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방식 공격하더니 현 정부 출범 후 더한 것 아닌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전문성 찾기 어려운 낙하산 정치인 임명
-연금 사회주의와 존속성 논란도 커져

사진: 연합뉴스 제공
사진: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국민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인사부터 운영방안까지 국민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작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운영방안의 주 골자는 기금운용위원회 권한 강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복지관련 국공채 투자, 소득대체율 인상 등이다.

복지관련 국공채 투자는 정부는 보육, 임대주택 요양 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공채를 발행하면 이를 국민연금이 적극 매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핵심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국민연금의 독립성 강화가 아닌 오히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도구로 활용할 뜻을 내비쳐 혼란을 야기시켰다.

심지어 2016년 4.13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경제민주화 핵심 공약이었던 '매년 10조원씩 10년간 총 100조원의 공공투자용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는 방안'은 정면으로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약 중 하나라는 비판이 크다.

문제는 하나둘씩 정부가 연기금을 활용한 정책 자금줄로서 재미를 보기 시작한다면, 이러한 운용이 결국 곳간에서 간빼먹듯이 정부가 필요할 때 끌어다 쓰는 쌈짓돈으로 전락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연금학회 회장을 지냈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은 필히 보장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보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공적 연기금이 주식이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되는 방식은 극히 제한적이고 보통 흔치 않다"며 "미국의 연방사회보장연금제도(OASDI) 같은 경우는 적립기금을 100% 재무성 증권으로 보유하고 있다"라 언급했다.

● 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정부의 말말말, 독립성 보장 가능한가?

작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은 "국민 연금 주식 투자 중 대형주, 재벌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비중이 84.3%"라며 대형주 비중을 줄이고 공공임대 주택이나 국공립 복지 시설에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설적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세부적인 운용에 있어 의사표시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리스크가 낮은 방어적인 운용 전략 아래 코스피 대형주 편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한다. 국민연금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발언은 항소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본부장과 문형표 전 이사장의 경우와 같은 죄목으로 처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1월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삼성물산과 재일모직의 합병 건을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결정하도록 유도한 것이 국민연금의 투자의사 결정에 개입해 독립성을 침해한 것을 잘 알았을 것"이라는 선고를 내린 바 있다.

또한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합병성사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문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내용을 인지했다고 보여진다"고 판단한 점은 결국 정부의 의견이 전달되기만 한다면 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부당 외압으로 간주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정부의 의견이 국민연금 운용에 반영된다고 보여진다면 정권 교체시기 때마다 법적인 심판을 받게될 가능성이 크며 국민연금의 온전한 독립성 확보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 독립성과 전문성, 어떻게 확보해야하나?

이같은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들이 논의되어왔다.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행정기구로 상설화하고 산하에 기금투자정책국, 준법감시국, 성과평가국 등 별도로 설치해 독립성을 높이돼 견제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은 줄곧 논의돼 왔으며, 기금운용본부장의 지위를 높여 인사와 예산의 독립권을 부여하는 방식도 제기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기금운용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 등 이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형식적인 조직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의결권 관련 안건 70건 가운데 1건만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된 만큼 실질적인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힘이 실린다.

더욱이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결국 주무부처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여 공사화하는 방안도 줄곧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공사화를 한다고해도 결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더욱이 작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공사화에 반대한다는 발언으로 미루어 봤을 때, 공사화는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계속되는 인사문제,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한다면서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정치인 임명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6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민감한 요직이라 전문가들이 역임했던 자리다. 역대 어느 정권도 정치인을 임명한 적이 없다.

문형표 전 이사장(15대 이사장)만 하더라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과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객원 연구원을 지냈고,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그룹 선임연구위원을 역임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를 지낸 경력을 인정 받아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최광 14대 이사장은 미국 와이오밍대, 한국외대, 영국 요크대 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조세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또 전광우 13대 이사장은 한미경제학회 사무총장을 지내고 파리스 클럽 등 주요 국제기구의 세계은행 대표를 역임했으며 우리투자신탁운용, 포스코 이사회,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을 맡은 바 있다.

이에 반해 김성주 이사장은 2012년 19대 국회의원(전북 전주시 덕진구)으로 당선된 이후, 작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정치인이다.

