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 “기무사 계엄령, 위중한 사항인지 몰랐다"
이석구 기무사령관 "송장관, 위중한 사항 알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20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시위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20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시위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연합뉴스)

기무사 계엄령 보고 문제를 놓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설전을 벌였다. 이 사령관은 지난 3월 문건을 보고할 당시 송 장관이 위중한 사항임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 장관은 당시 이 사령관에게 문건을 두고 가라고 지시했고 위중한 사항임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 사령관은 이날 오전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계엄령 문건을) 보고할 때 송 장관이 바쁘니까 놓고 가라고 했다는데 맞느냐”는 서청원 무소속 의원의 질문에 “장관이 위중한 상황으로 인지했다”고 대답했다. 이 사령관은 “지난 3월 16일 송 장관에게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며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고 위중한 사항은 당시에도 인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왜 1년이 지난 시점인 3월 16일에 용도폐기된 (계엄) 문건을 장관에게 보고했느냐”는 이종명 한국당 의원의 물음에 “3월 8일 군인권센터에서 수방사의 위수령과 관련된 문건이 거론되면서 국방부에서 면밀히 조사하라고 했고, 부대원이 자진 신고를 해서 그런 내용을 파악해 장관께 보고드렸다”고 했다. 이어 "그 시기에 그 문건을 작성한 일부가 '우리도 과거 이런 것을 검토했다'는 사항으로 해서 USB에 담아서 문건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은 “기무사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작성한 적 있나”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기무사는 계엄과 관련한 문건을 작성하지 않고 합동참모본부에 명확히 계엄과가 있다”고 말했다. 기무사가 계엄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몰랐는지 묻는 질문에는 “다소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정보기관의 특성상 일부 소수 인원이 작성하면 다른 인원이 대다수가 몰랐다고 추가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누가 지시를 했느냐'는 한국당 정종섭 의원의 질문에 "제가 들은 것과 본 것이 차이가 있는데 기무사령관 이상의 지시에 의해 작성됐다고 들었다"고 대답했다.

이 사령관의 주장대로라면 송 장관은 계엄령 문건이 ‘위중한 사안’인 것을 알고도 석 달 동안 침묵한 것이 된다. 송 장관은 이 사령관으로부터 8쪽짜리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과 함께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받고 석 달 동안 이를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 6월 28일 8쪽짜리 문건을 청와대에 제출하고 67쪽짜리 문건은 1쪽 분량으로 요약해 보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계엄 관련 문건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7월 19일에야 67쪽짜리 세부문건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송 장관은 국무회의 참석 때문에 오전에는 국회 국방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 국방위에 나타난 그는 앞서 오전 이 사령관의 발언과는 엇갈리는 얘기를 했다. 문건을 보고받을 당시 자신은 위중한 사안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3월 16일 있었던 계엄 문건 보고와 관련해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 그 문건이 아니고 지휘 일반 보고를 받았고 이것(문건)은 두꺼워서 다 볼 수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며 "그날 일정이 바빠서 다 끝난 다음에 퇴근 하기 전에 봤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는 꼭 해야 하는데 (그때는) 오픈시킬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그때 지방선거도 있고 남북대화도 있고 밝힐 수가 없어서 지나가면 확실한 수사를 시킬 예정이었다"고 했다.

한국당 황영철 의원은 두 사람 진술이 엇갈리자 "이 사령관은 송 장관에게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할 정도로 보고했다고 하고, 송 장관은 이 사령관에게 그냥 놓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왜 거짓말을 하는가"라고 추궁했다.

송 장관은 이에 "저는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 저는 증인이 있다"고 답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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