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온 매우 멋진 편지”라며 각각 1장 분량으로 한글과 영문으로 된 김정은의 편지를 소개했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한 달이 지나도록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이렇다 할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위대한 진보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김정은의 친서에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빠져 있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7월 6일자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편지 끝부분에는 김정은의 이름과 사인이 들어있다.

‘미합중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 각하’에게 보낸 이 친서에서 김정은은 “24일전 싱가포르에서 있은 각하와의 뜻깊은 첫 상봉과 우리가 함께 서명한 공동성명은 참으로 의의깊은 려정의 시작으로 되었습니다”고 문을 열었다. 이어 “나는 두 나라의 관계개선과 공동성명의 충실한 리행을 위하여 기울이고 있는 대통령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고 했다.

이어 “조미(美北)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습니다”고 했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두 번째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란다”며 “조미관계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한다”고 편지를 맺었다.

그러나 문제는 김정은의 친서에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1, 2차 방북 때와 달리 지난 7월 3차 방북에서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 당시 방북의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외무성은 폼페이오 방북 직후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은 그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조건들까지도 우리가 인내심으로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그리고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맹비난을 쏟아냈다. ‘외교적 절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운명이 의문에 빠졌다’ ‘미국과 북한이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북한이 미국을 스쿨링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말한 ’진전‘은 돼지에 리스틱 칠하려는 것’ 등의 비난이 주류매체를 통해 쏟아졌다.

이에 더해 북한은 지난 12일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군 유해 송환 실무회담에 아무런 예고없이 불참했다. 북한 측이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이날 실무회담을 무산됐다. 북한은 유엔사 측이 전화를 걸자 그제야 “유해 송환 문제 협의의 격을 높이자”며 장성급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 실험장 한 곳을 추가로 폭파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들에게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면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라며 북한과의 만남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은 놀라웠다고 정말로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며 “북한은 지금까지 미사일 실험이나 (핵미사일) 연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핵실험장 한 곳을 이미 폭파했고 앞으로 또 다른 미사일 실험장 한 곳을 폭파할 것으로 들었다”며 “북한은 선전활동을 중단했고 국경지역에서 더 이상 음악을 틀지 않는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생산적인 대화를 가졌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대화상대였던 김영철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이뤄진 것과 일관된 약속을 했다”며 “이는 북한이 비핵화할 의도가 있고 이를 이뤄내겠다는 약속”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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