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5·17'과 닮은꼴", MBC "기무사, 사실상 '쿠데타' 계획"
SBS "명백한 실행계획" 발언에만 무게, JTBC "사실상 계엄 액션플랜"
비상상황 대비한 문건을 무분별하게 문제삼는다면...군 훈련은 침략실행계획?
문제삼으면 문제되는 표현들...과도하게 부풀리기보다 건설적으로 비판해야
기밀문건 공개 파장...이제 기밀은 정권따라 공개될 수 있는 '시한부 기밀'?
'쿠데타 모의'로 몰아가기...내부갈등·적대감만 키워 국민인식 오도할 위험성도

‘기무사의 계엄 관련 문건’과 관련해 일부 내용만 부각하며 공포심과 트라우마를 자극하거나 특정집단들을 겨냥하여 반감‧적대감을 조장하는 기사들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일부 내용 및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만을 활용해 ‘계엄 관련 문건’을 사실상 ‘내란음모죄와 쿠데타용 액션플랜’으로 몰아가는 기사들에 대해 보다 복합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선, 해당 문건은 판결 이후 치안 불안이나 대규모 폭력 사태를 가정한 시나리오별 검토 보고서로, 발동요건을 검토하고 단계별 조치 사항을 기술하고 있다이러한 문건이 도상 훈련 및 검토문건인지 아니면 사실상 실행계획으로 볼 것인지 따져보기 위해서는 탄핵 선고 전후로 실제로 지침이 내려가 부대를 움직이는 행위가 있었는지부터 따져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치안 불안이나 대규모 폭력 사태’라는 비상 상황이 실제 일어나지 않았는데 군대의 움직임이나 권력 장악 시도가 있었는지도 먼저 살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언론매체는 이러한 내용과 위법적인 절차가 있었는지 따져보기 보다 문건 일부를 토대로 '내란모의급'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사실상 쿠데타 실행계획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뉴스 화면 갈무리

24일 KBS는 9시 메인뉴스에서는 <“기무사, 美에 계엄 협조 요청”…‘5·17’과 닮은꼴>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해당 검토 문건이 1980년 계엄과 닮은꼴이라고 설명한다. KBS는 KBS자문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해 "계엄사령관의 임명 방법이나 언론 보도 통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이미 단순검토문건을 떠나서 내란의 예비 음모에 준하는 (계획이다)"라고 강조한다. KBS자문변호사로만 칭해진 좌세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기도 하다.

MBC도 같은날 메인뉴스 방송인 ‘8시 뉴스데스크’에서 <"군, 모든 것 결정"…기무사, 사실상 '쿠데타' 계획>이라는 제목을 통해 계엄이 사실상 쿠데타를 모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지의 내용을 뉴스 첫 번째로 방송했다.

해당 기사는 “여기에는 촛불 집회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시민들의 휴대전화 전파 방해부터 국회를 무력화하고 언론을 검열 또는 통폐합하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면서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기무사가 계엄을 검토한 것인지, 아니면 쿠데타를 모의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곳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문건에서 '터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를 계엄이라고 칭했다'며 “이들이 생각하는 계엄이 본연의 목적인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게 아님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 한 점도 과거 쿠데타 세력의 행보로 알려진 내용과 유사하다”며 쿠데타 세력의 행보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상세히 다룬다. 마지막으로는 군 인권센터의 “무력으로 국가권력을 진공상태로 만들려 했다. 이 계획이 시행됐다면 12·12 사태와 같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인용하며 독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SBS 역시 8시뉴스에서 <기무사 문건 속 비상대책회의 시나리오…치밀했던 전략>, <국회 제압·주요국 설득…단순 검토 문건? "명백한 실행계획"> 등의 보도를 이어가며 문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보도 후반에는 SBS 또한 군 인권센터의 "자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작전을 펼치려 했다"면서 '명백한 군사반란'이라는 비판과, 참여연대측의 “내란예비음모라고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는 발언 등 내란음모죄로 보는 특정집단들의 시각을 무게감 있게 보도했다.

JTBC 뉴스룸 또한 <법적 권한도 없이…'전두환 보안사' 때 계엄과 판박이>, <"'계엄 문건' 군·검 합동수사…내란음모 혐의 적용 검토”>(7월 23일), <사실상 계엄 '액션 플랜', 또 다른 기무사 문건엔?…파장 커져>(7월21일) 등의 보도를 쏟아내며 “계엄 선포가 단순 검토 수준을 넘어 실행계획이었다는 의혹이 커지는 대목”,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당시 여당에 유리한 정국을 조성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 등의 해석을 이어갔다.

그러나 비상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매뉴얼 자체를 사실상 쿠데타 모의로 몰아가는 것은 정략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몰아세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긴급 상황을 가정한 면밀한 검토보고서를 모두 이런 식으로 문제삼는다면 비상시 상황을 대비한 군 훈련은 모두 침략실행계획이냐는 지적조차 나온다.

탄핵 정국 당시는 시위에 나서는 인원도 비대해지고, 참여한 인원들의 감정도 특정 계기로 격해질 수도 있는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탄핵 기각이란 상황이 일어날 경우 어떡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들의 헌법의식이 곧 헌법이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라고 답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016년 12월 16일 <[도올이 묻고 문재인이 답하다] “사드는 차기 정권 넘기고, 개성공단 즉각 재개해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와같은 대담 내용을 실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저항권 행사도 헌법정신에 담겨 있는 것"이라며 "'촛불혁명', '시민혁명' 등 모든 사람들이 혁명을 말하고 있는데, 마치 문재인이 말하니 불온한 것처럼 하고 '비헌법적'이라고 하는 건 편파적 보도"라고 반박했다.
 

개인의 발언보다는 이른바 ‘촛불시위’의 최전선에서 분위기를 달구었던 당시 문 전 대표의 발언은 ‘혁명’이란 단어가 쉽게 소비되고 ‘만약 기각이 되면 모두 엎을 수도 있다’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북한을 고려해야하는 국내 여건 상 내부 분열을 시도하거나 이에 섞여 선동 및 치안을 위협하는 세력이 뒤섞일 수 있는 상황도 우려해야하며 대통령 공백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보다 복합적인 상황이었다.

또한 결과적으로는 탄핵 과정에 큰 혼돈없이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 문건의 역할은 자연 소멸된 셈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계엄'이 주는 이미지와 일부 내용을 토대로 군대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계엄'을 실행했을 뻔 했다고 선별적으로 믿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3~40년 전 군부 통치 시절의 트라우마 혹은 청년층에게 특정 인식을 주입하려는 것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복잡한 전후 맥락 없이 청와대측과 언론이 이러한 '계엄 문건'의 심각성을 거칠게 밀어붙이는 와중에 군 지휘부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제 기밀문건은 정권 교체후 공개될 수 있는 '시한부 기밀'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긴급 상황을 대처하는 매뉴얼은 치밀하고 다양한 부분의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상황별 다양한 시나리오 중 일부이며, 군의 '치안 유지' 등 특수한 역할이 반영된 내용이다. 당시 상황이나 복합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인 부분만 확대·부각하며 무분별하게 쿠데타 모의 계획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건설적인 비판보다는 내부갈등과 적대감만 키워 국민을 오도할 위험성도 있다. 되돌아볼 경우 시대착오적이고 과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실제로 계엄령 검토 문건에서 우려했던 '치안 불안이나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아 실행으로 흐르지 않은 점도 살펴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오히려 각 집단의 역할이나 당시 상황 등을 무시한채 언론이 분노로 시야를 가릴 경우, 실제 국내에 부딪힌 현안들에 대해서는 올바로 대응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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