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부선 스캔들 개입 관련해서는 "맞고 있는 여자 구하려 한 행동…후회 없어"

 

"앞으로 몇십 년간 싸워야 할 악은 아마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그런 무리가 될 거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공지영(55) 작가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해리 1·2'(출판사 해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며 소설 창작 의도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선한 모습으로 포장된 악인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주인공 '한이나'는 고향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어떤 사건과 피해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악(惡)의 실체를 맞닥뜨린다.

천주교 신부 '백진우'는 입으로는 온갖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인물이지만, 알고 보면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장애인 봉사 단체를 내세워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 자신의 부로 축적하는 인물이다. 그의 애인이자 장애인 봉사단체를 운영하는 여성 '이해리'는 불우한 성장 과정을 내세워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일으키지만, 뒤로는 사람들의 은밀한 부위에 '봉침'을 놓는 등 기이한 수법으로 약점을 잡아 돈을 갈취하는 인물이다. 이해리는 특히 페이스북을 이용해 자신의 선하고 가련한 이미지를 만들어 퍼뜨리기도 한다.

작가는 인물들의 이러한 이중성을 '해리성(解離性) 인격 장애'와 연결짓는다. 책의 첫머리에 이 용어를 적어놓고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둘 이상 존재하여 행동을 지배하는 증상. (후략)'이라는 백과사전 정의를 인용한다.

소설은 작가가 그동안 문제를 제기해온 '전주 봉침 여목사' 사건과도 연관된 듯 하지만 작가는 특정 인물, 사건과 직접 결부 짓는 일을 경계했다. 작가는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어떤 사건에 영향을 받아 마음을 먹고 오래 취재를 했다. 모든 이야기는 모두 놀랍게도 거의 다 실화인데, 한 사람이나 두 사람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고 5년 동안 수집한 실화들을 하나로 엮어 짜깁기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후기에 쓴 대로 대구희망원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뤘다"며 "312명이 9년 동안 사망했고 굉장히 잔인한 형태였는데,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던 보도를 기초로 해서 그 부분은 실화 그대로 다뤘음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신작 해리를 소개하며 "악이란 것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된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주변에서 목격한 악들이 그 이전에, 1980년대나 그 이전에 있었던 어떤 단순함과는 굉장히 달라졌단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재벌과 가진 자의 횡포가 극심해진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 얼마든지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쓸 수 있고, 그런 탈을 쓰는 것이 예전과 다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며 소설 창작 계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 스캔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김 씨를 옹호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당연히 내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한 사람이 울고 있는데, 부당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새 작품을 내기 얼마 전이라고 해서, 나에 대한 독자들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여자를 오욕에서 구하기 위해 듣고 본 바를 얘기한다고 해서 저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세상에서 제가 독자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겠냐"라면서 "그런 것들이 매도되는 세상에서, 지나가다 맞고 있는 여자를 봤는데 나중에 구하자고 하는 세상에서 책이 잘 팔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확신을 갖고 행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소리 지르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임금이든 누구든 벌거벗은 사람이 있으면 그렇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소명의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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