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 후원 시민은 금융계좌 조회까지 해놓고…'촛불 집회'는 무혐의 처분
검‧경 둘 중 한 쪽은 무거운 책임 져야

이슬기 PenN 정치사회부 기자
이슬기 PenN 정치사회부 기자

문재인 정부가 2만여명 태극기 시민들의 계좌를 무차별적으로 조사한 것과는 달리 동일사안인 ‘촛불 집회’ 불법 모금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종결 처리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태극기 집회 측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금융 정보를 조회한 것은 서울지방경찰청이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운동'(퇴진운동)을 불법모금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접수한 고발장에 대해 고발인 진술도 없이 무혐의 처리한 것은 서울중앙지검이다.

태극기 집회를 후원했던 시민들은 ‘사찰 당한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과 ‘불공정 수사가 아닌가’하는 배신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런데도 ‘촛불 정부’의 경찰과 검찰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자 경찰은 지난 6일 부랴부랴 탄기국의 피의사실을 공표했다. 태극기 집회 후원 6만 건 중 4만 건은 회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 보낸 불법 모금이라는 내용이었다.

발표 시점을 감안하면 이는 ‘2만여명 계좌 뒷조사’ 논란에 대한 경찰의 ‘물타기’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할 수밖에 없다. 또 경찰은 검찰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해 피의자가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훼손했다. 경찰은 수사기관이 피의사실 공표죄(형법 제126조) 로 기소된 사례가 역사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시민들의 계좌를 조회한 경찰이 탄기국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촛불 집회와 같은 방법으로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은 태극기 집회의 불법모금 혐의도 ‘불기소’ 처리할 것인가.

검찰은 딜레마에 빠진다. 검찰이 탄기국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면, 경찰은 ‘민간인 사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과잉 수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반면 검찰이 탄기국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검찰은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의 모금 방식이 어떻게 달랐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해 규정한 기부금품법 4조가 왜 태극기 집회에만 적용되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찌됐든 검찰과 경찰, 둘 중 한 측은 이 불공정 수사 의혹을 풀어야 한다. 물론 책임을 누가 지든 “이것도 수사냐”는 시민들의 비판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