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의도적 연출 의혹 확산되자 "이전에 만난 국민을 다시 만나 사연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것"
靑, 26일 페북서도 "지난해 3월 당시 대통령 후보와 만났던 배준씨 함께해" 직접 밝히기도
실제 경제상황 고충 듣는다는 기획취지와 걸맞는지 의구심 제기되기도...결국 덕담뿐?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도...'마린온 헬기사고'와 '노회찬 의원 국회 영결식' 언급돼
靑해명에도 비판 확산...과거 무분별한 의혹 확산되던 사회환경에 반발감 때문이란 해석도
2014년, 일부 세력 세월호 분향소서 朴대통령 '조문 연출 의혹' 제기하며 비판...전혀 다른 인물로 밝혀져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찍었던 홍보영상에 등장했던 청년이 문 대통령과 다시 만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저녁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서 ‘퇴근길 국민과의 깜짝 만남’을 갖고 청년구직자들과 편의점, 음식점, 동네서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두번째 만난 배씨(27)와 문 대통령. 배씨는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지난해 3월 후보시절 문 대통령 홍보 영상에 등장했고, 그 후 시험을 포기하고 대학에 복학 신청를 해둔 상태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배준(27) 씨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작・공개된 문 대통령의 홍보 영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배 씨는 문 대통령에게 “그동안 공무원 준비 3년 했다”며 “지금은 결과가 안 좋아서 고시를 접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 더하면 시간만 잡아먹을 것 같다”며 근황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배씨에게 “공백이 아깝겠다”고 위로하는 한편 배씨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 대해서 물었다. 배 씨는 현재 요식업장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보도가 나간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배씨가 홍보 영상에 등장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연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취업준비생을 격려하는 영상을 제작해 공개한 바 있다. 이 영상에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작년 3월 노량진 빨래방을 찾아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배 씨를 만나 취업 준비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이후 인근 삼겹살집으로 옮겨 소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배씨를 격려하면서 취업후 첫 출근 때 쓰라면서 넥타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후 1년 4개월여만에 재회하게 된 셈이다. 청와대는 당일 저녁에 페이스북에 직접 청와대는 26일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3월 당시 대통령 후보이던 '이니' 문 대통령과 삼겹살 데이트를 했던 군무원 준비생 '주니' 배준 씨도 함께했다”고 먼저 밝힌 바 있다. 인터넷 상에서 연출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27일 오전 “노량진에서 시험을 준비하다 경찰이 된 뒤 다시 만난 경찰관 사례처럼 대통령이 실생활 현장을 방문할 때 과거에 연을 맺은 사람을 다시 만나 추가된 사연과 현재 생활을 듣는 컨셉”이라며 거듭 해명했다.
 

청와대 26일 페이스북 화면 캡처
청와대 26일 페이스북 화면 캡처

그러나 이같은 ‘겹치기 출연’ 자체가 청와대의 행사의 기획취지와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자영업자와 청년구직자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인상 등 경제정책을 둘러싼 쓴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참석자를 섭외했고, 이들은 이날 행사에 고용부장관이 참석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 갑작스럽게 만난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날카로운 쓴소리를 하기에는 분위기상 힘든 채 오히려 덕담만 오고갔을 뿐, 대통령의 소통 행보를 보여주는 자리로만 활용된 채 끝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어 홍보영상에 출연했던 취준생이 다시 한 번 자리를 찾은 것은 기획취지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또한 청와대의 컨셉 자체가 ‘실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취임후 공무원 채용 규모를 대거 늘렸는데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시절 직접 출근용 넥타이 선물까지 주면서 격려한 청년이 결국 시험을 포기했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일자리 상황을 드러내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는 해당 일정과 관련해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퇴근길 국민과의 깜짝 만남’ 일정이 치러진 26일은 ‘노회찬 의원의 국회 영결식’ 바로 전날이었으며, ‘마린온 헬기 사고’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청와대 페이스북에는 “노회찬 의원 추모기간 아닌가요? 청와대 비서실장님이 전달하길 대통령 침통한 심정이다. 많이 힘들어 하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근데 그게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게 무슨...”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와 달리 사고로 인해 모든 국정 운영이 차단되거나 휩쓸리는 것은 오히려 옳지못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같은 상황이 이전 정권에서 벌어졌을 경우를 가정해 냉소어린 풍자도 제기됐다.

한편 이같은 논란 확산은 과거와 비교해 왜곡된 미디어 환경에 대한 반발감에서 비롯됐다는 하소연도 있다. 과거 무분별한 의혹제기를 했던 사람들이 그랬던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조차 나왔다.

2014년 4월 29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 손을 잡아주며 위로했던 할머니가 사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을 섭외한 것이라는 ‘조문 연출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조문에 참석한 할머니는 박사모 회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할머니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조문 온 평범한 동네주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인터넷에는 조문에 참석한 할머니가 박사모 회원이라며 과거 행사에 참석했던 사진이 나돌았다. 이에 용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두 인물이 같은 인물이라고 단정짓고 비판하는 글들이 확산됐다. 박 전 대통령이 만나기 편하도록 청와대가 섭외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논란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청와대측은 해당 의혹보도를 처음 보도한 CBS노컷뉴스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고, 2016년 8월 28일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조문 연출 의혹 당시 수백건의 보도가 쏟아지던 것과 달리 승소 관련 보도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지나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은 양상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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