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늘어나는 공실에 건물주들도 한숨
서울 주요 상권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작년 2분기 9.6%에서 올해 2분기 10.7%로 1.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의 핵심 상권인 명동은 4%에서 6.4%로 올랐다. 테헤란로는 9.3%에서 11.9%로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홍대 상권은 영세 자영업자가 주로 운영하는 소형 상가의 공실률이 눈에 띈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떨어졌지만, 영세 자영업자가 주로 운영하는 소형 상가 공실률은 3.7%에서 17.2%로 급등해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임대료와 권리금은 낮아지는 추세다. 건물에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으니 임대료가 하락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명동은 공실이 늘면서 임대료가 1년 새 3.3㎡당 91만4595원에서 89만6544원으로 약 2% 내려갔다.
권리금을 회수할 세입자를 찾지 못해 '적자 영업'을 지속해 온 가게도 눈에 띈다.
3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로의 한 치킨 매장은 작년 말부터 폐업을 준비 중이지만 권리금을 회수할 새 세입자를 찾지 못해 적자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는 4억원의 권리금이 1억5000만원까지 낮아졌다며 한 역삼동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중개업소를 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늘어나는 공실률에 건물주도 위기다. 세입자들을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로 내놓았지만 세입자들이 경기가 악화하는 것을 체감하고 입주를 포기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홍대·신촌 상권 전문인 '수 공인중개 사무소' 정은호 과장은 "이달 들어 상가 문의 전화는 이틀에 한 통꼴"이라며 "식당·카페를 차리려던 사람들도 '더 생각해보겠다'고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입주 희망자들이 추가적인 인테리어 요구 등으로 건물주의 부담이 늘어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