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 지난해 두 차례 러시아 사할린 홀름스크港 통해 한국 도착
VOA “한국에서의 환적도 엄연한 불법”…외교부·청와대 모두 입장 안 내
바른미래 "만기친람 靑 보고 못받았다면 관계자 처벌, 은폐했어도 죄 물어야"

나진항에서 선적되는 유연탄(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두 차례 한국에서 환적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7일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지난달 27일 제출해 최근 공개된 연례보고서 수정본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실린 북한산 석탄은 지난해 10월 2일과 11일 각각 인천과 포항에서 환적됐다. 전문가 패널은 올해 초 발행한 보고서에서 인천과 포항을 북한산 석탄의 최종 목적지로 지목했지만 이번 수정본에서 ‘환적지’로 수정됐다. 북한산 석탄은 러시아 극동 사할린 남부 홀름스크 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최근 공개한 수정 보고서 일부. 한국 인천(21번 항목)과 포항(23)을 북한산 석탄 환적지로 새롭게 지적했다(VOA).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최근 공개한 수정 보고서 일부. 한국 인천(21번 항목)과 포항(23)을 북한산 석탄 환적지로 새롭게 지적했다(VOA).

지난해 8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71호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에 대해 전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따라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에 유입된 것과 이후 한국까지 운반된 것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VOA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북한산 석탄의 판매는 물론 운송까지 금지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환적도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인 릉라2호와 을지봉6호, 은봉2호와 토고 깃발을 달았던 유위안 호는 지난해 7월과 9월 사이 총 6차례 북한 원산과 청진항에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 홀름스크 항으로 향했다. 홀름스크 항에서 하역된 석탄은 이후 파나마 선적인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의 리치 글로리호 등에 옮겨 제3국으로 출발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2일 스카이엔젤호에 실린 북한산 석탄이 한국 인천에 도착했다. 10월 11일에는 리치글로리호가 북한산 석탄 총 5000톤을 싣고 한국 포항에 정박했다. 포항에 도착한 북한 석탄은 1톤 당 미화 65달러로 계산됐다. 총 액수는 32만5000달러에 달했다.

인천과 포항에 도착한 북한산 석탄은 이후 다른 나라로 운반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VOA는 전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VOA에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에서도 이날 늦은 오후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 몰래 북한과 '내통'하는 국가로 치부되지 않길 바란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권성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엔 누가 왜, 어떤 '정무적 판단'하에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제출하지 않은 걸까. 설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사항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고받고도 지나쳤을 리는 없지 않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지난해 10월 초면 한달여 전 북한의 제6차 핵실험으로 인한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라는 점에 착안해, 권성주 대변인은 "(정부가)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던 북한을 대한민국이 뒤에서 몰래 도와주고 있었다면 이는 기무사 문건 만큼이나 중대한 사항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참에 전국의 모든 항만과 공항, 그리고 관세청과 수출입 관련 정부기관은 그간의 북한 관련 전체 자료를 청와대에 제출해서 검토 받아야 한다"며 "모든 일에 직접 나서는 청와대가 관련 보고를 못 받았다면 관계자 처벌이 필요하고, 보고를 받고도 숨겼다면 국제사회와 국민을 우롱한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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