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市 '촛불시민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위한 기초조사' 용역의뢰 나서
2002년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등 두루 검토
박원순, 과거 "촛불은 시민명예혁명" "역사에 기록해야" "노벨 평화상 지원" 등 거듭 찬사

서울시가 '촛불집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과거 벌어졌던 촛불집회 주최세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치적·역사적 입지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촛불집회가 세계적인 대표성을 지녔음을 강조하고, 이후에도 이른바 ‘촛불집회’라는 상징성에 반(反)하는 논의는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왼쪽 위)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왼쪽 아래)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촉구 시위

서울시 역사문화재과는 19일 '촛불시민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기초조사'를 목적으로 전문가 용역 의뢰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부터 촛불집회의 가치에 대해 강조하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어떻게 그 작업을 추진할지에 대한 사전 용역의뢰 공고를 오늘 냈다"고 말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3월 "우리 촛불집회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거나 노벨 평화상을 받을 만해 지원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 격변기에 테러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경우가 많은데 우리 촛불 집회에는 폭력이나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국민은 위대하며 시민명예혁명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 촛불혁명을 역사에 기록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촛불 집회 초기부터 자료를 모으도록 해 상당히 수집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의 주장과 달리 촛불시위가 평화롭게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치러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사법부로부터 이적(利敵)단체 선고를 받은 집단들이 촛불시위에 다수 참여했을 뿐 아니라 경찰과 기자, 시민을 대상으로 한 폭행도 수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 집회를 주도했던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전국 1503개(2016년 11월 9일 기준) 단체가 ‘퇴진행동’에 참가했다고 선전했는데, 실상 퇴진행동의 주요 참가 단체 면면을 보면 2008년 ‘광우병 난동’의 주역이었던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광우병 대책회의)’와도 큰 차이가 없기도 하다. 두 집회 모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참여했다. 또한 과거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韓美)동맹 해체 등을 주장하는, 이적단체와 그 후신 격인 단체들도 상당수 참여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후에도 “이제 ‘한강의 기적’ 대신 시민들이 써내려간 ‘광화문의 기적’을 기억해 달라(3월 29일)” “2016년 대한민국의 촛불 집회는 세계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3월 31일)”며 거듭 촛불집회를 찬사하고 나섰다.

등재 추진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를 중심으로 두되, 이외에도 역대 촛불집회 기록물들을 훑어볼 계획이다. 국내 촛불집회의 시초인 1992년 인터넷 서비스망 하이텔 유료화 반대 촛불집회, 반미운동으로 치달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자료도 검토한다. 촛불집회를 '민주화 평화운동'으로 이름 붙이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등재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 만큼 역대 촛불집회의 역사를 두루 훑어보는 용역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기록물로서는 무엇이 적합한 것인지, 등재 가능성이 큰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등재에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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