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때는 거수경례만 하는 관례 깨고 "충성" 구호 붙여 경례...장성들 모아놓고 20분간 사전리허설까지
'김영삼 정부' 이후 국방부 아닌 청와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개최도 이례적
송영무 국방장관, 대통령 착석 중 직접 다가가 돕는 모습도 언론에 포착돼
국방부 기무사 특별수사단 제치고 대통령이 "기무사 계엄검토 자체로 불법" 못박기도
"군사독재 욕하더니 나쁜 건 잘도 배웠다" "권력자 눈치보는 軍" 비판여론 쇄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청와대에서 전군(全軍)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고, 회의 전후 벌어진 이례적 상황의 연발을 두고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장성들을 불러 모아, 취임 후 첫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이른바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의 현 정부 내 검토 과정을 놓고 국방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내 지휘관 사이에서 공공연히 진실공방이 벌어짐에 따라, 회의 개최 전부터 '군기 잡기'를 목적으로 개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과거 군인 출신 대통령 집권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연 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이후 민간인 출신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대통령이 국방부 등에 가서 주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었고 청와대에서 회의를 주재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의는 이례적이었다.

'상식을 깬 퍼포먼스'는 또 있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장성들은 회의에서는 군 통수권자에게 거수경례 정도로 예를 표하도록 한 관례를 깨고 일제히 경례와 함께 "충성" 구호를 외쳤다. 특히 청와대는 문 대통령 입장 20분 전부터 장성들에게 구호·경례 연습까지 시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됐다. 청와대의 '군 장성 군기잡기'라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사회자 구령에 맞춰 거수경례와 함께 장성들의 "충성" 구호가 쩌렁저렁하게 울려 퍼지는 '준비된' 상황에,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군이 충성할 대상은 오직 국가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참석 지휘관들로부터 경례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참석 지휘관들로부터 경례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말로는 '국가와 국민이 충성 대상'이라고 했지만, 문 대통령 1인을 위한 자리처럼 보였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자리에 앉으려 할 때는 송영무 국방장관이 다가가 직접 의자를 뒤로 빼 착석을 돕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점도 이런 시각에 무게를 더했다.

문 대통령은 또 모두발언에서 "기무사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간 청와대와 여권(與圈)은 기무사 문건이 '비상 상황' 대비 차원을 넘어 실제 실행까지 상정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밝혀왔으나, 대통령이 직접 "불법"이라고 공언하면서 국방부 기무사 특별수사단의 존재를 무색케 하는 '독주' 행태도 보였다.

이와 관련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9일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청와대 대변인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논란에도 문건을 공개하고,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기무사 문건을 '불법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초법적 일탈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기무사 문건이) 불법이라고 규정한 이상 특별수사단이 다른 결과를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한 대로 특수단과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즉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안보를 볼모로 삼아 개인의 입신양명과 이득을 보기 위해 국군을 팔아먹는 일부 정치군인들의 행태도 이 기회에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고 겨냥했다.

유권자들은 '준비된 충성'을 한몸에 받은 문 대통령은 물론, 참석한 지휘관들에 대해서는 더욱 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 윤모씨는 청와대를 겨냥해 "자기네에게 충성심을 증명하라 이거지. 군사독재 욕하더니 나쁜 건 잘도 배웠다"고 일갈했다.

엄모씨는 "군 관련 행사는 찾아가지도 않고 순직 장병 영결식에는 가지도 않는 뒤통수를 친 군통수권자에게 '충성'이란 구호를 외치는 X별들"이라고 날을 세운 뒤 "군대도 그냥 월급받는 일반 직장 정도로 생각하는 직업군인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모씨는 "잘못을 인정하기 위해 전례를 깨고 충성 구호를 붙이면서까지 경례라…"라고 탄식한 뒤 "장성이라고 제복 입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비판했고, 전모씨는 "용맹하기로 1등이던 한국군은 이제 권력자의 눈치나 보는 당나라 군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비판은 정권과 군을 막론하고 대북(對北) 유화기조에 치우친 것은 물론 청와대·여당이 직접 국군기무사령부 위수령·계엄령 절차 검토 문건을 공개, 기무사를 공격하며 여론전에 앞장선 것에 대한 불만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최근 정부가 장성 숫자를 대거 감축한다고 예고한 만큼 '별'을 달고 있기 힘들어지자, 대통령에 앞다퉈 충성 경쟁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 제기와 함께 "군인이 아니라 공무원들"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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