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드루킹 메신저 대화내용 보니
金 “자료 러프하게라도” ... 드루킹 “들고 가겠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 ‘드루킹’ 김동원씨(49)에게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 공약과 관련해 조언을 요청한 정황이 드러났다. 허익범 특검팀은 드루킹이 제출한 USB에서 이같은 단서를 발견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이 입수한 메신저 대화내용에는 지난 1월 5일 김 지사가 김씨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가 러프하게라도 받아볼수 있을까요? 다음주 10일에 발표 예정인데 가능하면 그 전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포함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목차라도 무방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김씨는 “논의과정이 필요한 보고서라서 20일쯤 완성할 생각으로 미뤄두고 있어서 준비된 게 없습니다만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가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다음날인 6일 김 지사는 김씨에게 “여의도 국회 앞 OOO에 제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곧 뵐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김 씨는 “네, 알겠습나”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사람의 대화 내용대로 지난해 1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민성장 정책공간’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3차 포럼에 참석해 ‘재벌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에는 대기업 등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 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보장과 집중투표제 등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이 입수한 대화내용에는 김 지사가 김씨에게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대한 반응을 묻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김씨는 “와서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날 김 지사가 김씨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검은 이같은 대화 내용이 김 지사와 김씨의 관계를 암시하는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권 핵심 인사를 겨냥한 특검팀의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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