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규나 작가 페이스북)

“혹시 내가 틀린 것일까, 정말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모두가 외눈박이인 세상에서 두 눈 달린 괴물이 된 기분으로 이 시대를 산다. 훗날 그래도 한 사람, 이 시대를 제대로 본 작가가 있었다고 기억되길 바란다. 내 이름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작가, 단 한 명의 소설가가 이 시절을 바로 보고, 외롭게 견뎠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김규나 작가 프로필 中)

장편소설 <트러스트미>로 돌풍을 일으켰던 김규나 작가가 ‘사기 탄핵’ 전후 약 1년의 기록을 담은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1,2권, 비봉출판사)를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작가가 거짓의 시대를 견디며 페이스북 등에 꾸준히 게재해온 글 모음이다. 한국이 ‘사기 탄핵’의 소용돌이로 빠져들던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가 느끼는 공감의 정도가 강렬해도록 현재에서 과거로 역순 배치했다.

김규나 작가가 이 책에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암울한 시대지만, 진실과 희망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시기와 분노와 거짓으로 세운 산은 반드시 무너지고, 느리고 둔하고 나약한 것 같아도 진실과 사랑은 끝내 이긴다고.

작가는 사건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영화나 문학작품으로 우회해 독자가 사건에서 한 걸음 물러나 조금 더 넓고 깊게 생각해볼 여유를 갖게 도와준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어톤먼트>와 같이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에서부터 셰익스피어, 조지 오웰, 밀란 쿤데라, 솔제니친 등의 세계문학작품 그리고 칼 포퍼, 에리히 프롬 등 세계적 지성을 가직 작가들의 명저를 인용해 삐뚤어진 세태를 차근차근 풀어냈다.

영화와 문학을 화두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총 두 권의 책 속에는 150여 편의 작품들이 소개됐다. 150여 편의 작품들을 인용하며 그는 ‘어떤 절망에도 항복하지 말라’고 일관되게 말한다. 그 속에는 그의 첫 장편소설 <트러스트미>를 계기로 진행 중인 ‘TMTU(Trust me. Trust you) 문화운동’의 캐치프레이즈, “개인이여 깨어나라”는 그의 신념이 녹아 있다.

매일 쏟아지는 거짓 뉴스에 분노하고 상처받았던 독자들이라면 김규나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러니 절망해서도 안 되고, 거짓에 항복해서도 안 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잠시 울어도 되지만 유일하게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떠나서도 안 된다. 나 또한 소설 한 줄 쓸 수도 없고, 이 시국의 참담함을 나눌 동료작가 한 사람 없어 외롭고 두렵지만, 이렇게나마 계속 이 시대를 견딜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도 부디 지쳤다, 포기했다, 버리겠다, 떠나겠다고 하지 마시라. 사실은 조금도 그러고 싶지 않은 거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함께 고통을 나누어 져야 할 때다.” (본문 中)

☞소설가 김규나는?

한 마디로 진실을 찾으려 애쓰는 소설가. 단편 <내 남자의 꿈>으로 2006년 부산일보 신춘 문예에, 단편 <칼>로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저서로 단편소설집 <칼> (2010년), 우리 시대 대표 소설가들의 리얼 러브 스토리 <설렘>(공저, 2009),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반성>(공저, 2010), 우리시대 대표 문인들이 전하는 특별한 수업이야기 <수업>(공저, 2010), 그림책 <호랑나비야 날아라>(2009), 에세이집 <날마다 머리에 꽃을 꽂는 여자>(2006) 등이 있다. 2017년 발간한 장편소설 <트러스트미>로 많은 독자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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