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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 인상으로 책임져야 할 취약계층 상공인에게 떠넘기기
최저임금위원회, 대화·타협 '코포러티즘'…전체주의로 달려가는 지름길
내년 최저임금 8350원까지 올라…일자리는 물론 경제성장까지 막는다
사악한 정권인가, 무식한 정권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정부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취약계층의 처분가능소득을 올리겠다고 하지만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중소영세 상공인들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현대 국가가 맡아야 할 당연한 책무인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중소영세 상공인들에게 떠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 각 9명씩, 총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노와 사는 각각의 이익을 대변하므로 최저임금은 결국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이다. 개별 사업장과 전혀 관련 없는 자들이 결정한 최저임금을 상공인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재산권・영업권의 침해로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가 대화와 타협이다. 대화와 타협에 의해 도출된 안은 원칙을 훼손한다고 해도 받아들이고 추진한다. 이런 식의 국가 운영을 코포러티즘(corporatism)이라고 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corpus로 신체를 의미하는데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것이다.

머리가 명령하면 팔·다리 등이 따르듯이 노·사·정의 대표들이 모여 결정하면 개별 주체들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코포러티즘은 전체주의(totalitarianism)로 달려가는 지름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런 운영 방식의 전형이므로 없어져야 한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도에 비해 16.4% 인상된 시간당 7530원이다. 취약계층의 소득을 증대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취지로 큰 폭으로 인상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올해 1/4분기의 소득동향을 보면 하위 20%의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8% 감소한 반면에 상위 20%의 소득은 9% 증가해 소득5분위배율은 5.9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올 2월부터 10만명대로 급감한 후 6월에도 106천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1년 새 업종으로는 제조업・교육서비스업・시설관리업・도소매업에서 310천명이 감소했고 직종으로는 생산직・판매직이 234천명 감소했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매년 62천명씩 추세적으로 감소해 왔으나 2017년 6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후 오히려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고 있다.

농림어업의 생산성이나 매출이 급증하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자가 추세를 뛰어넘어 41천명 증가한 것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탈락하거나 들어가지 못하고 103천명(62천명+41천명)이 떠밀려서 농림어업에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이한 현상이 하나 더 있다. 1년 새 순수한 공무원인 공공행정 및 국방 취업자도 94천명 증가한 것이다.

전체 취업자 증가 106천명 중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41천명 증가와 공공행정 및 국방 취업자 94천명 증가를 제외하면 민간 비농림어업 취업자는 오히려 29천명 감소한 것이다. 민간 비농림어업 취업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 4월 감소한 후 벌써 3개월째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민간 비농림어업 취업자가 각 1년 전에 비해 2014년 6월 589천명, 2015년 6월 393천명, 2016년 6월 314천명, 2017년 6월 256천명 증가했던 것과 대비하면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의 일자리정책은 명백한 실패작이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이러한 고용쇼크를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등 이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전・전전 정권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권을 잡았는데 무슨 말인들 못 하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지난 14일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OECD 국가 중 1980-2008년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보고한 15개 국가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10%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연 경제성장률이 0.51%포인트 하락한다.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에서 2019년 8350원으로 29.1% 인상되면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10.6%포인트 상승되는 것이 된다. 위의 분석에 의하면 이것은 연 경제성장률이 0.54%포인트 하락시켜 향후 5년 동안 국내총생산을 205조원 감소시킬 것이다. 이 감소는 임금인상으로 근로자가 이득을 보고 기업이 손해를 보는 등 모든 효과를 고려한 후 국민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고 증발해 없어져 버리는 사회후생의 순손실(social welfare loss)이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 비정규직의 강제적인 정규직화 등의 반자유주의적 정책들을 멈출 것 같지 않다. 정권을 잡은 이유가 긴 세월 절치부심하며 갈고닦은 정치이상을 실현하기 위함 아니겠는가?

흑인 해병대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후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토머스 소웰(Thomas Sowell) 교수는 “의도는 중요하지 않고 인센티브가 중요하다(incentives matter, intentions don’t)”고 역설했다. 비전이 아무리 선해도 경제적 유인이 작동하지 않으면 결과는 암울하게 된다(bright promises, dismal performance: Milton Friedman). 좋다.

정권의 이상을 구현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죽어나간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알고 했는가, 모르고 했는가? 전자이면 사악한 정권이고, 후자이면 무식한 정권 아니냐고? 이 정권이 CVIJ(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심판)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은 나 혼자만인가?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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