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합치고 보자” 좌익의 오랜 꿈이 연방제 선포
-빠르면 올 가을 문 대통령 평양 방문 때 공식화될 수도
-직후 미군철수-국보법-공산당합법화 도마에 오를 것
-대한민국 정말 떠내려간다…대응 서두르고 지혜 모을 때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KBS 이사)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KBS 이사)

“문재인 정권이 남북대화를 실시하는 마지막 목적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실시하기 위해서다”. 6월 지방선거 직전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성균관대 특강에서 그렇게 단언했다. 제1야당 대표답게 진중하게 움직이지 않고 꼭 정치평론가마냥 떠들어서 문제였지만, 지적 자체는 맞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면 연방제통일 준비에 들어간다는 타이밍까지 그는 덧붙였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물밑에서 준비가 한창일 것이다. 국민적 합의는커녕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게 연방제 문제인데, 왜 저들은 그것에 집착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입만 열면 남북경제공동체를 말하는 것도 그 배경이고, 저번의 지방분권형 개헌 시도 역시 그와 무관치 않았다.

결국 연방제통일 선포는 남북관계와 동북아 질서를 포함해 우리 삶의 모두를 바꿀 대변수인데, 언제 어떻게 공식화될까? 윤곽을 정확히 파악할 시점이 지금이다. 실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에 조기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를 것이란 예견을 나는 몇 차례 글로 썼다. 실제 꼭 그대로 됐다.

그 예견은 무슨 굉장한 고급정보를 쥐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촛불로 집권한 그들이 이른바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의 최종 목표를 남북관계 혁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이 삐걱대고 전망이 불투명해도 그와 상관없이 앞으로 2~3개월 저들은 연방제통일 선포의 뚜껑을 열 텐데, 그걸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를 5가지로 점검해봤다.

1) “우선 합치고 보자”는 좌익의 오랜 꿈 = 원탁회의 멤버 백낙청은 분단체제 이후를 겨냥해 “한반도 재통합 과정을 관리할 국가연합”을 공언해왔다. 그걸 1단계 통일로 규정했는데, 결국은 연방제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걸 2012년 대선 공약으로 걸었다. 당시 그는 “국가연합이나 낮은 단계 연방제를 실현해서 그분(김대중)이 밝힌 통일의 길로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선 공약에서 뺐지만, 소신은 여전하다는 걸 JTBC 토론회(4월 25일) 암시했다. 물론 시작은 2000년 김대중-김정일의 6.15선언이고, 그걸 2007년 노무현-김정은 회담에서 재확인했다. 그들만이 아니라 임동원-정세현 등 좌파는 “우선 남북을 합치자”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합치는 제도를 만들어 한 번 띄우면 그쪽으로 굴러간다고 저들은 믿는다. 즉 연방제는 좌익의 오래 꿈이자, 운동권 NL정서의 끝판왕이다.

2)언제 어떻게 공식화될까 = 빠르면 올 가을 연방제 통일에 대한 원칙적 선포가 이뤄진다는 게 내 예측이다. 판문점 선언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올 가을 평양을 방문한다고 못 박고 있는데, 그 때가 공식화의 호기다. 늦어진다 해도 내년 4월 판문점 회담 1주년 기념 카드로 연방제 통일 선언이 나온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거의 전면적인 남북관계의 리셋이 그걸 기점으로 이뤄질 것이다. 원칙적 선언에 그쳐 실효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선언 이전과 이후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실은 연방제통일에 대한 저항도 크진 않을 걸로 저들은 본다. 8.15 남북이산가족 상봉, 그 직후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등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연방제 선포를 치고 나갈 때 그걸 막아낼 힘이 우리에게 있을까?

3) 연합제와 연방제 뭐가 다른가 = ‘낮은 단계 연방제’의 컨셉트를 밝힌 것은 북한이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의 원칙에 기초해 북과 남에 존재하는 두개의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을 가지고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방법으로 북남관계를 통일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을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건 고려연방 창립방안 제시 25주년 평양시보고회(2001년 10월)에서 나온 얘기다. 높은 단계 연방제가 외교-군사권을 갖지만, 낮은 단계에서 그걸 남과 북이 각자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 경우 연방정부는 없는가? 아니다. 남북관계 조절 기구를 상정하고 있다. 때문에 저번 판문점 선언에 명문화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역할에 나는 주목한다. 이걸 키우고 기능을 강화하면 바로 연방정부로 발전할 수도 있다. 연방제는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다.

4) 도마에 오를 미군철수-국보법-공산당합법화 = 낮은 단계이건 높은 단계이건 연방제란 결국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를 전제로 한다. 때문에 대한민국의 안보를 떠받치는 미군과 국가보안법이 도마에 올라 존폐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곧바로 공산당 합법화 문제도 제기될 것이다.

서로가 합치기로 한 마당에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장벽인 미군-국보법-공산당 불법화는 시정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언론-학계를 휩쓸 것이다. 때문에 유동열 박사는 6.15선언에 언급된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의 절충에 의한 통일”이라는 표현 자체가 높은 단계 연방제로 가기 위한 기만술책으로 본다. 그걸 충분히 유념해야 한다.

5)연방제통일 자체가 위헌이다 = 김대중이 6.15 선언 때 북한의 통일방안인 연방제와 비슷하다고 갖다 붙였던 게 우리의 연합제인데, 그 자체가 우격다짐이다.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발표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등장하는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이라는 3단계 설정에서 거두절미하고 따와 멋대로 곡해한 게 연합제이기 때문이다.

본래의 남북연합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구현이 전제가 돼있다. 김대중이 말하는 연합제에선 그게 빠졌으며, 어어 하다가 결국 여기까지 굴러왔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연방제 논의는 그 자체가 위헌이란 점이다. 현행 헌법 4조는 엄연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명문화하고 있다.

북한은 60년대엔 막연히 연방제를 주장했다. 그러다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으로 공식화한 게 1980년이다. 유념할 건 낮은 단계 연방제라는 ‘느슨한 통일’ 뒤 대한민국을 해체하겠다는 게 저들의 속내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국민이 품고 있는 그런 근본적 의구심을 문재인 정부는 풀어줘야 옳다. 그런 과정을 생략한 연방제통일 선포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예전 역사교과서 문제로 시끄러울 때 어떤 이는 “우린 지금 이념의 낙동강 전선에 서있다”고 언명한 바 있다. 연방제통일 선포란 급기야 대한민국을 낭떠러지 앞에서 떠미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국가소멸 내지 국가자살 단계 진입이다. 지금 한국 사회 최악의 순간이 임박했다.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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