이와 같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독립성과 전문성, 둘 다 충족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군다나 임명 당시 이러한 논란이 일자 김성주 당시 내정자는 임명장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이사장 취임식을 올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비판하고 나섰지만 성급한 임명에 대해 정부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성주 이사장이 임명된지 1달 후 국민연금공단의 첫 행보는 ‘전북 제2기금단 신축’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전북혁신도시의 랜드마크 빌딩으로 신축될 예정인 제2기금관은 612억이 투입되고 인력도 200여 명을 증원할 방침이다. 운용인력 급여도 상위 25% 수준까지 올리기로 발표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 이전을 결정한 뒤 작년에만 전문인력 22명이 회사를 떠났다. 작년 2월 기금운용본부가 전북으로 이전한 여파라는 지적이 많았다. 주요 투자전문가들이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북으로의 출퇴근은 부담되는 요소다.

기금운용본부는 작년 11월 13명을 채용했지만 애초 목표인원인 30명의 절반도 채용하지 못한 상태이다.

작년 11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한 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석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두 달여 동안 기금이사추천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으며 기금운용 본부장 자리도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작년 7월 중도 사퇴한 이후 6개월간 공석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독이 든 성배'라 표현되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정치권에 휘둘릴 수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 탄핵 사태 이후 정치권과 연류된 홍완선 전 본부장과 문형표 전 이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김성주 국민연금동단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정치외압에 휘둘려선 안된다고 발언하면서도 공사화할 시 국민 노후를 위협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 만큼, 금융업계에선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있어서 독립성을 보장 받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 연금 사회주의와 존속성 논란

작년 11월 KB금융그룹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KB금융노조는 친노동자 성향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였다. 민간기업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의 시도였다. 국민연금은 이에 찬성표를 던져 ‘정부의 사회주의 노선에 국민연금이 이용되고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대해 ‘주주자본주의 하에서 이뤄지는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내년 하반기부터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의 투자가 정치로부터 독립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세계 각 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공적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이미 한계가 자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작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된 토론회에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연금펀드(CalPERS) 등 행동주의에 앞장섰다가 비효율성과 권한 남용이 도마에 올랐던 적이 있다”고 말하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세계 최대 연금인 일본의 공적연금(GPIF)은 민간웅용사에 투자와 투표권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하지만 국민연금은 투표권을 직접 행사하게 돼있다”며 국민연금의 독립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캐나다·일본 등 20여개 나라가 도입했지만 이로 인해 기업가치가 개선된 증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대해, 노동이사제 찬성/반대와 같은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국민 그 누구도 주체적으로 의결권을 국민연금에게 위임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시 말해 민간연금을 통한 의결권 행사는 기본적으로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가입자들이 중도인출이나 해지와 같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어떤 의결권을 행사하던 만 60세 까지 중도인출이나 해지가 불가능하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정부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는 만큼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되어야할 연금이 정부의 성향과 목적에 따라 투자 방향이 결정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 만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기금운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연유로 인해 공적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을 보장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반대하거나 국민연금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연 평균 5% 이상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설계된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한은 2060년으로 예상되어지고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2060년이 고갈 시점이라고 얘기하지만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포퓰리즘적인 지급 기준 완화 등을 생각하면 2045년 전후에 고갈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30대가 30년 후 국민연금 지급 대상자가 되는 시점엔, 적자에 대해 세금으로 충당해야하는 필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국민연금으로 인해 세금을 더 걷거나, 연금을 적게 받는 개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일본과 노르웨이에이어 세계 3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6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보장해야한다는 의견은 일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한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불투명한 상태다. 기업 경영에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인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임명된 상황에서 국민연금기금이 얼마나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벗어나 운용될지도 미지수다.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은 기정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 수령자는 늘어나고 납세자는 적어져 매년 발표 때마다 고갈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납부세율이 점점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납부세율을 올릴 수 없다면 연금 수령시기가 늦춰지거나 수령액이 감액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가 매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한다. 앞서 지난 2013년 발표된 '3차 재정계산'은 국민연금 기금이 2044년 적자 전환, 2060년 기금 고갈 등을 예고한 바 있다. 4차 재정계산 결과는 '제도발전위원회'가 올해 1월 복지부에 재정계산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재정추계가 완료되는대로 3월 까지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국민연금이 현 정부에서 어떻게 운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준표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