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트럼프 3자선언 先제안에 김정은 '中 포함 4자선언' 요구로 무산"
"6.12회담 이후 北 요구해온 종전선언, 4자선언 의미"
"트럼프-문재인 백악관 회담 계기 3자 선언 준비했으나…中 입김 영향일듯"
강경화 "中참여가 종전선언 무게 더해" 뒤이어 7월중순 양제츠-정의용 접촉 확인
"정부 실무차원서 3자 종전선언 가안 마련" 보도에 靑 뚜렷한 반박 없이 부인

6.12 미북(美北) 정상회담 이후 50일 가까이 지났지만 북핵 제거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남북 정권이 요구하는 '연내 종전선언'에 미국이 선을 긋는 가운데 종전(終戰)선언을 둘러싼 회담 논의가 뒤늦게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쪽에서 한·미·북 3자 종전선언을 선(先)제안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포함한 4자 선언" 요구로 맞받으며 논의가 일단락됐다는 것이다. 

미북 핵협상 구도에서 제3자로 전락한 한국의 '문재인 청와대'는 당시 대통령 지시는 없었지만 종전선언문 가안(假案)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선언문 가안 마련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6.12 미북정상회담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31일 "싱가포르 회담(6.12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미(한미북) 3국으로 제안했으나 김정은이 중국이 제외된 종전선언 체결에 부정적이었고, 그래서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 전언을 보도했다.

북한이 이달 초 세번째로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직후 외무성 성명을 내 "종전선언을 빨리 발표하는 것은 조미 사이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라고 주장한 것 역시 '4자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이라고 한다.

남북 정권이 밀어붙이려는 종전선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5월22일 백악관 회담을 계기로 '3자 선언'으로 방향이 잡혔고, 한미는 싱가포르에서 '3자 종전선언'을 심도 깊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특히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이 국제법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전협정 이후 미국이 만든 대북압박용 법안·정책과 충돌하지 않는지, 한미동맹과 대북 군사옵션에 미칠 영향까지 살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종전선언문 가안까지 마련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적 차원에서 미북정상회담 후 바로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어 선언문 가안을 마련해 놨었다"고 했다.

특히 소식통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 정상들이 마음만 먹으면 비핵화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면서 "법적 절차가 얽혀 있는 평화협정과는 다르다"고 지금껏 청와대가 밝혀 온 입장을 대변했다. 

문재인 정부 입장대로면 법적 근거도, 구속력도 없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한미 정상이 공동으로 "평화·안보 위협"으로 꼽았던 '북핵' 제거 없이 강행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이 판문점선언에서 가능성을 열어뒀던 3자 선언을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거부한 것은 결국 중국의 강한 입김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있으며, 최근 중국은 외교채널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도 자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7월 중순 비공개 방한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종전선언문 가안 마련 사실은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1일 기자들을 만나 "양 위원이 다녀간 것은 사실이다. 양국 정부간 보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비공개로 한 것"이라며 "좋은 분위기에서 '양국 현안'을 논의했으며 합의가 이뤄졌다든지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의용 실장과 양 위원 사이에서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해제 차원의 5가지 조치가 논의됐다는 보도가 맞느냐는 질문에는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언급된 5가지 조치는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정상화 ▲롯데마트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 ▲선양롯데월드 공사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한중 환경 문제 등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이 관계자가 말한 '양국 현안'은 중국까지 포함한 4자 종전선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중국의 참여는 종전선언이란 합의에 무게를 더하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0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한·미·북·중 사이에서 종전선언을 주제로 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관계자는 다만 미북정상회담 무렵 청와대가 종전선언문 가안까지 만들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북미(미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논의했으나, 청와대가 종전선언문 가안을 마련했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