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그알' 사실 확인 없이 의혹 전개…반론권 청구"
李, 방송 앞두고 SBS 고위급 인사 여럿과 통화해...외압 논란
'여배우 스캔들' 관련해선 김어준, 주진우 참고인으로 줄소환

이재명 경기지사는 24일 도지사직 인수위원회로부터 종합보고서를 전달받고 취임후 처음으로 시장·군수 간담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도정 운영의 닻을 올렸다. 이날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의 1개월의 활동을 종합하는 보고회에서는 경기도정의 비전 및 원칙, 5대 목표, 16대 전략, 54대 중점 과제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 지사 본인을 겨냥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며 '새로운 경기도'라는 취임 일성에 힘을 잃는 양상이다.
 

이 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의혹’ '형수 욕설 파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등 악재를 딛고 전국최대규모의 지자체장에 당선됐지만, 한 달 남짓만에 조폭 유착설과 스캔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시장·군수 간담회에는 31명의 기초 지자체장 가운데 은수미 성남시장만 유일하게 불참했다. 은 시장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댔지만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지사와 함께 '조폭 유착 의혹'이 제기된 마당이어서 이 지사와 한 자리에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지사의 '스캔들'과 관련해서도 참고인 조사가 이루어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날 약 5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경기지사 후보였던 김영환 전 국회의원이 이재명 지사를 고발한 데 따른 참고인 조사다. 경찰은 이날 김씨가 2010년 배우 김부선씨와 인터뷰에서 나눈 얘기의 진위여부를 중점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스캔들의 중심인물인 배우 김부선씨를 인터뷰하면서 '김부선씨가 한 정치인과 스캔들이 있었다', ‘성남에 사는 한 남자와 만난(사귄) 사실이 있다' 등의 발언을 처음으로 남긴 바 있다.

25일에는 김어준씨에 이어 김부선씨의 SNS 사과문을 '대필'해 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주진우 기자가 참고인으로 경찰에 출석한다. 최근 공지영 작가는 '주진우 기자가 이재명 지사와 배우 김부선의 밀회에 연관됐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지사의 조폭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방송은 이 지사가 2007년 성남 지역 폭력 조직인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에 대한 변론을 맡았으며, 성남시장 시절엔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모씨가 설립한 회사 '코마트레이드'를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지사 측은 방송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죽이기가 종북·패륜·불륜 몰이에 이어 조폭 몰이로 치닫는다”며 의혹에 대해 반박했지만, 사흘이나 지난 이 날 보도자료를 내 "사실관계 확인 안 된 채 명백한 오보"라고 재차 반박했다.

이 지사 측은 A4 3쪽 분량의 보도자료에서 성남시장 시절 우수중소기업인으로 시상한 코마트레이드를 설립한 이씨와 관련해 ‘성남시 중소기업인 상은 개별기업인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이씨는 두 법인의 대표와 사내이사 등으로 3년 이상 경영 활동을 했기 때문에 수상 자격을 충족했다’고 반박했다. 코마트레이드 설립자가 조폭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 요지의 내용도 담겼다.

또한 이 지사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의 재판에 변호인으로 참석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말단 조직원인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처음에는 조폭이 아니라고 억울해하며 무죄를 주장했던 사건이라 수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이 지사가 변론한 사람은 피고만 수십 명에 이르는 대규모 재판이었다”며 “직장인으로 치면 10여 년 전에 세미나를 함께 들었던 수십 명 중 한 명이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이 지사 측은 조폭 출신이 참여한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방송 내용에 관해서는 "해당 봉사단체는 2008년쯤부터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다 2011년 공식 창단 후 같은 해 경찰과 공식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동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조폭과는 무관한 단체"라며 "수십 명의 회원 중 조폭 출신 1명이 있다고 조폭연루 근거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 지사 측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냈으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후속 보도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여배우 스캔들’ 관련 참고인 조사도 지속되는 등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지사가 SBS 사장과 임원 등 윗선과 프로그램 진행자측 등에 전화를 한 것과 관련해 외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지사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앞두고 SBS 고위급 인사 여럿에게 연락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 지사가 연출 PD에게 전화를 걸어와 나눈 대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 지사는 “위쪽에 전화를 좀 해가지고 죄송합니다. 원래 제가 그런 거 안 하는 사람인데”라며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 그 후 1년' 편을 연출한 이큰별 PD는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 측에서)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에게 연락을 했다. SBS 임원,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상중 씨 매니지먼트 관계자까지 전화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구조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의원이 KBS에 전화해 “아직 확실치도 않은 내용을 막 보도해버리면 어떡하나. 조금만 지켜봐달라”라고 한 사실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보도 개입 및 언론탄압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이 지사 측은 선거운동 당시 형수 욕설 파일 등 네거티브 공세마다 강력한 법적 대응 방침을 공언했지만, 이번에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반론권 청구 등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조처로 맞서는 형국이다.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이 이 지사의 해명 인터뷰도 적지 않게 다룬 만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이 후속보도의 가능성을 시사한 터라 섣부른 맞대응이 화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이 지사와 조폭 간 유착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이 지사를 파면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국민청원이 다수 쏟아졌다. 특히 22일 올라온 '불법폭력조직 코마트레이드와 연루된 성남시장 은수미와 경기도지사 이재명 즉각 사퇴하라'는 청원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10만명을 넘어서는 청원인원이 몰리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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