즉발의 전쟁국면에 처해 있던 지난해 말까지의 북남관계에 대비해 볼 때 상상 밖의 경이적인 변화"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북측은 이 로동신문 논평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선전매체 '려명', '메아리', '류경', '우리민족끼리', '조선의 오늘' 등에 똑같은 제목으로 일괄 게재했다.

로동신문은 "오죽하면 거머쥐면 잡히지 않는 비누거품에 불과하다는 평까지 나오겠는가"라며 각종 남북 협력 사업을 놓고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있게 진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 여기 저기에서 무엇을 한다는 여론만 무성할 뿐"이라고 혹평했다.

뒤이어 "북남관계를 다루는 남조선당국(한국 정부 지칭)의 공식은 '비핵화 진전에 따른 관계 개선 추진'이다. 판문점선언이 채택된 때로부터 석달이 돼오는 현 시점에서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론을 꺼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7월31일자 6면 논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7월31일자 6면 논설

신문은 "남조선당국은 5.24 대북제재(5.24 조치)와 유엔 제재라는 안경을 끼고 북남관계를 다루니 제 입으로 말 한마디를 하자고 해도 이쪽의 눈치를 봐야 하고 제 팔다리를 움직이자고 해도 저쪽(미국 지칭)의 기분 상태를 고려해야 하는 등 민망스러운 행태를 보이며 제 스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 측이 백마디 말하느니 하나의 실천행동이 더 필요한 때라고 추궁하자 남측은 여전히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그런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여건'이란 미국과 유엔의 대조선(대북)제재가 해결됐을 경우, 다시 말해 '그 누구'(자신들을 지칭)의 비핵화가 이뤄졌을 때로서 저들은 감나무 밑에 가만히 누워 홍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로동신문은 "지적할 것은 대북제재가 다름아닌 남조선당국이 스스로 진 오라줄이라는 것"이라며, 대북제재를 "우리 공화국이 외세의 침략과 전쟁위협으로부터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자위적인 핵시험과 탄도로케트(탄도미사일)발사를 진행했다고 하여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이 조작해낸 천부당 만부당한 조치"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를 "민족 위에 외세를 올려놓고 북남관계보다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며 어려운 국면 타개보다는 쉽고 평탄한 길만 골라짚고 북남관계의 분위기 조성으로 치적 광고에만 집념한다"고 비판하며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했다.

신문은 "손잡을 것은 동족의 선의의 손길뿐"이라며 "어느 외세도 제 일처럼 달라붙어 노력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불과 29일만에 2차례나 이뤄진 북남수뇌상봉과 회담들이 과연 그 누구의 '승인'이나 그 무슨 절차를 밟아서 진행되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사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가질 수 있었음을 과시한 셈이다.

나아가 "사태의 심각성은 남조선당국의 '여건 조성'이라는 말치레가 대북제재 준수라는 무모한 행동조치로 번져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로동신문은 보다 구체적으로 통일부를 지목해 "북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고려항공이 아닌 다른 나라 비행기를 타도록 버젓이 요구하고있으며 물 한컵도 제대로 사먹지 못하게 훼방을 놀고있는 등 과거 보수정권의 대결행태와 다를바없이 치사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아울러 "그런가 하면 《전면적인 제재압박만이 북조선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수 있다.》, 《제재압박에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제재압박을 해제하면 비핵화가 늦어진다.》고 고아대는 외세에 발라맞추며 북남관계의 《속도조절》론까지 내들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한 "주변국들까지도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있는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남조선당국이 민족보다 외세를 우선시한다면 구태여 마음에 없는 관계개선 타령을 늘어놓느라고 목이 쉬지 말고 《동맹강화》에 힘을 넣으면서 생겨먹은대로 살아가는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온 겨레가 남조선당국의 행동을 예리하게 주시하고있다"며 "우리는 남조선당국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북남관계 개선에 진정으로 발벗고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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