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과민반응" "맥락 무관 꼬투리잡기" 치부했지만 개입주의 시각 그대로
"삼성 20兆 평소 가졌던 의문, 재벌에 갇힌 자본…국민경제 투입 고민해야"
"20兆면 청년실업자 112만명 1년간 교육훈련 시킨다"며 '사회적 책임' 주장
논란 무관한 "삼성 노조파괴" 거론하면서 "경제권력 불공정 반드시 해소"
일각서 "비정규직·협력업체 무관심하던 노조위원장 출신이 모범기업 매도" 비판
"20년간 가계소득 감소 아닌 독립가구 급증…주식 살돈 없이 남의돈 침흘리지 말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인 건 1~3차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쥐어짠 결과', '삼성이 영업이익 중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 등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응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14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강연에서 재벌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부와 빈곤의 양극화 문제를 말하면서 '삼성을 예로 들었더니' 일부 언론에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치부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삼성이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고 말한 건 '삼성 돈 20조를 200만명에게 나눠주자'는 구체적 제안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20조원은) 200만명에게 1000만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갈 정도로 큰돈이라는 점을 예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경제의 왜곡된 분배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국민총소득(GNI) 중 기업소득 비중이 계속 커지고 가계소득 비중이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는 사실을 언급했다"면서 "1996~2016년 사이 GNI 대비 기업소득 비중이 OECD 평균은 1%p 내외의 미미한 변화만 있는 반면 한국은 10%p 가까운 엄청난 증가가 있었다"고 재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잘못 전해진 내용을 맥락과 상관없이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가구별 소득이 부모에게서 자녀가 독립한 1인가구 증가 등으로 '평균이 낮아졌을 뿐'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대목이다. 

홍 원내대표는 "삼성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설명하는 하나의 예에 불과했다"면서 "삼성의 20조는 제가 평소 갖고 있던 의문이기도 하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삼성이 지난 2015~2017년 약 2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한 점을 들어 "후계 승계에 활용되거나 기존 주주의 이익에 봉사할 뿐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몇몇 재벌에 갇혀있는 자본을 가계로, 국민경제의 선순환 구조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면서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는 잉여 이익을 국민경제에 생산적으로 재투입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일이 지금 우리 정치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과 무관한 제3자가 특정 기업의 영업 이익 처분 등에 간섭해야 한다는 '개입주의적' 시각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또 "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짰다'는 표현만을 일부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데 실제로 협력업체가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있는지도 주목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에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기의 늪에 빠진 협력업체들, 원청의 구두 약속을 믿고 설비를 증설했던 하청기업들은 죽어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해, 삼성을 '협력업체 착취자'로 간주하는 시각 역시 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논란과 무관한 여권발 '삼성 노조 파괴 의혹'을 결부시키며 개입주의적 가치관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1위 삼성의 빛만큼 그 주변에 드리운 그림자가 깊다"면서 "그 실체가 소상히 드러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의 진상은 그 어둠의 한 자락일뿐"이라고 규정한 뒤 "경제권력의 편중과 불공정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홍 원내대표는 한국 청년실업자 수가 112만명에 달한다(잠재실업 포함)는 통계를 거론하며 삼성의 영업이익 20조에 대한 또 다른 처분 방안을 제시했다.

"20조원이면 이들을 1년간 교육과 훈련을 시킬 수 있다"면서 "삼성과 같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의 이런 논변에 관해 페이스북 상에서는 "작은 실수만 해도 좌파 정치인, 시민단체, 어용언론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때리기 때문에, 삼성만큼 평판관리에 목숨거는 기업도 없다. 그런 기업이 납품단가 깎아서 평판을 죽인다고?", "대기업 노조위원장으로 진짜로 비정규직과 협력업체에 관심없던 분께서 국회의원 배지 달고 집권여당에서 완장 차신 모습으로, 갑자기 세계에서 가장 잘 하고 있는 모범 대기업을 죽일놈으로 매도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등 비판이 제기됐다.

한 전문직 종사자는 이같이 지적하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는 제발 집권당에게 저런 헛소리 듣지 말고, 자신의 정당한 기여를 인정받고, 사회적으로 존경도 받을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본사를 이전하시라"고 덧붙였다.

가계소득이 기업소득에 비해 줄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가 "실제로 지난 20년간 임금이 줄어든 게 아니라 소형 독립가구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20조원이 아니라 아예 삼성의 이익 60조원을 다 나눠먹는 간단하고 유일한 방법은 삼성의 주식을 100% 매입하는 것이다. 주식을 살 돈이 없다면, '남의 돈'에 침흘리지 마라"는 일침도 내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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