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매체 '려명'…"정전협정 65주년인 올해 내 종전선언" 文대통령 주장과 판박이
北비핵화 선결과제 외면하고 판문점선언 내 '연내 종전선언' 이행만 강조

6.25 전쟁 종전(終戰)선언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 정권의 선전매체가 최근 '종전선언 이전에 완전한 핵 폐기 의지를 확고히 하라'는 한국내 야권의 요구를 "천하역적들의 망동이고 추태"라고 일축했다. 

한·미에 최대 안보위협으로 작용해 온 자신들의 핵 폐기 추진과는 더욱 거리를 두면서,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가 결여된 4.27 판문점선언 이행사항이라는 명분만 강조하며 선(先) 종전선언을 재차 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전매체 '려명'은 지난 26일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남조선의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이 종전선언 채택 문제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매체는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12일 논평에서 "종전선언을 한다고 저절로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비핵화 없이 한반도 평화는 없다"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당내 회의에서 "종전선언은 북이 완전한 핵폐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담보했을 때 국민과 공론화하는 것이 맞다"고 각각 지적한 것을 문제 삼았다.

려명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늘어놓아 사람들을 아연케 했다"면서 "온 겨레가 지지 찬동하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에 훼방을 놓고 있는 한국당 패거리들의 행태야 말로 참으로 꼴불견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어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건 역사적인 판문점 수뇌상봉(4.27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조미(북-미)수뇌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라며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조선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마련하려는 것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열망이며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세와 겨레의 지향과 민심에 역행해 나선 한국당 패거리들의 망동은 민족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겨냥했다.

'연내 종전선언'은 대북 유화책 일변도인 문재인 정부에서도 줄곧 거론해 온 사안이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현지 언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북측과 똑같은 입장을 표명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20일(미국 현지시간)에는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종전선언은 북미(미북)간, 남북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라며 "구체적으로 같이 (종전선언을) 만들어 갈 땐 미국의 뜻도, 북한의 뜻도, 필요하면 중국의 뜻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중) 어떤 것이 먼저라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북제재 완화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논의가 가능하다"며 "지금 제재 해제를 논의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거리를 두면서도 안보위협 요소인 비핵화 지연에는 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로서 북한 비핵화를 선결과제로 둘 생각이 없다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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