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의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국내 대학생들의 시위를 이용하는 한편 방해공작, 허위, 불안 조성 등 다양한 시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9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4년 전 해제한 기밀문서를 인용해 “북한이 당시 국내 학생운동 조직까지 이용해 올림픽 개최를 방해했다”고 전했다.

CIA가 1988년 7월 11일에 작성한 이 기밀문서는 “북한은 당시 올림픽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개최되도록 7년 동안 다양한 방해공작을 폈다”며 “북한이 한국정부의 고민을 극대화하고 북한의 체면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며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국가들이 결정을 번복하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1988년 봄부터 국내 대학생들의 시위를 이용해 서울올림픽을 훼손하려 했다고 CIA는 지적했다.

북한이 남북한 공동 올림픽 개최를 강조하며 남한의 단독 올림픽 개최는 한반도 영구 분단을 고착화하는 시도로 보이도록 선전했다는 것이다.

CIA는 기밀문서에서 “한국의 급진세력이 북한의 지시를 받는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은 올림픽이 남북통일을 상징해야 한다는 북한정권의 노선을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남한의 운동권 학생들은 판문점에서 북한과 6·10남북학생회담을 추진하며 올림픽 공동개최를 강조했으며, 국내 67개 반체제 단체 대표들은 5월 28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북한정권은 동맹국들이 북한을 공개 지지하도록 만드는 여러 행사들을 계획해 북한주민들이 서울올림픽에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고 CIA는 밝혔다.

서울올림픽 개최 8일 전에 북한정권수립 40주년 9·9절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해 자오쯔양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초청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에 고위급 대표들에게 참가를 요청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당시 백만 명이 넘는 군중행진 등을 통해 김씨 정권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서울올림픽의 의미를 희석하려 했다.

CIA는 또 “북한이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기획하고 언론을 통해 나라 안팎에 선전을 강화한 것도 서울올림픽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정권은 공산권 주요 동맹국들이 서울올림픽에 불참하도록 적극 설득했다. 하지만 당시 소련을 비롯해 대부분의 공산 국가들이 서울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혀 북한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실제로 1988년 서울올림픽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9개국이 참가했다.

미국의소리 방송은 “비록 CIA 기밀문서에는 언급돼 있지 않지만 당시 북한정권은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1987년 대한항공 폭발 테러를 가해 115명이 사망하도록 만들었다”며 “1986년에는 서울 아시안게임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중동 테러조직을 사주해 김포공항 폭발테러로 5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