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게 남은 가장 효과적인 협상카드는 평화협정과 제2차 美北정상회담”

전 미 백악관 고위 관리들이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기존의 압박 수단을 상당 부분 잃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노력까지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8일 전했다. 미국은 이미 협상 카드를 많이 소진했으며 기존의 강경 기조로 돌아가기도 어려워졌다는 비판이었다.

VOA에 따르면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리들은 미북 정상회담의 승자로 북한과 한국을 꼽았다.

제프리 베이더 전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라이언 하스 전 NSC 중국, 타이완, 몽골 국장은 17일(현지시간) 브루킹스 연구소 웹사이트에 게재한 공동기고문에서 북한과 한국에 A학점을 준 반면 미국에서 C-를 줬다.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부의 압박을 성공적으로 완화했으며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얻어냈다는 평가였다. 이들은 “북한의 고립을 끝났고 제재는 약화됐으며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 역시 크게 줄었다”며 “또한 양측이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정의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도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성공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거나 공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얻어냈다”며 “과거보다 진전된 ‘햇볕정책’이라는 목적을 달성했고 문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 역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이 모든 것들을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악화됐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이뤄냈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와 미북 간 긴장 완화밖에 얻어낸 이익이 없다고 혹평했다. 또한 미국은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공통된 대북 압박 노력을 무너뜨리고 대북 군사 위협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최근 방북 결과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채찍은 없고 당근만 남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났다는 것은 피로 물든 독재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가장 큰 양보였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유예하고 2005년 6자회담 당시 합의에도 미치지 못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것도 양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두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실질적 행동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인데 이 역시 미북 정상회담이 아닌 지난 4월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반면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과 미사일 시설을 개선하고 있으며 한국과 러시아, 중국 등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현 상황에서 미국에 남은 협상카드는 대북 제재완화와 미북 외교관계 구축, 평화 협정 체결, 그리고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막후에서 북한의 경제 개발을 담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에 따라 북한이 과거처럼 경제 압박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제재 완화 카드는 협상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었다. 미북 간 연락사무소 개설 등 외교 관계 구축 역시 북한의 흥미를 끌 수는 있지만 북한은 과거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정전협정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이 모두 같은 입장에서 북한에 요구 사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은 김정은이 신뢰할 만한 비핵화 관련 공개 선언을 하고 6자회담 공동성명을 뛰어넘는 성명을 채택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에 핵미사일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관리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약속을 보장받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자급 회담을 이어갈 경우 미국은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모양이 될 수 있다”며 “북한으로부터 실질적인 약속을 보장받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절차를 동결하고 싱가포르 회담 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필요가 있지만 이 역시 북한의 명백한 도발이 없다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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