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기무사→장관 보고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외 자료 때문인듯
민간단체 군인권센터서 공개한 계엄임무수행군 편성안 등…靑 "문건 볼수록 심각"
정작 군인권센터 주장한 "탱크·장갑차 수백대"는 후자에도 없어
여권, 계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임명계획 문제삼아 "육사 출신 친위쿠데타" 주장도
정작 現정부 청와대는 국방부 3월 보고받은 문건 원본 보고시점 '말바꾸기' 논란
靑 "文 병력배치 내용때문에 특별지시 내린 듯한 묘사, 사실 아냐" 부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의 지난해 3월 '위수령·계엄령 검토 문건(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에'에 '병력 배치(계엄임무수행군 편성안)'가 포함된 것을 보고받고 격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군(軍)통수권자 의중에 따라 기무사 문건 특별수사단도 문건에 병력 배치안이 들어간 경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보고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할 전망이다.

1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친여(親與)성향 민간단체 군인권센터가 최근 공개한 기무사 문건에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없는 '계엄임무수행군 편성안'이 '참고' 형태로 첨부돼 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작성,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중 일부.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작성,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중 일부.
지난 7월6일 민간단체 군인권센터에서 별도로 공개한 '계엄임무수행군 편성(안)'. 하루 전(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종이 문건을 '스캔'한 PDF 형식으로 유포된 것과 달리, 컴퓨터로 연 문서파일을 직접 '캡처'한 듯 반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가용병력'으로는 8, 11, 20, 26, 30사단과 수기사 등 6개 기계화사단과 2, 5기갑여단, 6개의 특전사 여단 및 대대를 명시했다. 

또 '서울 지역'과 '기타 지역'으로 구분해 투입될 부대 이름을 나열했다. 서울의 경우 '중요 시설'인 청와대, 헌법재판소, 정부청사, 국방부·합참과, '집회 예상 지역'인 광화문, 국회로 나눠 추가 투입될 병력을 적시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국방부로부터 문건 원본을 받았지만 문 대통령은 해당 문건이 이철희 의원에 의해 공개된 직후인 이달 5일쯤 자세한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문건에 '병력 배치안'이 포함된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중대한 위법성이 있다고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문건의 심각성을 바로 깨달은 것이 아니라 점증적으로 문건 내용을 들여다보고 당시 정황들을 맞춰 가다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무사 문건은 '계엄 시행 요건'으로 '폭력 사태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 혼란'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병력 배치가 없었다면 기무사의 단순한 월권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탄핵 이후 구체적 병력 동원을 검토했다면 이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일부.

여권과 군인권센터에서는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을 동원한다는 계획이 담긴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건에는 담당 부대만 나열됐고 무기나 병력 규모는 없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7일 "조사하기 전에 마치 예하 부대랑 협의해서 작전계획을 짠 것처럼 군인권센터가 근거도 없이 추정해서 붙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은 문건에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을 임명, 합참의장이 북한 도발에 대비해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한다'고 명시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기무사가 육사 출신으로 계엄사를 편성하고 친위 쿠데타를 모의하기 위해 3사 출신인 이순진 합참의장을 배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간단체 군인권센터가 별도 공개한 '계엄사령부 편성표'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면 계엄사령관을 임명하지만, 특정 직위 인물을 반드시 계엄사령관에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단 합동참모본부에 관련 부서(민군작전부 계엄과)가 있기 때문에 군에선 계엄 시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보편적이다.

청와대와 기무사 특별수사단은 지난해 3월 당시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에 대해 보고받거나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의혹에 연루시키려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기무사령관, 국방장관 외에 김관진 안보실장에게도 문건과 병력 배치안이 보고됐을 것"이라며 "이 부분도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 청와대와 국방부가 기무사 '계엄 문건'의 보고 시점과 형식, 내용과 관련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최종적으로 '지난달 28일 청와대에 문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30일 송영무 국방장관과 청와대 참모진간 기무사 개혁 관련 회의에서 기무사 문건의 존재와 내용을 구두로 언급했다는 입장도 나왔다.

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3일 "계엄령 문건은 최근 언론 보도(7월 5일) 전까지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과 엇갈리는데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문건을 보고받았다고 확인해 말바꾸기 논란을 초래했다.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기무사 문건 속 병력배치 내용을 보고 격노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 표현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11일) 문 대통령이 인도 현지에서 지시를 내린 것은, 당일 현안점검회의 내용을 보고받은 뒤의 일"이라며 "구체적으로 오고간 말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이 병력 관련 내용을 받아보고 특별지시가 내려진 것처럼 묘사된 정황'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한 서면보고서를 받아본 뒤, '이런저런 방법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줬다"면서 "그 의견이 인도 현지에서 청와대로 전달됐고, 청와대에서 다시 '대통령이 주신 말씀을 지시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 물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답을 주셔서 특별지시라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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