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일간지 2곳-경제지 1곳 기자로 알려져
'엠바고 40분간 정부가 작전세력'이라며 하태경 의원 수사의뢰한 결과
경찰 "非공무원 처벌 불가해 내사 종결" 총리실 "일방적 주장에 따른 불신 해소되길"
작년말 '정부, 가상통화 긴급대책 수립' 자료 초안유출은 관세청 공무원 소행

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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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15일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정부 대책 보도자료가 발표되기 직전 자료를 유출한 사람은 국무총리실 출입기자 3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언론사이긴 하지만 기자들이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기자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둘러싸고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또 해당 언론사의 공신력과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총리실은 12일 암호화폐 관련 보도자료('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가 유출된 경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출입기자 3명이 엠바고 시간 이전에 보도자료를 사전에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출자로 지목된 3명은 모두 경찰 조사에서 유출 사실을 인정했으며 2명은 종합일간지, 다른 1명은 경제지 소속 기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1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설의 진원지이던 법무부 대신 총리실이 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하게끔 한 정부 보도자료가 발표되기 전 40분간의 엠바고(보도유예) 도중 문건이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유출된 것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다. 

가상화폐 실명제 추진 등 각종 거래 규제 강화안이 제시됐지만 최대 악재로 예상되던 거래소 폐쇄가 '없던 일'이 된다는, 시장에 '호재'가 될만한 정보가 사전 유출됨에 따라 엠바고 40분 동안 가상화폐 매수세·가격도 급등했었다. 

이에 따라 '정부 내 작전세력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공무원이 아닌 일부 출입기자들의 소행으로 밝혀진 것이다.

경찰은 보도자료 사전유출이 공무원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따른 처벌을 할 수 없으므로 사건을 내사 종결한다고 알려왔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총리실은 지난 1월 15일 오전 8시27분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9시40분 정부 입장을 브리핑하고, 그때까지 일정 및 내용은 엠바고'라고 공지했다. 뒤이어 오전 9시쯤 취재 편의를 위해 출입기자들에게 관련 자료를 미리 배포했다. 공식 발표는 9시40분 이뤄졌다. 

자료의 주된 내용은 '실명제 등 특별대책을 추진하되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국무조정실이 부처 입장을 조율해 범정부적으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 대책으로는 가상화폐 실명제 지속 추진, 가상화폐 관련 손해 투자자 본인 책임, 시세조작·자금세탁·탈세 등 불법행위 엄정 대처, 불록체인 기술 연구 지원 등이 거론됐다.

그런데 이 자료가 엠바고 해제시점 45초 전인 오전 9시 39분 15초에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가상화폐 일종) 갤러리에 '정부유출 떴드아ㅋㅋㅋ'라는 제목으로 게시돼 파장이 일었다.

문제의 글은 컴퓨터 모니터에 보도자료를 띄워놓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올린 형태였다. 이 게시물보다 약 7분 빠른 시각 다른 사이트에서도 사전유출 정황이 발견됐었다.

총리실은 사진 속 보도자료의 내용을 봤을 때 공무원들끼리 주고받은 내부 보고용이 아닌 '기자 배포용' 자료라고 해명했다. 해당 보도자료를 받은 출입기자단은 100여명이었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월26일 "정부가 오전 9시 엠바고 보도자료를 공지하고 9시40분에 엠바고를 해제하는 40분 사이 시세차익이 큰 폭으로 발생했다"며 정부 공무원의 자료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자료사진=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
자료사진=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해당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했으나, 공무원이 아닌 출입기자 3명의 유출 행위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김성재 총리실 공보실장은 "경찰 수사로 보도자료 사전유출이 공무원에 의한 것이라는 하태경 의원의 의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것은 다행"이라면서 "일방적 주장으로 인해 생긴 공무원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 출입기자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출입기자단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총리실 출입기자단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보도자료를 사전에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언론사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총리실 출입기자 규정 14조(등록취소 등)는 출입기자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기자단 회의를 통해 등록취소·출입정지·출입기자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13일 '정부,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수립' 보도자료 초안이 온라인에 사전 유출된 사건의 경우 관세청 직원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리면서 퍼진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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