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물 해체는 미사일 발사의 핵심요소 아냐...대수롭지 않은 일”

지난달 30일(6/30/2018. 왼쪽)과 지난 20일(7/20/2018) 각각 촬영한 북한 평성 '3월16일' 자동차 공장 위성 사진. 20일 사진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조립시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VOA).
지난달 30일(6/30/2018. 왼쪽)과 지난 20일(7/20/2018) 각각 촬영한 북한 평성 '3월16일' 자동차 공장 위성 사진. 20일 사진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조립시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VOA).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5일 평양 인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도 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구조물은 ICBM을 이동식발사차량에 탑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VOA는 “이 시설은 과거 사흘 만에 해체와 조립을 반복했던 모습이 관측됐다”며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 조립시설이나 로켓 운반용 구조물을 해체하는 것은 미국에 선의를 보여주는 행동이 될 수는 있겠지만 미사일 발사에 핵심 요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VOA가 지난 20일과 21, 24일 북한 평안남도 평성의 한 공장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30일 위성사진에는 존재했던 고층 구조물이 사라졌다. 이 건물은 세로, 가로, 높이가 각각 약 35m, 15m, 30m로 옥상에 크레인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VOA는 지난달 30일을 전후해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29일 발사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이 이 조립시설을 이용해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 것으로 추정해 왔다. 실제로 김정은은 발사 당일 이 조립시설과 맞닿아 있는 자동차 공장 내부에서 화성-15형을 실은 9륜 이동식발사차량의 이동을 지휘했다.

위성사진 분석가이자 군사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해당 조립시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며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시설은 설치가 쉽고, 해체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조립시설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11월로 구조물의 완성에는 불과 3일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올해 최소 한 차례 이 건물의 해체와 설치를 반복했다. 지난 2월 25일 위성사진에는 이 구조물이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지만 3월 9일에는 건물에 맞닿은 작은 구조물만 남긴 채 사라진 것. 그러나 4월 7일 조립시설은 다시 나타났다.

한센 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언제든 조립시설을 다시 지을 수 있는 상태일 것”이라며 “조립시설 구조물을 어딘가에 보관해 놓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 대한 해체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 20일과 22일 이 발사장의 모습을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는데 해당 사진에는 조립시설과 엔진 실험장을 해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한센 연구원은 “조립시설을 찍은 사진만 보면 해체인지 개선작업인지 알 수 없지만 만든 지 2년밖에 안 된 엔진 실험장에서도 움직임이 있는 걸로 볼 때 해체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발사대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장의 핵심 시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최근 북한의 비밀 핵시설 ‘강선’의 위치를 위성사진으로 추정한 핵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VOA에 “북한이 시험대를 해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미사일 시설 자체의 해체로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북한의 이런 행동은 미국에 선의를 보여주는 행동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하나의 로켓 운반용 구조물이 해체되는 것은 미사일 발사에 핵심 요소가 아니다”며 “북한의 이번 조치로 ICBM 생산이 중단된 것인지도 실제로 검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추가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액체 연료 엔진을 시험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박사는 “서해 발사장은 위성발사에 사용된 곳으로 발사대를 지탱하는 갠트리 철탑 역시 제거되지 않았다”며 “북한은 이 시설에서 여전히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이 정도 해체로는 북한이 ICBM을 실험하거나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검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사찰단이 필요한 곳은 ICBM이 실제로 생산되는 공장”이라며 “해당 시설을 방문해 추가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디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 ST 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 역시 북한의 이번 조치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이런 시험대를 필요로 하지 않았으며 이는 선의의 행동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독일 정부 등에 미사일 관련 자문을 해온 실러 박사는 “북한은 이 시설에서 단 두 차례 실험을 거친 엔진을 사용해 화성-12, 14, 15형 발사에 잇따라 성공했지만 실제로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백 번에서 수천 번의 실험을 거쳐야 한다”며 “단지 두 차례의 엔진 실험 이후 ICBM을 발사한다는 것은 이미 개발된 미사일을 다른 곳에서 넘겨받았음을 시사한며 따라서 북한은 엔진 시험대가 어차피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