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日가마쿠라 막부 개설前 권력 장악한 다이라(平) 가문
권력-재력 모두 장악하면서 폭주와 전횡 일삼다가 몰락
요즘 잘나가는 '한국판 헤이케(平家)'는 좌파와 호남?
특정지역 압도적 지지 받는 좌파정권 감안해도 도가 지나쳐
거꾸로 뒤집혀도 한참 뒤집힌 대한민국 앞날이 걱정이다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일본 역사에서 무사(武士) 정권이라고 하면 흔히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 에도 막부를 일컫는다. 가마쿠라 막부는 1185, 무로마치 막부는 1336, 에도 막부는 1603년에 각각 수립됐다. 가마쿠라 막부는 미나모토 요리토모(源賴朝), 무로마치 막부는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 에도 막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막을 열었다.

하지만 미나모토 요리토모에 앞서 무장(武將) 출신으로 가장 먼저 권력을 잡은 사람은 다이라 기요모리(平淸盛)였다. 그는 막부를 따로 개설하지는 않았지만 귀족들이 독점해오던 조정의 최고 관직인 태정대신에 무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올랐다. 일왕(日王)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퇴위시키고 자신의 외손자를 왕에 즉위시키는 등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다이라() 가문은 한때 조정의 3품 이상 고위관직 중 16, 5품 이상 관직 중 30여 명을 차지했다. 그들 가문의 영지(領地)는 일본 전역의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다이라 가문이 권력과 재력을 독점하고 후유증이 커지자 헤이케가 아니면 사람이 아니다’(平家に あらずんば に あらず)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정 세력의 독주를 다소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이 표현은 지금도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경구(警句).

시간이 흐르면서 다이라 집안이 지나치게 전횡을 부리고 관직과 영지를 독식하는데 대한 반발이 확산됐다. 다이라 기요모리가 세상을 떠난 직후 다이라 가문, 즉 헤이케(平家) 는 미나모토 요리토모를 중심으로 하는 반대세력에 순식간에 무너졌다. 한때 하늘 높은 줄 몰랐던 다이라 가문의 주요 인사들이 함께 몰락하고 목숨을 잃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12개월가량 행정부, 사법부, 검찰, 군경(軍警), 공공기관, 방송사및 언론관련 단체 등의 고위직 인사를 지켜보면서 '헤이케가 아니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종종 떠올리곤 한다. 12세기 한때 권력을 독점했던 일본의 다이라 가문, 즉 헤이케에 해당하는 것이 요즘 한국에서는 이념적으로는 극좌에 가까운 좌파, 지역적으로는 호남이라는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금 한국은 전대협 등 극좌 대학 운동권 출신, 참여연대 민변 전교조 민노총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전교협 전농 같은 좌파 단체에 몸담은 적이 있던 사람들의 전성시대다.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비롯해 곳곳의 요직에 급진 좌파들이 포진해 정권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의 사법부 역시 고위직은 물론 평판사까지도 좌파 성향 판사들이 주요 보직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특히 행정부와 사법부를 장악한 좌파 중에는 온건한 사회민주주의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듯한 급진 좌파, 또는 친북 좌파 출신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역적 편중인사도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김대중 등장이후 그 흐름을 잇는 정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온 호남 출신이 전체 인구 구성에 비해 눈에 띄게 주요 보직에 많이 기용됐다. 현 정권 출범 후 자리를 차지한 각종 공공기관의 장()과 상임감사, 심지어는 비상임이사까지도 이력을 살펴보면 이념적, 또는 지역적 코드 중의 어느 한 가지는 대부분 갖추고 있다. 이 정권 인사에서 전문성은 거의 의미가 없어 보인다. 과거 정권에서도 반대 방향의 이념적, 지역적 편중인사가 많지 않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호남 좌파가 성골(聖骨), 비호남 좌파가 진골(眞骨)이라는 말도 나온다. 좌파 성향이 뚜렷하진 않더라도 친()DJ 성향 호남 출신은 6두품 정도 된다고 할까. 다만 고향이 호남이라도 우파 성향이 강하거나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부국(富國) 대통령 박정희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 과거 비좌파 정권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중용된 적이 있는 사람은 철저히 배격되는 듯한 분위기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가장 막강한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임종석 비서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에 한양대 재학시절 전대협 의장을 지낸 성골 중의 성골이다. 광주가 고향으로 참여연대에서 적극 활동한 장하성 정책실장 역시 임 실장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성골의 범주에 들어가는 셈이다. 내각에서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성골 그룹이다. 같은 호남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이념적으로는 뚜렷한 좌파라고 보긴 어렵지만 친()DJ 성향이 강하다. 청와대의 조국 민정수석비서관과 내각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사법부의 김명수 대법원장 등은 비()호남 좌파인 진골쯤으로 분류될 것이다.

검찰 경찰 군()의 요직을 호남 출신 인사들로 집중적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채운 것도 현 정권의 한 특징이다. 법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을 모두 호남 출신으로 배치한 것은 지역별 인구 분포를 감안할 때 누가 봐도 특정지역 편중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 이들 중에는 정상적 인사체계라면 생각하기도 어려운 '초고속 승진자'도 눈에 띈다.

문재인 정권이 2년째에 접어들면서 정상적인 상식의 눈으로 보면 경제와 민생, 외교와 안보 등 국정 전반에서 나라가 무너져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자생적 적화(赤化)’가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돈다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비롯해 개인적으로도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는 국민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는 것은 나라는 어떻게 되더라도 좌파와 호남 챙기기로 혜택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아직도 상당수에 이르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좌파 정권이 들어선 만큼 자기 편인 좌파를 배려하고 집권세력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적 기반을 챙기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좌파나 호남 출신 중에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정권에서 이뤄지는 인사는 이념적 지역적 코드에 집중하느라 객관적 시각으로 볼 때 그 자리에 도저히 갈 수 없는 함량미달 인사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아무리 너그럽게 보더라도 최소한의 전문성도 찾기 어려운 낙하산이 부지기수다.

아무리 '승자 독식'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지금처럼 대놓고 이념적 지역적 코드만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주요 자리를 채우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지역편중 인사만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혜택을 보는 소수 집단은 달콤하겠지만 대부분의 해당지역 출신 인사들에게는 길게 보면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공직사회와 공공기관에서는 내놓고 말은 안 해도 파행적 인사에 대한 비좌파-비호남 출신들의 반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과거 대통령들의 인사 실패코드 인사를 강도 높게,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질타하던 언론이 그때보다 훨씬 심각하고 노골적인 인사 참사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것도 현 정권 아래서 나타나고 있는 참으로 이상한 신(新)풍속도다.

헤이케가 아니면 사람이 아니다는 일본 경구의 요즘 한국판 버전은 아마 좌파나 호남이 아니면 사람이 아니다쯤이 될 것이다. ‘국가의 자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농후한 정권에서 누가 어떤 자리를 차지했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인사정책 하나만 보더라도 거꾸로 뒤집혀도 한참 뒤집힌 대한민국의 앞날이 갈수록 걱정이다.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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