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출신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페북글 화제
"잘못 저지르고 죽어버리면 오히려 우상화되는 미개한 분위기 바뀌어야”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던 중 투신 사망한 노회찬 정의당 원대대표의 자살을 미화하고 우상화하는 사회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가 "이제 정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며 일침을 가했다.

광주(光州) 출신으로 최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종종 일침을 가하는 주동식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정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27일 오전 현재 740여개의 '좋아요'와 220여회의 '공유'를 기록하는 등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 대표는 이 글에서 처음에 노 의원의 자살 소식을 접한 뒤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정치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이슈가 제기되고 그 진영의 입장에서 뭔가 국면전환의 필요성이 생길 때마다 마치 준비라도 해두었다는 듯이 이런 불행한 죽음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너무 희한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드라마틱하고도 불행한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의 죽음으로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당시 그의 뇌물 수수 혐의는 분명했다"며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죽음으로 그 모든 것을 그냥 유야무야 덮고 지나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반문했다.

주 대표는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지은 죄를 단지 그가 자살했다는 이유로 덮어주고 나아가 미화까지 하는 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그 죽음으로 사건의 진실을 가려버렸기 때문에 그는 죽기 이전보다 더욱 엄중한 비판과 정죄를 당해야 맞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이 자살하기 이전에 소위 친노세력은 안희정의 표현대로 이른바 ‘폐족’ 취급을 받고 있었다. 유시민 등 노무현의 측근들도 노무현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하지만 노무현의 자살 이후 친노는 느닷없이 민주화와 진보, 양심의 상징이 됐다”며 “이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반응인가”라고 했다.

주 대표는 “노회찬 의원의 자살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간다는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노회찬이 얼마나 훌륭한 정치인이었고, 인간적인 성품이었는지 강조하는 메시지가 온오프라인에서 넘쳐흐르고 있다. 노회찬이 스스로 인정한 그 뇌물수수죄는 어디로 갔나? 드루킹 사건과 노회찬의 관계 등 더 조사해야 할 인물과 사실들은 다 어디로 갔나? 이 모든 것이 노회찬의 죽음으로 그냥 덮고 지나가도 될 만한 일들인가?”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노회찬의 죽음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원통한 죽음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묻게 될 것이다”고 쓴 것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적반하장”이라며 “죽음으로 모든 잘못을 덮을 수 있는 문화가 죽음에 대한 미화로 연결되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관 장사, 시체 장사로까지 나간다. 시신과 유골에 대한 애착증 즉 네크로필리아가 특정 개인의 차원을 넘어 광범위한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나아간 기괴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정치인 등의 자살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우리의 관점도 이런 점에서 바뀌어야 한다”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자진해서 죽어버리면 모든 잘못을 덮어버리고 오히려 우상이 되고 숭배의 대상이 되는 이런 미개한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의 자살이 미화됨으로써 우리 사회와 정치가 얼마나 심각한 퇴행과 가치관 왜곡을 겪고 있는지 생각해보자”며 “노회찬의 죽음이 또 다른 우상이 되는 몰지각한 현상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지식인과 오피니언 리더들도 이 문제에서 다시 분위기에 휩쓸려 대중에게 아부하는 자세는 벗어나야 한다”며 “욕 좀 먹더라도 할 이야기는 해야 한다. 그렇게 못할 사람이라면 지식인으로서 발언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주 대표의 페이스북 글 전문(全文)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제 정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노회찬 의원이 자살했습니다. 충격적입니다. 저는 처음에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노회찬 의원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비유나 가상 상황 같은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제 진짜 충격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왜 이런 죽음이 특정 진영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날까요? 특히 정치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이슈가 제기되고 그 진영의 입장에서 뭔가 국면 전환의 필요성이 생길 때마다 마치 준비라도 해두었다는 듯이 이런 불행한 죽음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너무 희한합니다.

프로야구 등에서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가리켜 ‘대본 없는 드라마’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이건 소설 같아도 너무 소설 같습니다. 저의 충격은 이런 대본 없는 드라마가 어쩌면 이렇게 자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발생하는지 너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드라마틱하고도 불행한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입니다. 저는 평소에도 노무현에 대해서 무척 비판적인 편이지만 특히 그의 자살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한 일 가운데서도 가장 잘못한 일이 그의 자살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노무현은 뇌물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기소중지 처분을 하고 말았지만, 사실 그의 혐의는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죽음으로 그 모든 것을 그냥 유야무야 덮고 지나가게 됐습니다. 이게 옳은 것일까요?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지은 죄를 단지 그가 자살했다는 이유로 덮어주고 나아가 미화까지 하는 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사실 그의 죽음으로 그의 죄가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죽음으로 사건의 진실을 가려버렸기 때문에 그는 죽기 이전보다 더욱 엄중한 비판과 정죄를 당해야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자살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뇌물수수죄가 오히려 위대함의 징표로 여겨집니다. 극단적인 가치관의 전도이자 심각한 도덕적 타락이 국민 대중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노무현이 자살하기 이전에 소위 친노세력은 안희정의 표현대로 이른바 ‘폐족’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유시민 등 노무현의 측근들도 노무현과 거리를 두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의 자살 이후 친노는 느닷없이 민주화와 진보, 양심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반응입니까?

