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 기자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두려움이다. 인간이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움을 추구하기 힘든 이유도 바로 이 두려움 때문이다. 떠나는 것은 익숙함과의 작별이며 보통 마음가짐으로는 가방조차 꾸리지 못한다.

평생을 살았던 자신의 국가를 떠나는 일이 최근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익숙함을 버리고 차라리 두려움을 선택하겠다며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떠나는 사람은 원래 말이 없다. 그래서 왜 떠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국내외 한국인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인 올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적 상실과 국적 이탈을 합한 국적 포기자는 2013년 2만90명, 2014년 1만9472명, 2015년 1만7529명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첫 해였던 작년에 국적 포기자가 2만1269명으로 급증한데 이어 올들어 더 빠른 속도로 국적 포기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국적이었던 사람이 외국 국적을 자진해 취득하는 '국적 상실자'와 출생과 동시에 외국 국적을 취득한 복수국적자가 나이가 들어 단일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에 한국 국적을 포기한 '국적 이탈자'를 모두 합한 '국적 포기자'가는 올들어 5월까지 1만8917명으로 작년 동기(同期)의 1만945명에 비해 7972명(72.84%) 많았다.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국적 상실자는 1만314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만136명보다 3009명(29.69%)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적 이탈자는 577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809명과 비교하면 4963명(613.47%) 급증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열등감이 지배하고 있다. 주류에 단 한번도 포함되지 못했던 사람들의 전성시대다. 늘 변방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힐난했던 사람들이 대중들을 속여 정권을 쥔 것이다. 열등감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비주류는 주류를 적폐라는 이름으로 치환했다.

하루아침에 적폐가 된 사회 지도층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썩은 내가 진동하는 것처럼 언론에서 다뤄지고 있다. 마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아 거칠어진 부모의 손이 부드럽지 않다고 투덜대는 철없는 어린이들처럼 열등감이 현실감을 상실시키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 중에는 비주류가 열등감으로 지배하는 것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배은망덕한 행위들도 신물 나게 싫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라 돌아가는 사정이 암울하다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자신의 보금자리를 내주고 떠나기를 선택했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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