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주일에 걸쳐 숨가쁘게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과 러시아 순방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기간 내내 적과 동맹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돌출언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동맹인 나토를 때리고, 잠재적 적국인 러시아를 향해 '저자세 외교' 논란을 자초하는 행보를 보여 미국 언론과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지도부와 중진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벨기에와 영국, 핀란드 순방에서 전통적인 우방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자주 비아냥대거나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미국 정보기관이 2016년 자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린 러시아에 대해선 연신 비위를 맞추는 모습으로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특히 이번 순방이 그가 재임한 18개월 동안 가장 크게 비판받는 해외 방문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면서 "미 역사상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 것처럼 미국의 적을 옹호한 대통령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한 백악관 안보팀의 의회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우리 선거에 개입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들은 여전히 미국과 전세계의 민주주의를 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의원도 성명을 내고 "미국 대통령으로선 가장 수치스러운 실적", "비극적 실수'라고 맹비난했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우리의 평가는 분명하다"면서 "러시아는 지속해서 우리의 민주주의에 침투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선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가 동맹국들이 방위비 확대 입장을 밝히자 다시 칭찬하는 자세로 돌아서는 등 혼란스런 행보를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향해선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 도입을 위해 추진하는 파이프라인 사업을 언급하며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고 하는 등 외교가에서 이례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모욕적' 언사를 던져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 방문지인 영국에서도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돌출 행동이 이어졌다. 현지 신문 인터뷰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치적 반대파이자 최근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훌륭한 총리감이라고 치켜세운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이어가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전략을 추구하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을 비난하면서 내정간섭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파문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를 훌륭한 리더라고 추켜세우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여왕보다 앞서 걷고 앞을 가로막기도 해 왕실 예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는 입방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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