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철 납북피해자 가족 대표, 17년째 정부청사 앞 1인시위 투쟁
2010년부터 유엔 산하 조직서 對北 생사확인 요청 등 압박 전개
對北압박 과정서 국내외 北인권 시민단체 조력, 외신들도 호응
北 심기만 살피는 靑…정부부처 모르쇠, 국가인권위마저 무시
韓정부라면 反인도적 자국민 北억류 해결 근본적 노력 나서야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국가는 그 국민에게 과연 무엇인가? 현대 사회에서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가와 정부는 그 국민을 보호할 기본적 의무를 진다. 그런 관점에서 49년 전 KAL기 남북사건의 피해자들은 어떠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1969년 12월 11일 강릉발 서울행 KAL 항공기와 50명의 승객·승무원이 북한 간첩에 의해 북한으로 납치되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66일 만에 북한은 39명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납치범을 제외한 11명은 아직까지도 억류되어 있다.

그 피해자 가족 대표인 황인철 씨는 북한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투쟁을 하고 있다. 아버지 황원 MBC PD(당시 32세, 현재 81세)가 항공기 납치될 당시 아들 황인철은 2살이었다. 지금은 노모를 모시고 부인과 세 딸을 둔 51세의 가장이다. 갑자기 남편을 잃고 공황장애에 빠진 어머니 밑에서 어린 황인철은 힘겹게 성장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 철이 들고, 미국출장 갔다고 듣던 아버지가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버지 되찾기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제 17년째 눈물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부인과 함께 운영하던 출판사업이 실패하여, 지금은 건설현장의 막노동으로 가계를 이끌고 있다. 한편 외교부와 통일부, 그리고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면서 피맺힌 호소를 전달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효심이 그 바닥에 있다. 보통 사람 같으면 포기했을 텐데 황인철 대표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큰 딸이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금년 봄 서강대학에 진학한 것도 아빠 황인철 대표의 진지한 삶을 본받은 결과임에 틀림없다.

같이 납치되었다가 먼저 귀환한 인사들의 증언에 의하면 MBC PD였던 황원 씨는 북한 요원들에게 공산 체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논쟁을 벌여 박해를 받기 시작했고, 특히 다음해 1월 1일 전체회식 자리에서 가곡 “가고파”를 부른 후 끌려 나간 후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나 이동의 자유, 가족을 유지할 권리를 갖는다. 국제 인권선언과 규약 상 보편적 인권의 핵심내용이다. 억류된 황원 씨가 가족에게 돌아오는 것을 누구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를 찾기 위한 노력에 북한인권시민연합과 같은 시민단체들이 힘을 보탰다. 우선 아들의 이름으로 대한적십자사와 유엔인권이사회를 통한 구출 노력을 다시 시작하였다. 2010년 유엔 인권위원회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워킹그룹(WGEID)에 생사확인을 요청하였다. 이 워킹그룹이 북한정부에 생사확인을 요청한데 대하여 북한 측은 유엔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고, 미국 등 적대세력의 공작이라고 회신하였다. 워킹그룹은 계속해서 북한 당국에 생사확인을 촉구하고 있다.

그 후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북한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의 구체적 사례로서 황원씨 등 KAL기 납치인사의 억류를 지적하였다. 2016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연례보고서에는 KAL 납치 피해자문제를 특별 강조하여 북한 당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 주재 유엔인권사무소 시네 폴슨 대표가 역점을 두고 있다.

항공기 납치는 공해상의 해적행위와 같이 매우 흉악한 범죄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강화되었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항공기 납치사건은 모두 해결되었다. 1969년 KAL기 납치사건 만 미해결일 뿐이다. 황인철 대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당국에 문제 해결을 요청하고 있다. 국제기자연맹(IFJ)에 대해서도 언론인 황원 PD를 구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자들의 영어교육을 돕는 시민단체 TNKR(Teach North Korean Refugees, 대표 Casey Latigue)가 발 벋고 나서서 지원을 하고 있다. 황인철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쳐 살려가고 있다.

북한정권의 떼쓰기 때문에 단시간 안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느리지만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제언론 들도 KAL기 납치사건을 특집기사로 계속 보도하고 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인권침해 범죄로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기록함으로써 북한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황인철 이라는 아들의 의지와 용기와 눈물이 없었더라면 잊혀 졌을 수도 있다. 아버지에 대한 효심, 그리고 인간적 의지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핵심은 반인도적 북한정권이 막무가내로 억지를 쓰는데 있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어떠한가? 북한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제3자처럼 모르는척해도 되는 일인가?

통일부나 외교부의 담당자들은 형식적으로 대응하면서 매우 소극적이다. 왜 죽은 문제를 건드리느냐 하는 반응이다. 심지어 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청원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고도의 정치 외교적 문제”라는 이유로 관여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낸다. 과연 한국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취할 태도인가?

가깝게 일본정부가 일본인 납치자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너무 차이가 크다. 미국 정부가 오토 웜비어를 구출해오고 그의 사망 후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라이언 일병을 구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 6.25 전쟁 시 행방불명된 미국군인의 유해를 받아오려는 끈질긴 노력에서, 그들 국민이 국가에 바치는 충성심의 근원과 그 나라의 국격을 깨닫게 된다.

서독 정부가 동독 정부에 대해 경제지원을 할 때 동독내의 정치범들을 구해오거나 동독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했다는 기록을 보면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에 대해 퍼주기식 대량원조를 하면서도. 그리고 수십 명의 비전향 장기수를 보내주면서도, 북한에 억류된 인사들, 특히 황인철의 아버지를 데려오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추석 전후 수백명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인도주의를 표방하여 북한의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비난을 완화시키려는 정치적 쇼가 된지 오래다.

7월 20일부터 북한 측이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권의 지원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4.27. 남북정상회담, 6.12 미북 정상회담을 거쳐 일단 위기를 벗어나자, 새로운 공세를 시도하려 한다. 수십만 명의 6.25전시납북자, 국군포로, 전후 납북자 문제에 대해 막무가내 식 억지를 써온 북한 정권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은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굴종적인 자세를 취할 것인가?

지금 청와대에 65명의 주사파 운동권인사들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그들이 대북정책을 좌우하는 것 같다. 북한정권의 심기를 너무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하다가 마지못해 국회 통과시킨 북한인권재단을 2년이 지나도록 발족시키지 않는 것도 모두가 연관되지 않는가?

한국 정부는 마땅히 수십만 명의 전시납북자, 국군포로, 전후 납북자문제의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한의 억지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반인도적 납치, 억류로 고통 받는 자국민 피해자들을 끝까지 찾아서 보호해야 한다. 특히 황원 씨를 비롯한 KAL기 납치자들의 귀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이 기회에 황인철 대표에게도 뜨거운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現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前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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