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작년 10월 총무원장 임명...'판문점선언 적극 지지'하기도

설정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지난 7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진퇴 여부 결정'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설정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지난 7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진퇴 여부 결정'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설정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최근 '숨겨진 딸' 논란으로 촉발된 집행부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진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설정 총무원장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거취에 관해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뜻을 모아준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모색해 진퇴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설정 총무원장은 "종헌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규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종단은 종도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갈등 확산 자제를 요청했다.

설정 총무원장은 이어 숨겨진 딸 논란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저와 관련된 일로 종도들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를 표명했다.

그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오래전 일로 종단이 이렇게까지 혼란을 겪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사실이 아니기에 금세 의심은 걷힐 것이라 기대했고,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었다"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면서 "(논란의) 사실여부를 떠나 종도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신뢰가 갈수록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했다"며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모습에 한 사람의 수행자로 큰 부담과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했다.

당일 회견에서 설정 총무원장은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고 별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은 채 바로 퇴장했다. 

그는 지난 5월1일 MBC가 'PD수첩'을 통해 숨겨진 자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논란에 휩싸이며 2선 후퇴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조계종은 같은달 친자로 지목된 여성 전모씨가 설정 스님의 친자가 아니라는 내용의 김모씨 영상증언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미국 하와이 무량사 주지인 도현 스님도 이달 24일 설조 스님 단식농성장 인근 우정총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모씨가 설정 총무원장의 자녀라고 조계종 집행부에 반박하는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 스님이 지난 7월24일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 스님이 지난 7월24일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설정 총무원장은 지난해 10월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임명돼 현재까지 직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4월27일 문재인 정부 첫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판문점 선언 채택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국론의 통일'을 야권에 요구하는 등 정부의 대북유화기조에 적극 호응해왔다.

판문점선언 이전에는 야당 지도부 인사들을 접견하던 중에는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며 "우리 한반도의 평화, 즉 남북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나갈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 정권과의 '역지사지'를 강조하는 한편 특히 "자주적인 힘을 길러, 자신감을 갖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하며, 특히 남북문제는 여야가 없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 여권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불교계 내부는 물론 외부 인사들의 성토 대상이 된 상황이다.

6월20일부터 '목숨이 다하거나 종단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며 설조 스님이 단식에 들어간 뒤로, 종교·사회계의 좌파 성향 인사들이 이에 호응하며 조계종 집행부가 '적폐 청산' 대상이 됐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은 앞서 이달 17일 불교계 시민단체 외에 진보연대, 전교조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노동단체 등과 함께 '설조스님 살리기 국민행동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함세웅 신부, 이해동 목사,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을 주축으로 한 인사들은 '설조 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결성했다. 이들은 조계종의 템플스테이, 사찰재난방재시스템 구축 사업 등에 대한 배임과 횡령 의혹 등에 대해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