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회담 때 "생활 나아질 것" 기대↑ 불구 "아무것도 안 바뀐다"로 돌아서
韓·中·美와 정상회담에 "경제 어려워 머리숙여 항복한 격" "역시 김정은은 애송이" 혹평도
北 6월 對中수출액도 전년比 92% 감소…"무역 전체대비 밀수 영향 미미할것"
이북 소식통들 "韓·中으로 도망가고 싶다" "서민에 주어진건 빈곤뿐" 좌절감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외교를 과시하기 시작한 지 세달째지만, 북한 경제가 호전되지 않자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급격히 '냉랭'해졌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실제로 북한 경제는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제재·압박으로 지난해 마이너스(-) 3.5%의 큰 폭으로 역성장했고, '고난의 행군 이후 20년 만의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 상황에서 민심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는 해석이다.

일본의 대북(對北)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30일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지부 대표의 보도를 통해 "중국·한국·미국 정상과 연쇄 회담을 가진 것으로 북한 내에서는 김정은의 평가가 호전되고 권위 제고에도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7월에 들어서자 주민 사이에서 정권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경제 악화가 지속되는 생활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에 불만이 강해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짚었다.

아시아프레스는 남북정상회담 현장을 방송을 통해 하루 늦게 접한 북한 내부 취재원들에게 감상을 요구하자 "감동했다", "적지에 들어가는 김정은 원수의 용기는 굉장하다", "이걸로 생활이 나아질 것이다", "남쪽이 도와줄 것이다"라는 반응을 접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쁨과 기대를 드러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며 시진핑 중국 주석과 총 세번의 북중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가진 6.12 미북정상회담을 거쳐 북한 내부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급상승했다고 한다.
 
이 매체는 "그런데 판문점회담에서 3개월이 지난 지금 북한 내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변화가 안 보이고 경제 악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평양의 공기가 차가워졌다"고 표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평양에서 7월 초 중국으로 출국한 중견 사업가'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 이런 상황을 보다 자세히 소개했다.

Q. 한·중·미 정상 회담을 하여, 김정은의 국내 평가가 꽤 높아졌다고 하는데.

"한국 및 강대국과의 정상회담이 이어져 로동신문 등에서 '김정은 원수님의 위대한 외교술'이라고 기리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주민들이) 깨어나 버린 것 같다. 생활은 여전히 심각하고, 무엇도 변하는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정상 외교는) 경제가 어려운 것으로 머리를 숙여 항복한 격'이라고 한다. 평양의 사람들의 대부분은 핵 개발 때문에 경제 제재를 받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김정은은 역시 애송이'라는 사람도 있다.

직장 조회나 주민 대상 강연 등에서 '중국과 관계 좋아졌다고 해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미국과 한국이 적이 아니게 된 것은 아니다.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런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Q. 제재로 평양의 경제도 나빠졌는지.

"수입이 종전의 절반이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돈의 유통이 악화되고 사업이 잘 되질 않는다. 시장에서도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택시도 수요 감소로 손님이 줄었다. 아는 사람도 택시 운전사를 그만뒀다."

Q. 평양의 식량 배급은 어떤지.

"공장, 직장마다 다르다. 국가 무역 기구, 군수 공장, 보위원, 보안원 등에는 매달 백미(白米)가 공급되고 있다. 일반 기관과 공장은 가구주만 백미고, 가족은 잡곡이다. 6월 배급은 (한달치가 아닌) 10일분만 지급됏다. 잡곡 7 대 백미 3이었다. 예전보다 줄었다."

이 대목에서 아시아프레스는 "북한에서 지역으로 식량 배급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평양뿐"이라고 부연했다.

Q. 식량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다. 시장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국가에 돈이 없는 것이다. 인민군 병사의 대우가 매우 나빠지고, (아들 딸을 입대시켜둔) 부모들의 불만이 강하다. 3개월에 한번, 먹을 것을 보내주지 않으면 아사한다고 서로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 세관당국이 북한과의 상반기의 무역 통계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1296만 5000달러(약 14억엔)에 머무르며 전년 동월대비 92% 감소를 기록했다.(사진=아시아프레스)
지난 23일 중국 세관당국이 북한과의 상반기의 무역 통계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1296만 5000달러(약 14억엔)에 머무르며 전년 동월대비 92% 감소(노란 색상 표시)를 기록했다. 지난 1~5월 수출액 역시 전년대비 큰 폭인 77.2%~9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아시아프레스)

이런 인터뷰의 배경으로, 아시아프레스는 지난달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이 1년 전보다 92%나 격감했다는 정황을 전했다.

지난 23일 중국 세관당국이 북한과의 상반기의 무역 통계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1296만 5000달러(약 14억엔)에 머무르며 전년 동월대비 92% 감소를 기록했다. 외화 수입에 타격이 계속되고 있다.

6월 경부터 중국 당국이 국경에서의 밀무역을 묵인했고 밀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무역 전체로 보면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내다봤다.

석탄, 섬유 제품, 철광석 등 주요 수출 상품의 생산은 거의 멈춘 채로 수백만명의 현금 수입이 크게 줄었으며, 무역 수입을 분배하고 온 평양의 부유층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지도층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이 확산되는 상황은 지방 도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시아프레스는 양강도에 거주하는 취재원으로부터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는 이로써 통일도 가까워지고, 한국이 지원해주고, 매상이 오른다던가 삶이 괜찮아질 줄 알았다"며 "(하지만) 삶은 날마다 악화되고 있다. 밀수로 한숨 돌린 무역 회사도 있지만 저는 중국이나 한국으로 도망가고 싶을 정도"라는 입장을 들었다.

함경북도 도시에 거주하는 취재원의 경우 "역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모두 (김정은에게) 실망했다는 분위기다. 아내가 시장에 나가서도 손님이 하나도 없는 날도 있다"고 크게 낙담했다.

그는 "물건이 안 팔리니까 시장세를 내면 손해가 나므로 장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생활고로 원망스럽다는 사람이 늘었다"며 "(정상회담이 이어진 때는) 이제 당장이라도 생활이 좋아진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우리 서민에게 주어지는 것은 빈곤 뿐"이라고 현실 인식을 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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