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자 비율 축소 손도 못대고 포퓰리즘 '부자증세' 방침
최저임금 인상으로 줄어든 저소득층 소득 … 해결책, 근로장려금 2조6천억원 확대
'소득주도 성장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인가
고소득/대기업 세부담 늘리고 중산층 이하/중소기업에게만 감세
가속상각 등 기업 성장위한 혁신투자는 기준조차 모호 … 결국 정부, 기업 경영판단 개입

문재인 정부가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정기 국회에 제출할 '2018년 세법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일어난 저소득층 소득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장려금을 2조6000억 원 확대 하는 등 향후 5년간 15조 원 가까이 조세지출을 늘려 빈부 격차를 줄인다는 '로빈후드 놀이'식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날 김 부총리는 세제개정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을 목표로 이번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지만 고소득/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리고 중산층 이하/중소기업에게만 감세를 주는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한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전체 법인세수 가운데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23%였다. 대기업들의 법인세 비중은 지난 2014년 30%에서 2015년 26%, 2016년 24%까지 신설 법인 증가와 중견기업 실적 개선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기업들이 미국보다 유효법인세율은 더 높다는 사실에서 여전히 법인세 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6년 한국 10대 기업의 소득 대비 실제 법인세 납부 비중인 유효법인세율은 미국 10대 기업보다 높았다. 당시 한국의 유효법인세율은 21.8%로 18.3%의 미국보다 높았다. 

고소득 근로자의 소득세 집중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국내 근로자 1733만 명 중에서 46.8%인 810만 명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제자였다. 금여 기준으로 상위 10%가 소득세의 75.8%를 부담했다. 전체 소득세의 대부분인 90.5%를 상위 20.2%가 냈다. 미국은 같은 기간 상위 39.5% 국민이 84%의 소득세를  내고 있어 한국이 미국에 비해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더 무거웠다. 

김 부총리는 "1분위 계층의 고용부진과 소득감소로 분배지표의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며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 등 근로 빈곤층의 소득증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근로장려금을 시행 10년 만에 '혜택은 크게, 대상은 넓게 지급은 빠르게'라는 방향하에 지원 대상과 지급 금액을 대톡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1분위에 속하는 저소득 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등이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묵과한 채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이번 세법개정안은 근로장려금 확대 영향으로 향후 5년간 세수감소 효과가 2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경제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계산된 세수 감소 추정액은 향후 경기 악화 전망세가 지배적이기에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시행한 각종 반(反)시장적 경제 정책들이 실패하면서 발생한 각종 문제들을 세금으로 메우는 작업을 합리화하는 개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민감세'와 '부자증세'라는 기조를 유지한 세법개정안은 다음 달 16일까지 입법예고 후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1일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현진권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이번 세법개정의 핵심 메시지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방향에 충실한 개정"이라며 "고소득/대기업은 세부담 증가가 7882억 원, 중산층 이하/중소기업의 감세는 3조2040억 원"이라고 말했다. 또 현 전 학회장은 "경제성장을 위한 세제방향은 거의 없다"며 고소득/대기업은 국가경제성장에 가장 지대한 역할을 하는 계층인데 이들에 대해 증세해 더 일할, 더 투자할 경제적 유인을 제거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대기업의 투자 촉진과 성장을 위해 이번 세법개정안에 도입한 제도는 '혁신성장 투자에 대한 가속상각 적용'이 유일했지만 이 역시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지 않아 기업투자에 정부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면서 기업 경영에 정부가 개입하는 명분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한 상황에서 작년에 법인세율을 인상해 투자를 위축시킨 후 혁신성장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가속상각을 적용하겠다는 유인책을 추구한 것은 정부의 정책의 일치성의 결여를 시인한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밖에도 정부는 그동안 과세가 되지 않는 부분이 일부 있었던 주택 임대소득과 근로소득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역외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해외 부동산 신고제도 강화 및 해외 직접투자 신고제도 내실화 등을 과세형평 제고를 위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조세체계의 합리화를 위해서는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발전용 연료인 유연탄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고 열효율이 낮고 전기 생산 단가가 비싸 발전용으로 사용하기에 그리 적합하지 않은 액화천연가스(LNG)에 부과되는 세금은 인하하는 정책 등을 추진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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