노회찬 의원의 자살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간다는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회찬이 얼마나 훌륭한 정치인이었고, 인간적인 성품이었는지 강조하는 메시지가 온오프라인에서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노회찬이 스스로 인정한 그 뇌물수수죄는 어디로 갔습니까? 드루킹 사건과 노회찬의 관계 등 더 조사해야 할 인물과 사실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 모든 것이 노회찬의 죽음으로 그냥 덮고 지나가도 될만한 일들입니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현상이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태우 정권 당시이던 1991년 4월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백골단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이후 대학생 등의 자살이 이어졌습니다. 1991년 5월에만 대학생과 노동자, 시민단체 회원, 고등학생 등 8명이나 분신자살에 나섰습니다.

특히 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기설 씨가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자살한 사건은 이후 강기훈 전민련 총무부장의 유서대필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재심 끝에 결국 강기훈 씨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연쇄 자살 파동을 낳은 사회적 분위기 나아가 보이지 않는 배후의 작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쉽사리 해명되지 않는 의혹을 남겼습니다.

당시 김지하 시인이 조선일보에 연쇄 자살을 비판하는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칼럼을 게재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지하의 이 칼럼은 소위 운동권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이후 그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바로 2011년 김지하 시인의 부인이자 박경리 작가의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이 “김지하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부터 ‘동지’라는 사람들이 김 시인을 죽이려 했고, 그게 안 되자 그를 따돌렸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물론 김영주 관장의 발언은 행위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운동권 내부에 대의를 위해 일부 개인의 희생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의식구조가 강력하게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사실 학생운동권 내에서도 선배들이 순진한 저학년 후배들을 상대로 “민주화의 대의를 위해 네 한 몸 희생하라”며 열사가 되기를 요구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선배들의 그런 권유에 의한 것인지, 어떤 사건이 순수하게 자발적인 결단의 결과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운동권 내부에서 그런 희생과 죽음을 미화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에서 숱한 ‘열사’가 운동권에 등장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때는 그런 죽음이 민주화를 위한 의미 있는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강해졌다고 봅니다. 불의에 대항해 치열하게 싸우다가 희생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저지른 불의를 덮고 그 책임 추궁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택한 자살이 어떻게 미화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까?

해마다 5월이 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어 노무현을 추모하는 열기가 이어집니다. 도대체 뭘 추모하는 것일까요? 당신이 죽어줘서 우리가 살았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뜻일까요? 문재인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진도 팽목항에 가서 세월호에 희생된 아이들에게 남긴 방명록도 “얘들아, 미안하다. 고맙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니 노무현의 죽음에 큰 책임이 있는 그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 추모식장을 찾은 조문객에게 “나라 생각 좀 하라”고 당당하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당하다고 해야 할지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세월호 뒤집힌 것처럼 가치관이 뒤집힌 이 나라에서는 도무지 정상적인 판단이 어렵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노회찬의 죽음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원통한 죽음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묻게 될 것이다”고 썼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적반하장입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생각이 딱 막힙니다.

뭐가 원통하다는 걸까요? 무슨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다는 걸까요?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원내 정당의 대표가 되고 저런 발언이 아무 반박이나 저항도 없이 당연하게 통하는 나라, 정말 이게 나라입니까?

죽음으로 모든 잘못을 덮을 수 있는 문화가 죽음에 대한 미화로 연결되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관 장사, 시체 장사로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시신과 유골에 대한 애착증 즉 네크로필리아가 특정 개인의 차원을 넘어 광범위한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나아간 기괴한 모습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죽음의 미학이 발달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할복 흔히 하라키리라고 불리는, 사무라이 계급에서 행해지던 자살이 대표적입니다. 지금도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킨 기업체 대표 등이 죽음으로 책임을 지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곤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저 죽음이 노무현이나 노회찬 등의 죽음과 같은 성격은 아니라고 봅니다. 노무현이나 노회찬의 죽음이 진실을 덮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일본인들의 자살은 말 그대로 자기 책임을 다하겠다는 측면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얼마 전 옴 진리교의 교주이던 아사하라 등 사린가스 사건의 주범들이 대거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23년만에 사형이 집행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이 사건 관련자 중 마지막 수배자까지 다 검거되어 재판을 받고 사건의 진상이 완벽하게 다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실이 다 드러날 때까지는 집행을 미루고 기다렸던 일본이라는 나라의 저 원리 원칙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배워야 할 자세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치인 등의 자살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우리의 관점도 이런 점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자진해서 죽어버리면 모든 잘못을 덮어버리고 오히려 우상이 되고 숭배의 대상이 되는 이런 미개한 분위기는 바뀌어야 합니다.

노무현의 자살이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봅니다. 노무현의 자살이 미화됨으로써 우리 사회와 정치가 얼마나 심각한 퇴행과 가치관 왜곡을 겪고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노회찬의 죽음이 또다른 우상이 되는 몰지각한 현상은 막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과 오피니언 리더들도 이 문제에서 다시 분위기에 휩쓸려 대중에게 아부하는 자세는 벗어나야 합니다. 욕 좀 먹더라도 할 이야기는 해야 합니다. 그렇게 못할 사람이라면 지식인으로서 발언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죽음의 굿판, 이제 정말 걷어치워야 합니다. 김지하 시인의 저 발언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메시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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